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밀레니엄포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경자유전 원칙, 현실과 동떨어져…개헌 논의 때 살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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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농업' 시대는 끝났다
R&D 통한 융합상품 개발 중요
1조달러 중국 식품시장 공략
새만금에 농업 기업들 유치해
네덜란드처럼 수출 강화해야
R&D 통한 융합상품 개발 중요
1조달러 중국 식품시장 공략
새만금에 농업 기업들 유치해
네덜란드처럼 수출 강화해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7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이 열린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 가장 먼저 모습을 나타냈다. 포럼 시작(오전 7시) 30분 전이었다. 행사장 입구에 서서 도착하는 회원들을 일일이 반갑게 맞았다. 김 장관은 이날 두꺼운 자료를 하나 들고 왔다. A4용지 22쪽 분량으로 제목은 ‘한국 농업이 가야 할 길’. 지난달 취임 직전, 부처 공무원을 교육하기 위해 직접 만들었다. 이 자료에는 34년간 농업 분야에서 공직을 보낸 김 장관의 농정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 장관은 기조발제에서 “‘먹는 농업’ 시대는 끝났지만 농정의 예산과 조직은 여전히 ‘먹는 농업’에 집중돼 있다”며 “이런 비대칭 구조를 고치고, 농업과 비농업, 도시와 농촌 등의 관점에서 농업을 바라보는 이분법적 사고를 깨야 한국 농업이 제대로 된 발전을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업 분야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농산물을 이용한 친환경 소재를 만들고 새로운 식품도 개발하는 등 융복합 산업으로 가야 한다”며 “2014년 식품시장 규모가 1조223억달러로 미국보다 커진 중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가까운 새만금지역에 농업 관련 산업을 유치해야 한다”며 “네덜란드는 이런 방식으로 농업 수출액을 미국에 이은 2위로 키워냈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의 기조발제 후 이어진 밀레니엄포럼 회원들과의 토론 내용을 정리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쌀에 농정 예산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은 지난 20년간 반복돼온 문제다. 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한국 농업 발전이 어려울 것 같다. 직불금을 축소하면 농민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텐데 방안은 뭔가.
▷김재수 장관=단순히 직불금을 줄인다기보다 제도 체계를 근본적으로 수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집행 방식을 바꾸고 난립한 직불금을 통폐합하는 방향이다.
▷장종현 리마 대표=농업은 1차산업, 가공하면 2차산업이다. 기업이 진출하면 농업을 단순히 1·2차 산업에 남도록 놔주지 않는다. 한국 농업이 따라야 할 벤치마크 대상을 찾아야 한다. 이스라엘은 애그텍(애그리컬처+테크놀로지)이란 용어가 있을 정도로 앞서나가고 있다.
▷김 장관=이스라엘은 ‘창조농업’의 본산이다. 물을 멀리서 끌어와 사막에 한 방울씩 떨어뜨려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한 것이다. 적극 검토하겠다.
▷오종남 서울대 명예교수(새만금위원회 위원장)=전국 가구 중 농업에 종사하는 비율은 5%지만, 부가가치 생산 비중은 2%에 그친다. 전형적인 생계형 농업이다. 흉년이 들어도 망하고, 풍년이 들어도 값이 떨어져 망한다. 채소값 널뛰기가 대표적이다. 대책이 뭔가.
▷김 장관=채소값 문제도 이스라엘처럼 풀려고 한다. 여름에 나오는 고랭지 배추는 생산 지역이 제한적이다. 여기에 날씨가 변하면 생산이 더 준다. 60억원을 들여 대관령에 저수지를 만들어 재배 지역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장 대표=농업의 기업화와 함께 농산물 대상의 선물시장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 장관=공감한다. 가능성이 있는 게 쌀이다. 기초연구를 해오고 있는데 깊이 있는 연구까진 아직 못 나갔다. 보완하겠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개헌을 제안했다. 헌법에는 아직도 경자유전(耕者有田·농사 지을 땅은 농사꾼만이 소유해야 한다)의 원칙이 적혀 있는데, 손볼 생각이 있는가.
