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국을 뒤덮은 '최순실 게이트'가 국내 증시에도 파장을 몰고 왔다.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증시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빌미로 정치테마주가 요동치는 모습이다.

테마주는 그러나 실체를 명확히 알수 없는데다 재료가 소멸할 경우 단기에 주가가 급락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문재인·안철수 테마주 급등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시장에서 문재인 테마주로 꼽히는 우리들휴브레인우리들제약은 전 거래일보다 각각 16.83%, 29.50% 치솟았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의 비선 실세 개입을 인정한 사과문을 발표한 후 부정적 여론이 커지면서 야권 대선 후보로 꼽히는 정치인 관련주에 투자 심리가 쏠린 것이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최씨는 박 대통령의 국내외 연설문을 비롯해 외교·안보 분야 기밀에 해당하는 비공개 대북 군사 접촉 문서까지 미리 받아봤다.

야권에서는 "두 명의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했다"는 비판이 나왔고, 여권 내에서도 최순실 게이트를 정리하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국이 블랙홀에 빠지면서 이 틈을 타 문재인 테마주를 포함한 정치테마주 전반이 들썩이고 있다.

전날 우리들휴브레인에 이어 이날 코스닥시장에서는 김무성 테마주로 거론되는 디지틀조선 주가가 7% 이상 뛰었다. 안철수와 유승민 테마주로 분류되는 안랩, 형지엘리트(코스피)도 각각 3% 가량 상승했다.

◆ 정치테마주 요동…연관성 글쎄

정치테마주는 올 들어 정치 관련 이슈가 나올 때마다 롤러코스터 타듯 심하게 출렁였다.

글로벌 경기 불황과 기업 실적 악화 등으로 올라갈 종목이 없는 상황에서 정치 재료가 더 크게 부각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테마주로 알려진 우리들휴브레인과 우리들제약은 올 들어 주가가 259%, 176% 폭등했다.

유승민 테마주로 꼽히는 형지엘리트도 105% 급등했다. 반기문 테마주인 성문전자지엔코 등도 각각 200% 넘게 뛰었다. 최근에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힐러리와 트럼프 관련 테마주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달 코스닥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 59개 중 64%에 달하는 기업은 테마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정치테마주로 집계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테마주로 거론되는 종목과 실제 해당 정치인 또는 특정 사안 간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없는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일부 정치테마주는 해당 정치인과 회사 대표가 대학 동문이라는 정도의 연관성만으로도 주가가 움직였다. 특히 테마주의 경우 변동성도 크고, 개인 투자자가 많아 손실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다.

현재로선 실체를 알 수 없는 테마주가 요동친다 해도 불공정거래를 포착하지 않는 한 규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박사)은 "테마주라는 건 정의하기도 힘들고 유의미한 통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며 "테마주 근절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시세조종이나 미공개정보이용행위 등 불공정거래를 근절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 밖에 업계 자율적으로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개인 투자자들이 테마주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