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차에 측근비리·게이트 …정권 힘빠지면서 터져나와
지지율 급락, 레임덕 빠져…사정·개헌 등 돌파카드 '판박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최순실 씨 의혹이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새누리당에서도 반발 기류가 일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도 역대 정부 ‘집권 4년차 징크스’를 피해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임기 4년차였던 1991년 ‘수서비리 사건’으로 장병조 당시 청와대 비서관 등이 구속되면서 국정 장악력이 한순간에 약화됐다. 1992년 충남 연기군의 조직적인 관권 선거 의혹이 드러나면서 궁지에 몰렸고, 노 전 대통령은 민주자유당을 탈당했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뒤엔 비자금 조성 등으로 감옥에 가야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 4년차에 차남 김현철 씨가 연루된 한보 게이트가 터졌다. 권력의 무게 중심은 유력 대선주자였던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 쪽으로 급속히 쏠렸다. 김 전 대통령은 1997년 신한국당을 탈당했고, 집권 말기 ‘식물 대통령’이란 소리를 들어야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 극복과 새천년민주당 창당,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임기 말 정현준·진승현·이용호 게이트가 잇따라 터졌고, 권력의 추와 정보가 야권으로 옮겨가면서 레임덕에 빠졌다. 김 전 대통령도 임기 말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땐 임기 후반기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 개발, 행담도 개발 스캔들과 ‘김재록 게이트’, ‘바다이야기’ 파문이 연이어 터지면서 권력의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내에서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 시작했고, 결국 노 전 대통령도 탈당했다. 이명박 정부 말기 땐 ‘영포(경북 영일-포항) 게이트’와 저축은행 비리 사태 등으로 파문이 일었다.
한국갤럽의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평가(1988~2016년) 자료에 따르면 정권 말 각종 게이트로 임기 초반 50~70%대에 이르던 지지율은 임기 말 어김없이 20%대 이하로 떨어졌다.
집권 말 레임덕을 돌파하기 위해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 모두 사정카드를 꺼냈다. 노 전 대통령의 전방위 부패 청산, 이 전 대통령의 토착·교육·권력형 등 3대 비리와의 전쟁 선포 등이 대표적이다.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권력구도만 바꾸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한 것도 정국 돌파용이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개헌 카드를 꺼낸 것도 최순실 씨 의혹들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각종 의혹이 임기 4년차에 불거지는 것은 5년 단임제의 속성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측근 비리나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 논란은 임기 초반부터 있었지만, 힘이 센 정권 초반에는 묻혀 있다가 권력이 하향곡선을 그리는 시점에 여기저기서 새나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