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정계복귀 기자회견을 위해 측근들과 함께 국회 정론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정계복귀 기자회견을 위해 측근들과 함께 국회 정론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정계 복귀를 선언하면서 전격 탈당했다. 2014년 7·30 수원 보궐선거 패배 다음날인 7월31일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에서 칩거 생활을 한 지 2년2개월여 만이다.

손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은 무너져내리고 있다”며 “정치와 경제의 새 판 짜기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는 강진이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이 18년간 유배생활을 한 곳임을 언급하며 “200여년 전 다산 정약용 선생이 하신 ‘이 나라는 털끝 하나인들 병들지 않은 게 없다.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 말 것’이라는 말씀이 제 가슴에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향한 경고로 들렸다”고 말했다. 그는 강진에서 집필을 마친 《나의 목민심서-강진일기》라는 책을 들어보이기도 했다.

10분 남짓의 짧은 회견에서 손 전 대표는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 정치와 경제를 완전히 새롭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7년 헌법 체제가 만든 6공화국은 명운을 다했다”며 “6공화국 체제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돼도 더 이상 나라를 끌고 갈 수 없다. 이제 7공화국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산업화를 이끈 수출주도형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가 50년 동안 지속돼 산업화의 그늘을 짙게 드리워 비정규직, 청년실업, 가계부채 문제가 악순환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며 “고통스럽더라도 경제 패러다임을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전 대표는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 당 대표를 하면서 얻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당적도 버리겠다”며 민주당을 탈당했다. 그는 “제가 무엇이 되겠다는, 꼭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도 없다”며 “명운이 다한 6공화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 제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 이상의 구체적 활동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3선인 이찬열 의원(경기 수원 갑) 등 손학규계 의원 일부가 조만간 탈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내 손학규계는 10여명이다.

정치권에서는 손 전 대표가 당분간 당적을 두지 않은 채 ‘개헌’을 연결고리 삼아 합리적 중도개혁 세력을 규합해갈 것으로 내다봤다. 친박근혜계가 장악한 새누리당, 친문재인계 중심인 민주당을 벗어난 이른바 ‘제3 지대론’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