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2일 경주에서 일어난 규모 5.1과 5.8의 지진은 동일본 지진 영향을 받아 한반도 지각이 급격히 약해지면서 발생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26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대한지질학회 지진특별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내놨다. 홍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한반도 전체가 동쪽으로 2~5㎝ 끌려가면서 단단하던 암석권과 지각이 크게 약화됐다”며 “한반도가 급격히 확장되면서 지진을 유발하는 힘(응력)이 풀렸는데도 지진이 더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큰 지진이 일어나면 인근 지역에선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한다. 주변 지역에 전달된 에너지가 시간이 지나면서 풀리는 과정이다. 과학자들은 한반도 역시 동일본 대지진 이후 2012~2013년 크고 작은 지진이 일어나면서 땅에 축적된 힘이 풀린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014~2015년 예년 수준으로 돌아왔던 지진 빈도가 올 들어 높아졌다.

김우한 경상대 지질과학과 교수는 “한반도 지각에 어떤 변화가 있거나 응력 환경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경재복 한국교원대 교수는 “역사상 2000년 내 지진이 많이 일어난 곳은 경북 포항 북구 유계리와 이번 지진이 일어난 경주 내남면을 잇는 중북부, 중부지역에 집중돼 있다”며 “170㎞에 이르는 양산단층 중 이 지역에 대한 세심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경주 지진 이후 인근 지역에 힘이 가해지면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단층에서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우남칠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지진 발생 1주일 후 401개 국가지하수관측망의 관측공에서 지하수위를 분석한 결과 46개소에서 지진 발생 전과 다른 반응이 나타났다”며 “6개 관측소는 지진 발생 며칠 전부터 지하수위가 급격히 올라가거나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따라서 지하수의 비정상적 변동을 분석한다면 지진 영향을 받은 잠재 지진 위험지역을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