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SPA '흔들'…의류주 '꿈틀'
글로벌 제조·직매형 의류(SPA) 공세로 힘을 쓰지 못한 국내 의류 브랜드 업체 주가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섬은 지난 한 달간 11.9% 상승했다. 이 기간 F&F는 25.6%, 신세계인터내셔날은 12.8%, LF는 9.5% 올랐다. 내수 침체로 인한 소비 부진과 글로벌 SPA의 진격에 밀려 하락세를 이어 온 국내 의류업체 주가가 오랜만에 힘을 받는 모양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수년간 국내 패션업계를 지배해온 글로벌 SPA들이 최근 성장률 둔화로 인해 폐점, 브랜드 철수 등의 고전을 겪고 있다”며 “반면 일부 국내 브랜드 매출은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꾸준히 오르던 유니클로의 분기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꺾였다. H&M과 자라 역시 연간 매출 증가율이 2012년 40%대에서 지난해 20%대까지 하락했다.

이 같은 틈새를 자체 브랜드 경쟁력으로 치고 들어갈 수 있는 국내 업체를 찾아야 할 시점이란 평가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국내 브랜드들 중에서도 SPA에 맞설 만한 좋은 대안이 많아졌고 실적 추정치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옥석을 가려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기존 브랜드 확장 전략으로 한섬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늘어난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즈’ 브랜드로 국내 1위 SPA사로 도약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3분기 영업이익 흑자 전환이 기대되고 있다. 4분기 매출 비중이 50%에 달하는 브랜드 ‘디스커버리’를 보유한 F&F에 주목할 시점이란 평가도 나온다.

반면 글로벌 SPA의 질주가 주춤하자 후방산업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 주가는 시들해지고 있다. 영원무역은 이달 들어 8.7% 하락했다. 한세실업 주가 역시 올 들어 49% 하락한 뒤 반전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SPA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 하락과 미국 의류시장에서의 오프라인 점포 쇠락으로 올해 OEM 업체들의 수주가 크게 감소했다”며 “투자 심리 악화와 가격 인하 압박 가능성을 고려하면 주가가 당장 반등하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