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하는 기업, 함께 가는 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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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지역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나눔경영 기업…신뢰자본 쌓으면 위기상황에도 굳건
소비자 직접 만나는 B2C 기업,돌발악재 위험 노출돼 있어
'착한 회사' 평판 쌓여 있다면 매출 신장 넘어 든든한 보험
소비자 직접 만나는 B2C 기업,돌발악재 위험 노출돼 있어
'착한 회사' 평판 쌓여 있다면 매출 신장 넘어 든든한 보험
지하철 역사 내에 점포가 빽빽이 들어선 일본 도쿄처럼 서울 지하철의 상권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지상 매장보다 유동인구와 임대료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영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갈아탈 수 있는 환승역마다 화장품과 편의점, 간식거리를 파는 점포가 즐비하다. 지하철 점포들의 특징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더욱 민감하다는 것이다. 갈 길이 바쁜 승객들을 붙잡기 위해서다. 구수한 향기를 풍기며 오븐에서 갓 구워낸 빵 한 덩어리가 1000원이다. 한 줄에 1000원인 꼬마김밥도 호주머니를 열게 한다.
‘착한가격’과 윤리성 확보가 관건
저성장 시대를 맞아 대다수 국민의 씀씀이가 줄어들면서 ‘착한 가격’ 시대가 열렸다. 지급한 돈에 비해 더 큰 만족도를 제공해야만 고객의 2차 구매를 이끌어낼 수 있다. 가성비 못지않게 소비를 좌우하는 요인이 해당 기업의 윤리성 확보 여부다.
어떤 기업도 돌발악재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은 더욱 그러하다. 사태 수습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진솔한 사과와 피해자에 대한 과감한 보상만으론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소비자로부터 ‘착한 회사’라는 인상과 ‘같이 가고 싶은 기업’이란 공감을 얻어낸다면 이런 위기를 맞아도 극복하기가 쉬워질 것이다. ‘나눔경영’으로 신뢰자본 확충
자본주의사회에서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면서 고용도 유지해야 하는 책무를 진다. 법을 지키며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할 뿐 아니라 근로자와 투자자, 소비자가 요구하는 윤리기준에 맞춰 경영활동을 벌여야 한다. 평소 신규 일자리를 꾸준히 늘리면서 취약계층의 자활을 돕는 봉사활동에 임하고 환경보호에도 앞장서야 일류 기업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굳건히 하고 국가와 지역공동체 발전에 적극 기여하는 기업이라면 어지간한 악재도 능히 돌파할 수 있다. 회사와 해당 브랜드가 갖고 있는 긍정적 이미지는 매출 신장과 이익 증대에 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위기에선 ‘신뢰자본’으로 보험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많은 기업이 품질 경쟁력 확보에 못지않게 ‘나눔경영’을 중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선진국 기업일수록 전 세계 상위 10%의 소비자를 겨냥해 첨단 기능을 갖춘 고부가가치 신제품 및 멋진 디자인과 뛰어난 기능을 보유한 명품 개발에 나선다. 이에 비해 킥스타트는 케냐의 가난한 농민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하는 데 정성을 쏟았다. 발로 밟아 작동하는 관개용 펌프를 저렴한 값에 팔아 농민들이 마음 놓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자 농민들의 연평균 소득은 구매 전 110달러에서 1000달러 수준으로 급증했다. 킥스타트처럼 시장경제의 원리를 따르면서도 취약계층의 자활 의지와 능력을 키우는 것이 나눔경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현실에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도 나눔경영의 일환이 될 수 있다. 청년실업 사태가 악화되고 중장년의 취업난도 심화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기업은 직원들에게 금전적인 보수는 비록 낮지만 정신적으로 높은 만족을 줄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치료받고 능력만큼 지급
신자유주의 경제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승자독식의 세계이고 탈락자에 대한 배려가 적다는 것이다. 무한경쟁이 가열화되면서 빈곤이 세습되고 국민의 80%를 가난하게 만들고 20%를 살찌운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근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논란도 이 같은 지적과 연관성이 크다.
인도에서 값싼 의료용품을 전문적으로 생산, 판매하는 오로랩을 세운 데이비드 그린은 ‘배려자본주의’를 강조한다. 그는 인도에서 인공수정체를 아주 싸게 팔고 선진국에는 다소 비싸게 파는 등 수출 대상 국가의 국민소득에 따라 판매가격을 책정했다. 의료 문턱을 낮추기 위해 부자와 빈자가 필요에 따라 치료받고 능력에 따라 의료비를 낸다는 ‘차등 의료비 징수 시스템’도 설계했다.
