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구 안보이는 증시] 1% 등락도 힘겨운 '박스피'…한국증시 활력도 매력도 다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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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사는데 국내기관 왜 파나
장기투자 불신하는 펀드투자자 끊임없이 환매
■ '박스피 비관론' 왜 걷히지 않나
투자심리 냉랭…공매도 대기자금 60조 사상최대
장기투자 불신하는 펀드투자자 끊임없이 환매
■ '박스피 비관론' 왜 걷히지 않나
투자심리 냉랭…공매도 대기자금 60조 사상최대
한국 코스피지수가 지루한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성장률 회복과 기업실적 향상에 대한 믿음이 모두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대 수익률이 곤두박질치면서 시중에 넘쳐나는 자금은 부동산 시장으로만 향하고 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코스피지수가 5년 이상 박스권에 갇히면서 수익을 내지 못한 투자자들이 부동산이나 해외 증시로 속속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핵 문제와 정치적 불안정 등 경제 외적인 불안요인도 커지고 있다.
올해 주식시장 수급은 외국인 투자자의 귀환과 기관투자가의 이탈로 요약된다. 외국인 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10조6520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기관투자가가 7조9153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 상승에 찬물을 끼얹었다. 기관투자가의 순매도는 일차적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자금의 대규모 유출 때문이다. 박스권(코스피지수 1850~2100)에 익숙해진 투자자들이 코스피지수가 2000선 이상 수준에 도달하면 끊임없이 차익실현에 나서는 바람에 펀드에 돈이 모일 틈이 없다.
올 들어 주식형 펀드를 떠난 순유출 금액은 6조6700억여원에 달한다. 박스권 장세 초기인 2012년 초로 거슬러 올라가면 순유출 규모는 약 21조원에 이른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센터장은 “주요 상장사의 성장성이 눈에 띄게 둔화되면서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장기투자에 대한 믿음이 약화되면서 호재에 둔감하고 악재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투자자도 늘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외에 뚜렷한 주도주가 없는 것도 주식시장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16.9%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에 외국인과 기관의 자금이 쏠리면서 다른 종목들의 유동성을 낮췄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의 업황 부진과 구조조정 지연도 시장의 신뢰를 갉아먹은 요인이다.
반면 외국인은 박스권에 갇힌 한국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분석에 대형주들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미국 등 선진시장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아진 상태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에 불과한 한국주식 시장은 싸보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튼튼한 국가재정과 선진국 대비 높은 성장률도 우호적인 재료다. 하지만 북한 핵개발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과 외교적 마찰,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펼쳐질 정국 불안 등이 가시화될 경우 언제든 순매도로 전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수 흐름이 지지부진하자 거래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올 6월 5조1994억원에서 이달 4조5659억원으로 줄었다.
주식시장의 ‘손바뀜’을 의미하는 회전율도 감소 추세다. 2013년 237.44%에 달했던 유가증권시장 상장주식회전율은 2014년 199.84%로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일시적인 증시활황에 힘입어 319.13%까지 올랐지만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197.59%로 다시 떨어진 상태다. 시장 변동성도 크게 줄어들었다. 8월 이후 코스피지수가 1% 이상 오른 것은 고작 하루뿐이다.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공매도는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주식 대차(대여)잔액은 2013년 평균 40조원에서 작년 53조원, 올해 58조원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에는 6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과거처럼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며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양쪽 모두에서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공매도 물량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올해 주식시장 수급은 외국인 투자자의 귀환과 기관투자가의 이탈로 요약된다. 외국인 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10조6520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기관투자가가 7조9153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 상승에 찬물을 끼얹었다. 기관투자가의 순매도는 일차적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자금의 대규모 유출 때문이다. 박스권(코스피지수 1850~2100)에 익숙해진 투자자들이 코스피지수가 2000선 이상 수준에 도달하면 끊임없이 차익실현에 나서는 바람에 펀드에 돈이 모일 틈이 없다.
올 들어 주식형 펀드를 떠난 순유출 금액은 6조6700억여원에 달한다. 박스권 장세 초기인 2012년 초로 거슬러 올라가면 순유출 규모는 약 21조원에 이른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센터장은 “주요 상장사의 성장성이 눈에 띄게 둔화되면서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장기투자에 대한 믿음이 약화되면서 호재에 둔감하고 악재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투자자도 늘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외에 뚜렷한 주도주가 없는 것도 주식시장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16.9%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에 외국인과 기관의 자금이 쏠리면서 다른 종목들의 유동성을 낮췄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의 업황 부진과 구조조정 지연도 시장의 신뢰를 갉아먹은 요인이다.
반면 외국인은 박스권에 갇힌 한국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분석에 대형주들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미국 등 선진시장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아진 상태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에 불과한 한국주식 시장은 싸보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튼튼한 국가재정과 선진국 대비 높은 성장률도 우호적인 재료다. 하지만 북한 핵개발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과 외교적 마찰,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펼쳐질 정국 불안 등이 가시화될 경우 언제든 순매도로 전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수 흐름이 지지부진하자 거래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올 6월 5조1994억원에서 이달 4조5659억원으로 줄었다.
주식시장의 ‘손바뀜’을 의미하는 회전율도 감소 추세다. 2013년 237.44%에 달했던 유가증권시장 상장주식회전율은 2014년 199.84%로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일시적인 증시활황에 힘입어 319.13%까지 올랐지만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197.59%로 다시 떨어진 상태다. 시장 변동성도 크게 줄어들었다. 8월 이후 코스피지수가 1% 이상 오른 것은 고작 하루뿐이다.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공매도는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주식 대차(대여)잔액은 2013년 평균 40조원에서 작년 53조원, 올해 58조원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에는 6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과거처럼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며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양쪽 모두에서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공매도 물량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