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소세가 줄던 수출은 이달 들어 10일까지 -18.2%로 감소폭이 더 커졌다. ‘수출 쇼크’ 우려까지 나왔다. 그러던 수출이 불과 10일 만에 플러스로 반전됐다. 관세청 집계 결과 이달 20일까지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것. 수출이 ‘깜짝 플러스’로 돌아선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컸다.
조업일수 늘고 선박 인도 일시 증가…수출 '플러스 전환'은 미지수
하나는 조업 일수가 작년 동기보다 많았다는 점. 조업 일수가 하루 늘어나면 수출은 4.4%포인트 증가하는 효과를 낸다. 다른 하나는 불황의 한가운데에 있는 조선 수출이 뜻밖에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조선 수출은 과거 수주한 선박이 인도되는 시점에서 잡히는 데 이번달 선박 인도 물량이 작년 동기보다 52%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이 역시 작년 10월 인도 물량이 적은 데 따른 ‘기저효과’ 측면이 컸다. 결과적으로 20일까지 수출 호조는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조업 일수 감안 땐 마이너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0일까지 조업 일수가 전년 동기 대비 0.5일 많은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며 “10월 전체 조업 일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오히려 0.5일이 적기 때문에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달 20일까지 조업 일수는 14.5일이었다. 지난해 10월 같은 기간 조업 일수는 14일이었다. 토요일이 하루 많으면 조업 일수가 0.5일 늘어난 것으로 간주한다. 조업 일수가 0.5일 늘어나면 수출은 2.2%포인트 증가하는 효과를 낸다. 관세청은 이달 20일까지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지만, 조업 일수가 같다고 가정하면 오히려 2.3%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강(5.9%) 반도체(2.5%) 등 전통적인 수출 효자상품의 1~20일 실적이 모두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고무적이다. 승용차 수출도 10일까지 -51.9%였으나 20일까지는 -15.6%로 감소폭이 줄었다.

◆반도체 철강 단가 회복

선박은 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들의 이달 인도 물량이 늘어나 가장 큰 증가율(52.4%)을 기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과거 2~3년 전에 수주했던 물량이 많아 올 들어서도 매달 10척 이상의 선박이 건조돼 나가고 있다”며 “스케줄상 이달 20일까지 선박 인도가 많았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도 “작년 10월에는 인도 물량이 거의 없었다”며 “상대적으로 이번달 인도 물량이 잡혀 증가율이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강제품은 철광석 유연탄 등 원료 가격이 오른 게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 중국이 최근 철강제품 생산을 줄인 것도 수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는 지난달 57억달러를 수출해 연중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이달 20일까지도 증가세를 보였다. 반도체의 경우 수요가 늘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산업부는 기존 하드디스크를 대체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크게 증가하며 거기에 쓰이는 낸드플래시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간 플러스 전환은 미지수

배터리 폭발사고로 단종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영향으로 휴대폰 등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계속 감소세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31.2%였고, 20일까지 실적도 -28.1%였다. 전체 휴대폰 수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정도다.

자동차는 수출이 마이너스이긴 하지만 감소폭이 줄었다. 현대자동차 파업이 끝났고 태풍 ‘차바’로 멈춰섰던 현대차 울산2공장이 재가동했기 때문이다.

수출은 지난 8월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하며 20개월 만에 힘겹게 플러스 전환했다. 하지만 지난달 다시 -5.9%로 고꾸라졌다. 10월 수출이 한 달 만에 플러스 반등할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산업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수출은 매월 20일 이후 실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남은 열흘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이달 전체 실적이 증가세로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