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 Issue focus] 새프라 캐츠 오라클 공동CEO,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일 중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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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인사까지 '손금 보듯' 오라클 관리
연봉 600억원의 신화를 이뤘다
뭐든지 잘한 엘리트
투자은행에서 사회생활 시작…조용하지만 철두철미한 일 처리
입사 10년 만에 관리이사 승진
숫자에 능한 완벽주의자
피플소프트·썬마이크로 등 5년새 80여건 M&A 이끌어
실리콘밸리서도 역량 인정
오라클에 날개를 달다
클라우드 분야 경쟁력 확보, 소비자지원 조직 전면 개편
'가장 강력한 IT여성 7인'에
연봉 600억원의 신화를 이뤘다
뭐든지 잘한 엘리트
투자은행에서 사회생활 시작…조용하지만 철두철미한 일 처리
입사 10년 만에 관리이사 승진
숫자에 능한 완벽주의자
피플소프트·썬마이크로 등 5년새 80여건 M&A 이끌어
실리콘밸리서도 역량 인정
오라클에 날개를 달다
클라우드 분야 경쟁력 확보, 소비자지원 조직 전면 개편
'가장 강력한 IT여성 7인'에
세계에서 연봉이 가장 많은 여성 기업인을 꼽을 때마다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새프라 캐츠 오라클 공동 최고경영자(CEO·54)다. 그는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 오라클을 이끌며 지난해 5320만달러(약 603억원)를 받았다.
기본금 95만달러와 함께 계약에 따라 받게 되는 주식(스톡옵션) 2464만달러어치, 성과급 형식의 주식 2079만달러어치가 더해진 돈이다. 안젤라 아렌츠 애플 수석 부사장(7300만달러)에 이어 글로벌 2위다. 2016회계연도 연매출 370억달러(약 42조원), 순이익 80억달러의 오라클은 캐츠 CEO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연봉을 아끼지 않았다.
캐츠의 위상은 연봉뿐만 아니라 언론 평가에서도 잘 드러난다. 미국 경영전문지 포천은 2009년 이후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명의 여성 기업인’에 캐츠를 두 번 올렸다. 포브스도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수전 워치츠키 유튜브 CEO 등과 함께 ‘2015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술업계 7명의 여성’으로 선정했다.
숫자에 밝은 완벽주의자
캐츠 CEO는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뒤 6세에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전형적인 ‘엄친딸(뭐든지 잘하는 엄마 친구 딸)’이었다. 매사추세츠주(州) 브루클린고교를 졸업한 뒤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다녔다.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하버드 로스쿨에서도 공부했다. 말 그대로 엘리트 코스를 착실히 밟았다.
그는 1986년 도널드슨루프킨앤드젠렛(DLJ) 투자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0년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가 인수한 회사로 캐츠가 재직 당시 1만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했을 만큼 큰 회사였다. 그는 날고 기는 동료들을 제치고 입사 10년 만에 선임 부사장을 거쳐 관리이사까지 올랐다.
캐츠는 숫자에 능했다. 그는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 겸 회장이 1999년 왜 자신을 영입했는지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발표용 프로그램) 파워포인트를 쓰지 않는다. (계산용 프로그램) 엑셀만 쓴다.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다면 무엇도 신경 쓰지 않는다.” 숫자를 기반으로 한 완벽주의 덕분에 실리콘밸리에서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사람’으로 통했다. 영화 ‘아이언맨’ 주인공(토니 스타크 회장)의 롤모델이자 실리콘밸리의 ‘괴짜’ 경영인 엘리슨 회장은 철두철미하고 조용한 일처리에 매료돼 사사건건 캐츠를 찾았다. 2014년 캐츠가 마크 허드와 함께 공동 CEO에 오르기 전부터 오라클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소리가 나왔다.
오라클을 손금 보듯 하는 ‘일중독자’
캐츠 CEO는 자타가 공인하는 일중독자였다. 두 명의 아이는 작가인 남편이 키웠다. 그는 모든 역량을 오라클에 쏟았고 오라클에 대해서는 재무회계부터 인사관리까지 어떤 분야든 손금 보듯 했다. 엘리슨 회장의 경영방침이 회사 전체에 적용되도록 했다. 70여개 회사로 잘게 쪼개진 오라클을 통폐합하는 작업도 마무리지었다. 소비자지원 조직을 전면 개편해 연중무휴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했다. 반발이 많았지만 캐츠 CEO는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았다.
