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국민 메신저' 카카오와 시너지…멜론에 40~50대 신규고객 유인
로엔은 2014~2015년 주식시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업체 중 하나였다. SK그룹 계열사에서 사모펀드(PEF) 어피니티를 거쳐 카카오로 매각되면서도 주가가 450%나 상승했기 때문이다. 2014년 1월 1만8000원 수준이던 주가는 2015년 8월 1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스트리밍 시장의 성장으로 유료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실적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로엔은 가격인상과 유료 가입자 증가, 그리고 비용 절감을 통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4분기부터 의미 있는 성장

로엔은 1978년 서울음반으로 시작된 오래된 업력을 가진 업체다. 주요 사업부문은 음원 플랫폼인 멜론이다. 올 3분기 기준 유료 가입자 380만명, 시장 점유율은 약 57%로 명실상부한 1위 업체다. 음반 유통과 제작부문에는 아이유, 씨스타, 케이윌, 에이핑크 등 가수들을, 킹콩을 통한 매니지먼트 사업에는 배우 유연석, 이광수, 김범, 이동욱, 조윤희 등이 소속돼 있다.
그래픽=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그래픽=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로엔의 2015년 유료 가입자는 360만명으로 연간 55만명의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4분기에만 유료 가입자가 사상 최대 수준인 20만명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다만 올해는 3분기 누적으로 20만명에 그치면서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2~3위권 업체인 KT뮤직 등의 가격 할인 공세가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가입자 성장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가 흐름이 부진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업체별로 전략이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KT뮤직과 벅스는 가격 경쟁력을 통해 최대한 가입자를 확보해야 하지만, 이미 380만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한 로엔은 신규 가입자 확보보다는 기존 가입자의 가격 인상 동의가 훨씬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3분기까지는 기존 가입자가 가격 인상에 동의하도록 하는 데 치중했다면 4분기부터는 의미 있는 성장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단순 트래픽만 비교해 보더라도 모기업인 카카오가 가져다 줄 상당한 시너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음원산업 전체의 UV(순방문자 수)가 약 1400만명에 불과한데, 카카오의 MAU(월 이용자 수)는 4000만명에 달한다.

카카오와 멜론의 아이디(ID) 연동을 통해 카카오의 트래픽을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음악에 대한 니즈가 많아도 쉽게 가입하지 못했던 40~50대 이상 고객들을 보다 쉽게 유인할 수 있게 됐다. 또 단순 카카오 이모티콘이라는 강력한 마케팅 툴을 통해 신규 가입자 증가도 기대된다.

카카오와 시너지 본격화

단순 유료 가입자 증가뿐만 아니라 높은 수익화 과정 역시 기대된다. 10년간 축적해온 빅데이터에 기반한 수준 높은 큐레이션 서비스와 4000만명의 MAU를 보유한 카카오의 푸시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너지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음악 관련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음악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욕구는 커지고 있다. 멜론은 단순 음악에서 벗어나 티켓·쇼핑·아지톡 등 문화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큐레이션을 통해 카카오 사용자들의 다양한 음악적 요구를 푸시 서비스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콘텐츠 제공자로서의 역할 또한 기대된다. 불과 1~2년 만에 스타쉽, 킹콩, 플랜에이 등 다양한 인수합병(M&A)과 FNC엔터에 대한 지분 투자도 이뤄졌다. 약 1800억원의 현금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M&A도 검토 중이다. 이미 카카오가 다양한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제작 능력만 더 강화하면 높은 시너지가 가능할 것이다.

카카오와의 시너지는 성장뿐만 아니라 비용 측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인상된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반발한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몇 달에 걸쳐 기존 가격을 유지하거나 추가적인 프로모션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번 가격 인상 과정에서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받는 것만으로도 가입자들이 가격 인상에 동의하면서 이미 그 효과를 증명했다. 또 유료 가입자 대부분이 자동결제를 활용하고 있는데 관련 수수료만 연간 수십억원에 달한다. 이런 사용자들을 이모티콘 등 다양한 ‘소프트랜딩 전략’을 통해 카카오페이 자동결제로 넘어가게 할 수만 있다면 장기적인 수수료 절감까지 가능할 것이다.

10년간 축적한 빅데이터 ‘강점’

로엔은 1위 사업자로서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증명해낼 것이다. 멜론이 지니나 엠넷, 혹은 벅스처럼 전폭적인 가격 할인을 통한 가격 경쟁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다른 플랫폼 대비 음원 수가 특별하게 많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서울음반에서 시작한 오래된 업력과 검증된 역량 있는 톱 매니지먼트가 여전히 로엔을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인상과 유료 가입자 증가, 그리고 비용 절감을 통해 상당한 실적 개선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유료 가입자는 2015년 360만명에서 2018년 460만명으로 증가하고, 매출은 연평균 18%, 영업이익은 21% 각각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기훈 <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sacredkh@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