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미래로 가자
우리 앞에 닥친 문제 중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잠시만 주춤거려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정치권과 언론 보도를 보면 나라가 처한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 제시나 미래를 위한 담론은 찾기 어렵다. 그저 ‘드라마’를 쓰느라 여념이 없어 보인다.

지하철과 관광버스 사고 등 후진국형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예방대책과 시스템 점검에는 소홀하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은 떨어지고, 경제도 활력을 잃어간다. 중국과 선진국 사이에 끼여 정보기술(IT)산업마저 경쟁력이 밀리고 있다. 구조개혁은 더디고, 부동산시장만 달아오르고 있다. 북한은 연일 핵미사일로 협박하고,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가 으르렁거린다. 중국 어선은 한국 영해를 계속 침범하고, 일본 각료들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계속 한다.

일본은 자국의 ‘잃어버린 20년’은 부동산 버블로 촉발됐지만, 이것이 지속적인 요인은 아니었는데도 부동산에 정책을 집중한 게 잘못이었다고 반성한다. 일본이 20년 동안이나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 건 다른 이유가 크다고 한다. 첫째는 일본의 추격형 수출경제가 추월선을 넘지 못한 채 ‘아시아 네 마리 용(한국 싱가포르 대만 홍콩)’의 저가상품 공세와 선진국의 IT혁신으로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둘째는 자민당 장기집권 붕괴 이후 정치권의 이합집산과 잦은 선거에 따른 정치 불안정으로 국가가 방향타와 추진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일본이 다시 활력을 되찾고 있는 것은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한 뒤 안정적인 정치기반을 기초로, 국가 미래에 대한 확고한 계획과 과감한 투자, 국민적인 지지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국은 우리가 일본을 뒤쫓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우리를 따라잡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되풀이할지 모른다.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매일 꼭 같은 일을 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정신병자와 같다”고 했다. 잘못된 일을 들춰서 반성하고 징벌하는 것은 재발 방지와 교훈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여기에만 ‘올인’한다면 미래가 있을까.

추격당하는 자는 더 빠르게 달리거나 남들이 뛰어넘지 못할 높이의 담장을 뛰어넘어야 살 수 있다. 미래를 위해 더 많은 시간과 힘을 쏟아야 할 때다.

서종대 < 한국감정원장 jjds60@ka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