오라클이 진행한 대부분의 인수합병(M&A)에도 관여했다. 2004년 오라클 최대 M&A로 평가받는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체 피플소프트를 103억달러에 차지한 것도 캐츠의 작품이었다. 적대적 인수를 당하지 않겠다며 안간힘을 쓰는 피플소프트와 피플소프트 인수는 반독점법 위반이라는 미국 법무부의 반대를 이겨냈다. 피플소프트는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기존주주에게 신주를 저가에 발행하는 포이즌필까지 동원하겠다며 맞섰지만 결국 캐츠 CEO에 무릎을 꿇었다.
캐츠 CEO는 2008년 BEA시스템즈(85억달러), 2009년 썬마이크로시스템즈(74억달러), 2014년 마이크로시스템즈(53억달러) 인수를 주도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인수 가격을 높여달라는 요구를 엘리슨 회장이 아니라 캐츠 CEO에게 할 정도로 캐츠 CEO는 실리콘밸리에서 역량을 인정받았다. 캐츠 CEO는 지난 7월 기업자원관리 시스템업계 글로벌 1위 넷스위트를 93억달러에 끌어들이며 오라클 사상 두 번째 딜을 마무리지었다. 지난 5년간 캐츠 CEO의 손을 거친 M&A만 80건이 넘는다.
“성능 1000% 높여야 소비자가 만족”
오라클이 클라우드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초석을 마련했다는 공로도 인정받는다. 기업들이 자신의 자료를 직접 보유 관리하지 않고 특정 사업자가 제공하는 가상의 공간에 두는 것이 클라우드다. 오라클은 초기에 클라우드 시장을 외면했다. 엘리슨 회장은 “클라우드는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오라클의 예상과 달리 클라우드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닷컴에 밀려 고전했다. 캐츠 CEO는 후발주자의 불리함을 딛고 클라우드에 집중한 끝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미국 경영전문지 포천은 “캐츠가 엘리슨 회장과 오라클밖에는 신경 쓰지 않았고, 정체를 쉽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예술작품을 빚어내듯 업무를 처리해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집요하게 일했다. 회의 도중 자리를 뜨려는 엘리슨 회장의 팔을 부여잡고 다시 앉히기도 했다. 그는 “지금 가면 안 됩니다. 정말 중요한 논의고 회장님에게 시간이 있다는 것도 압니다”며 엘리슨 회장을 놔주지 않았다. 오라클에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캐츠 CEO가 유일했다.
좀처럼 공개석상에 얼굴을 비치지 않는 캐츠 CEO가 지난달 2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오라클 오픈월드 2016’의 비즈테크샌프란시스코 대담회에서 강연을 했다. 그는 “성능을 5~10% 높이는 정도로는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고 100%, 1000% 좋아야 한다”며 “우리 고객을 성공으로 이끌어야 우리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기본금 95만달러와 함께 계약에 따라 받게 되는 주식(스톡옵션) 2464만달러어치, 성과급 형식의 주식 2079만달러어치가 더해진 돈이다. 안젤라 아렌츠 애플 수석 부사장(7300만달러)에 이어 글로벌 2위다. 2016회계연도 연매출 370억달러(약 42조원), 순이익 80억달러의 오라클은 캐츠 CEO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연봉을 아끼지 않았다.
캐츠의 위상은 연봉뿐만 아니라 언론 평가에서도 잘 드러난다. 미국 경영전문지 포천은 2009년 이후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명의 여성 기업인’에 캐츠를 두 번 올렸다. 포브스도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수전 워치츠키 유튜브 CEO 등과 함께 ‘2015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술업계 7명의 여성’으로 선정했다.
숫자에 밝은 완벽주의자
캐츠 CEO는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뒤 6세에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전형적인 ‘엄친딸(뭐든지 잘하는 엄마 친구 딸)’이었다. 매사추세츠주(州) 브루클린고교를 졸업한 뒤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다녔다.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하버드 로스쿨에서도 공부했다. 말 그대로 엘리트 코스를 착실히 밟았다.
그는 1986년 도널드슨루프킨앤드젠렛(DLJ) 투자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0년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가 인수한 회사로 캐츠가 재직 당시 1만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했을 만큼 큰 회사였다. 그는 날고 기는 동료들을 제치고 입사 10년 만에 선임 부사장을 거쳐 관리이사까지 올랐다.
