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대표적 ‘손학규계’인 이찬열 의원(사진)이 21일 탈당했다. 전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정계 복귀와 탈당을 선언한 이후 첫 동반 탈당이다.

이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나는 손 전 대표님과 함께 민주당에 들어왔고 은혜를 가장 많이 받았다”며 “이제는 도울 때가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의원 출신인 그는 손 전 대표가 2007년 한나라당을 떠날 때 함께 탈당했고, 2009년 재선거에서 손 전 대표 지원을 받아 당선돼 내리 3선을 했다. 손 전 대표가 이 의원에게 전화해 “나를 진심으로 도우려면 당에 남아야 한다”고 강하게 만류했으나 이 의원은 탈당을 강행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당 입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런 가능성은 없다”며 “손 전 대표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0여명 안팎인 손학규계 의원의 도미노 탈당 여부가 관심사다. 반응은 일단 제각각이다. 김병욱 의원은 “어제 기자회견 전 10여명과 티미팅을 했는데 탈당 얘기를 처음 들었다”며 “당황스럽고 쇼킹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우리는 아직 멍한 상태이고 입장 정리가 안 됐다”고 했다. 반면 이개호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손 전 대표는 정계 복귀와 함께 펴낸 책 《나의 목민심서-강진일기》에서 지난 8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게서 “새 당명을 포함해 모든 운영권을 열테니 국민의당으로 오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손 전 대표는 “그의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며 “우리 둘이 힘을 합쳐 10년 이상 갈 수 있는 정권교체를 하자”고 답했다고 썼다. 안 전 대표는 책 내용이 맞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전체적 맥락은 그대로”라고 인정했다.

이날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손 전 대표는 당분간 여론 흐름을 보며 ‘정중동’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정치권은 그가 안 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채 개헌론을 고리로 정치적 입지를 넓힐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운동체’와 같은 형태의 결사체를 만들어 국민의당과 통합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손 전 대표는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과도 조만간 접촉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