▷김 장관=헌법에 보면 소작농은 금지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임차 비율이 50%에 이른다. 이 분야도 토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헌 논의가 벌어지면 토론해서 실정에 맞게 방향을 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갑영 한국생산성본부 고문(전 연세대 총장)=농업이 발전하려면 ‘생명과학’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 국가연구 배분에서도 가장 하위에 있다. 이스라엘은 보유 특허 중 40%가 농업이다. 지금처럼 연구개발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농업의 고도화는 요원하다.
김재후/황정수 기자 hu@hankyung.com
김 장관은 기조발제에서 “‘먹는 농업’ 시대는 끝났지만 농정의 예산과 조직은 여전히 ‘먹는 농업’에 집중돼 있다”며 “이런 비대칭 구조를 고치고, 농업과 비농업, 도시와 농촌 등의 관점에서 농업을 바라보는 이분법적 사고를 깨야 한국 농업이 제대로 된 발전을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업 분야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농산물을 이용한 친환경 소재를 만들고 새로운 식품도 개발하는 등 융복합 산업으로 가야 한다”며 “2014년 식품시장 규모가 1조223억달러로 미국보다 커진 중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가까운 새만금지역에 농업 관련 산업을 유치해야 한다”며 “네덜란드는 이런 방식으로 농업 수출액을 미국에 이은 2위로 키워냈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의 기조발제 후 이어진 밀레니엄포럼 회원들과의 토론 내용을 정리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쌀에 농정 예산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은 지난 20년간 반복돼온 문제다. 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한국 농업 발전이 어려울 것 같다. 직불금을 축소하면 농민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텐데 방안은 뭔가.
▷김재수 장관=단순히 직불금을 줄인다기보다 제도 체계를 근본적으로 수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집행 방식을 바꾸고 난립한 직불금을 통폐합하는 방향이다.
▷장종현 리마 대표=농업은 1차산업, 가공하면 2차산업이다. 기업이 진출하면 농업을 단순히 1·2차 산업에 남도록 놔주지 않는다. 한국 농업이 따라야 할 벤치마크 대상을 찾아야 한다. 이스라엘은 애그텍(애그리컬처+테크놀로지)이란 용어가 있을 정도로 앞서나가고 있다.
▷김 장관=이스라엘은 ‘창조농업’의 본산이다. 물을 멀리서 끌어와 사막에 한 방울씩 떨어뜨려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한 것이다. 적극 검토하겠다.
▷오종남 서울대 명예교수(새만금위원회 위원장)=전국 가구 중 농업에 종사하는 비율은 5%지만, 부가가치 생산 비중은 2%에 그친다. 전형적인 생계형 농업이다. 흉년이 들어도 망하고, 풍년이 들어도 값이 떨어져 망한다. 채소값 널뛰기가 대표적이다. 대책이 뭔가.
▷김 장관=채소값 문제도 이스라엘처럼 풀려고 한다. 여름에 나오는 고랭지 배추는 생산 지역이 제한적이다. 여기에 날씨가 변하면 생산이 더 준다. 60억원을 들여 대관령에 저수지를 만들어 재배 지역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장 대표=농업의 기업화와 함께 농산물 대상의 선물시장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 장관=공감한다. 가능성이 있는 게 쌀이다. 기초연구를 해오고 있는데 깊이 있는 연구까진 아직 못 나갔다. 보완하겠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개헌을 제안했다. 헌법에는 아직도 경자유전(耕者有田·농사 지을 땅은 농사꾼만이 소유해야 한다)의 원칙이 적혀 있는데, 손볼 생각이 있는가.
▷김 장관=헌법에 보면 소작농은 금지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임차 비율이 50%에 이른다. 이 분야도 토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헌 논의가 벌어지면 토론해서 실정에 맞게 방향을 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갑영 한국생산성본부 고문(전 연세대 총장)=농업이 발전하려면 ‘생명과학’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 국가연구 배분에서도 가장 하위에 있다. 이스라엘은 보유 특허 중 40%가 농업이다. 지금처럼 연구개발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농업의 고도화는 요원하다.
김재후/황정수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