캐츠는 숫자에 능했다. 그는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 겸 회장이 1999년 왜 자신을 영입했는지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발표용 프로그램) 파워포인트를 쓰지 않는다. (계산용 프로그램) 엑셀만 쓴다.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다면 무엇도 신경 쓰지 않는다.” 숫자를 기반으로 한 완벽주의 덕분에 실리콘밸리에서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사람’으로 통했다. 영화 ‘아이언맨’ 주인공(토니 스타크 회장)의 롤모델이자 실리콘밸리의 ‘괴짜’ 경영인 엘리슨 회장은 철두철미하고 조용한 일처리에 매료돼 사사건건 캐츠를 찾았다. 2014년 캐츠가 마크 허드와 함께 공동 CEO에 오르기 전부터 오라클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소리가 나왔다.
오라클을 손금 보듯 하는 ‘일중독자’
캐츠 CEO는 자타가 공인하는 일중독자였다. 두 명의 아이는 작가인 남편이 키웠다. 그는 모든 역량을 오라클에 쏟았고 오라클에 대해서는 재무회계부터 인사관리까지 어떤 분야든 손금 보듯 했다. 엘리슨 회장의 경영방침이 회사 전체에 적용되도록 했다. 70여개 회사로 잘게 쪼개진 오라클을 통폐합하는 작업도 마무리지었다. 소비자지원 조직을 전면 개편해 연중무휴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했다. 반발이 많았지만 캐츠 CEO는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았다.
오라클이 진행한 대부분의 인수합병(M&A)에도 관여했다. 2004년 오라클 최대 M&A로 평가받는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체 피플소프트를 103억달러에 차지한 것도 캐츠의 작품이었다. 적대적 인수를 당하지 않겠다며 안간힘을 쓰는 피플소프트와 피플소프트 인수는 반독점법 위반이라는 미국 법무부의 반대를 이겨냈다. 피플소프트는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기존주주에게 신주를 저가에 발행하는 포이즌필까지 동원하겠다며 맞섰지만 결국 캐츠 CEO에 무릎을 꿇었다.
캐츠 CEO는 2008년 BEA시스템즈(85억달러), 2009년 썬마이크로시스템즈(74억달러), 2014년 마이크로시스템즈(53억달러) 인수를 주도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인수 가격을 높여달라는 요구를 엘리슨 회장이 아니라 캐츠 CEO에게 할 정도로 캐츠 CEO는 실리콘밸리에서 역량을 인정받았다. 캐츠 CEO는 지난 7월 기업자원관리 시스템업계 글로벌 1위 넷스위트를 93억달러에 끌어들이며 오라클 사상 두 번째 딜을 마무리지었다. 지난 5년간 캐츠 CEO의 손을 거친 M&A만 80건이 넘는다.
“성능 1000% 높여야 소비자가 만족”
오라클이 클라우드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초석을 마련했다는 공로도 인정받는다. 기업들이 자신의 자료를 직접 보유 관리하지 않고 특정 사업자가 제공하는 가상의 공간에 두는 것이 클라우드다. 오라클은 초기에 클라우드 시장을 외면했다. 엘리슨 회장은 “클라우드는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오라클의 예상과 달리 클라우드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닷컴에 밀려 고전했다. 캐츠 CEO는 후발주자의 불리함을 딛고 클라우드에 집중한 끝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미국 경영전문지 포천은 “캐츠가 엘리슨 회장과 오라클밖에는 신경 쓰지 않았고, 정체를 쉽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예술작품을 빚어내듯 업무를 처리해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집요하게 일했다. 회의 도중 자리를 뜨려는 엘리슨 회장의 팔을 부여잡고 다시 앉히기도 했다. 그는 “지금 가면 안 됩니다. 정말 중요한 논의고 회장님에게 시간이 있다는 것도 압니다”며 엘리슨 회장을 놔주지 않았다. 오라클에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캐츠 CEO가 유일했다.
좀처럼 공개석상에 얼굴을 비치지 않는 캐츠 CEO가 지난달 2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오라클 오픈월드 2016’의 비즈테크샌프란시스코 대담회에서 강연을 했다. 그는 “성능을 5~10% 높이는 정도로는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고 100%, 1000% 좋아야 한다”며 “우리 고객을 성공으로 이끌어야 우리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