나눔경영은 흐트러진 세계를 정돈하고 헝클어진 사회를 추스르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체제 전복보다는 점진적인 혁신을 추구하고 질시와 갈등보다는 협력과 연대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 공동선에 기여한다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면서도 ‘나눔과 배려’라는 사회윤리적 성과 창출에 나서는 것이 절실하다. 기업가정신으로 정부나 사회복지단체가 풀지 못하는 난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에 옮긴다면 나눔경영의 글로벌 모범 기업이 될 수 있다.
최승욱 특집기획부장 swchoi@hankyung.com
저성장 시대를 맞아 대다수 국민의 씀씀이가 줄어들면서 ‘착한 가격’ 시대가 열렸다. 지급한 돈에 비해 더 큰 만족도를 제공해야만 고객의 2차 구매를 이끌어낼 수 있다. 가성비 못지않게 소비를 좌우하는 요인이 해당 기업의 윤리성 확보 여부다.
어떤 기업도 돌발악재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은 더욱 그러하다. 사태 수습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진솔한 사과와 피해자에 대한 과감한 보상만으론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소비자로부터 ‘착한 회사’라는 인상과 ‘같이 가고 싶은 기업’이란 공감을 얻어낸다면 이런 위기를 맞아도 극복하기가 쉬워질 것이다. ‘나눔경영’으로 신뢰자본 확충
자본주의사회에서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면서 고용도 유지해야 하는 책무를 진다. 법을 지키며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할 뿐 아니라 근로자와 투자자, 소비자가 요구하는 윤리기준에 맞춰 경영활동을 벌여야 한다. 평소 신규 일자리를 꾸준히 늘리면서 취약계층의 자활을 돕는 봉사활동에 임하고 환경보호에도 앞장서야 일류 기업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굳건히 하고 국가와 지역공동체 발전에 적극 기여하는 기업이라면 어지간한 악재도 능히 돌파할 수 있다. 회사와 해당 브랜드가 갖고 있는 긍정적 이미지는 매출 신장과 이익 증대에 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위기에선 ‘신뢰자본’으로 보험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많은 기업이 품질 경쟁력 확보에 못지않게 ‘나눔경영’을 중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선진국 기업일수록 전 세계 상위 10%의 소비자를 겨냥해 첨단 기능을 갖춘 고부가가치 신제품 및 멋진 디자인과 뛰어난 기능을 보유한 명품 개발에 나선다. 이에 비해 킥스타트는 케냐의 가난한 농민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하는 데 정성을 쏟았다. 발로 밟아 작동하는 관개용 펌프를 저렴한 값에 팔아 농민들이 마음 놓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자 농민들의 연평균 소득은 구매 전 110달러에서 1000달러 수준으로 급증했다. 킥스타트처럼 시장경제의 원리를 따르면서도 취약계층의 자활 의지와 능력을 키우는 것이 나눔경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현실에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도 나눔경영의 일환이 될 수 있다. 청년실업 사태가 악화되고 중장년의 취업난도 심화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기업은 직원들에게 금전적인 보수는 비록 낮지만 정신적으로 높은 만족을 줄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치료받고 능력만큼 지급
신자유주의 경제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승자독식의 세계이고 탈락자에 대한 배려가 적다는 것이다. 무한경쟁이 가열화되면서 빈곤이 세습되고 국민의 80%를 가난하게 만들고 20%를 살찌운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근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논란도 이 같은 지적과 연관성이 크다.
인도에서 값싼 의료용품을 전문적으로 생산, 판매하는 오로랩을 세운 데이비드 그린은 ‘배려자본주의’를 강조한다. 그는 인도에서 인공수정체를 아주 싸게 팔고 선진국에는 다소 비싸게 파는 등 수출 대상 국가의 국민소득에 따라 판매가격을 책정했다. 의료 문턱을 낮추기 위해 부자와 빈자가 필요에 따라 치료받고 능력에 따라 의료비를 낸다는 ‘차등 의료비 징수 시스템’도 설계했다.
나눔경영은 흐트러진 세계를 정돈하고 헝클어진 사회를 추스르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체제 전복보다는 점진적인 혁신을 추구하고 질시와 갈등보다는 협력과 연대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 공동선에 기여한다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면서도 ‘나눔과 배려’라는 사회윤리적 성과 창출에 나서는 것이 절실하다. 기업가정신으로 정부나 사회복지단체가 풀지 못하는 난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에 옮긴다면 나눔경영의 글로벌 모범 기업이 될 수 있다.
최승욱 특집기획부장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