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걱정없는 교도소가 낫다"…60세 이상 재소자, 5년 만에 2배로
“차라리 교도소에 들어가고 싶어요.” 쌀쌀한 바람 때문에 추운 날씨를 보인 23일 서울 종로 탑골공원. 박모씨(74)는 “하루 먹고살기도 버겁다”며 “교도소에서 따뜻한 밥 먹는 게 낫겠다는 노인이 꽤 많다”고 말했다.

죄를 짓고 교도소에 갇힌 노인 재소자(수용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재소자 중 60대 이상 비율이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교도소도 고령화 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생활고를 못 견뎌 자발적으로 교도소행을 택하는 사례도 잦아지는 추세다.

◆노인들의 씁쓸한 선택

법무부에 따르면 매년 신규 재소자 중 60대 이상 비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2011년만 해도 5.8%에 불과했으나 올해(지난달 말 기준)는 10.6%까지 상승했다. 전체 재소자 가운데 60대 이상 비중도 9.8%에 달한다.

노인 재소자 증가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현상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60대 이상 인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다. 2010년(16.6%)보다 3.2%포인트 늘었다. 다른 이유도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고령 인구 증가 속도에 비해 노인 재소자가 좀 더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선 선진국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본에선 상점 절도의 35%가 60세 이상 노인이 저지른 것이라는 연구 결과(커스텀프로덕츠리서치)가 올해 초 나왔다.

노인 절도범 중 40%는 같은 범죄를 여섯 번 넘게 저지른 상습범이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올 3월 ‘일본 노인들이 60세 이상에게 지급되는 연간 연금액 78만엔(약 800만원)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의식주가 보장된 교도소행을 택하고 있다’는 분석기사를 싣기도 했다.

◆‘노인 범죄 재발 방지 프로그램 필요’

국내 절도 범죄 중 60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과 2012년 각각 5% 수준이었으나 2014년엔 8.6%로 높아졌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노인들의 절도 범죄 재범률(61.9%)은 다른 범죄보다 눈에 띄게 높다.

법무부 관계자는 “고령의 전과자들은 출소 후에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며 “경범죄를 저지르고 재입소하는 일이 잦다”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2014년부터 지방교정청별로 ‘노인 수형자 전담시설’을 정해 노인 전용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방교정청별로 각 1개 기관(서울남부교도소, 대구교도소, 대전교도소, 광주교도소)을 지정해 노인 수형자 맞춤형 시설과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징역형을 받더라도 노인 재소자에겐 건강 상태에 따라 종이가방 접기 등 가벼운 작업을 맡긴다. 건강검진도 연 2회(일반 재소자는 연 1회)로 늘렸다.

법무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노인 전용 교도소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1조2000억원 수준(작년 말 기준)인 전국 교도소 운영비용은 매년 3~4%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노인 재소자가 출소 후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재취업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