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찰관이 지난 26일 서울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서 시민의 112 신고를 접수하고 있다. 경찰관이 신고자의 위치와 신고 내용을 가운데 화면에 입력하면 서울지역 31개 경찰서의 112종합상황실로 즉각 전달된다. 접수 경찰관은 정확한 위치 파악을 위해 왼쪽엔 지형 파악이 가능한 위성지도를, 오른쪽엔 신고자 위치와 가까운 순찰차 위치가 함께 뜨는 GPS 지도를 띄워놓는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한 경찰관이 지난 26일 서울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서 시민의 112 신고를 접수하고 있다. 경찰관이 신고자의 위치와 신고 내용을 가운데 화면에 입력하면 서울지역 31개 경찰서의 112종합상황실로 즉각 전달된다. 접수 경찰관은 정확한 위치 파악을 위해 왼쪽엔 지형 파악이 가능한 위성지도를, 오른쪽엔 신고자 위치와 가까운 순찰차 위치가 함께 뜨는 GPS 지도를 띄워놓는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지난 26일 밤 11시15분 서울 관악구의 한 버스정류장. 술에 취한 한 남성이 버스를 기다리던 여성 A씨(27)를 뒤에서 껴안고 추행했다. A씨는 소리를 지르며 밀쳐냈다. 도망칠 순 없었다. 버스전용차로 옆에 있는 버스정류장 구역에 갇힌 신세였다.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었다. 남성은 히죽거리며 노려봤다. A씨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에 ‘112’를 누르고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서울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 최미희 경위(42)는 A씨 신고를 받자마자 ‘코드 0’ 버튼을 눌렀다. ‘비상 상황’을 뜻한다. 330㎡ 규모의 상황실에 사이렌이 울렸다. 대형 스크린엔 붉은 표시등이 켜졌다. 낙성대지구대 순찰차 3대가 현장으로 달렸다. 피의자의 도주를 막기 위해 형사기동대도 출동했다. 해당 남성은 신고 2분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도망치면 따라올 거 같아 무서웠는데 경찰이 빨리 와줘 위험을 피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112 ‘치안의 심장’

[경찰팀 리포트] '치안의 심장부' 서울경찰청 112종합상황실
서울청 112종합상황실은 서울 전역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사고 대응의 컨트롤타워다. 서울 지역의 모든 112 신고가 이곳으로 접수된다. 상황실엔 24시간 50여명이 근무한다. 182명이 4조 2교대로 투입된다.

상황실은 공공도서관을 연상하게 한다. 신고 접수를 하는 칸막이 39개가 줄을 맞춰 마련돼 있다. 천장은 높다. 서울청 건물 2개층을 뚫어놓았다. 112 신고 접수 시 웅성거리는 소음을 피하기 위해서다. 뒷면에는 112 접수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거대한 스크린 화면을 띄워놓고 있다. 벽 최상단에는 ‘단 1초! 신고자에겐 절박한 순간입니다!’라는 표어가 쓰여 있다.

경찰관들은 ‘숨소리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신고 전화를 받는다. 음성만으로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만큼 집중력이 중요하다. 전화를 받았는데 신고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면 주위에서 작게라도 뭔가 깨지거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지,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지, 신고자가 내뱉는 숨소리는 어떤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상황실 김상희 경위(43)는 “전화 한 통에 생명을 건 사람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날마다 전깃줄 위를 걷는 기분”이라며 “별일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는 선입견을 갖지 않고 한 번 더 의심해본다”고 말했다.

정확한 위치 알림과 기지가 ‘생명’

가장 중요한 건 신고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112 전화를 가까운 경찰서나 파출소에서 받는 줄로 잘못 아는 국민이 많다. 급한 마음에 ‘사거리 막국숫집 앞’ 등으로 설명할 경우 출동까지 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경찰은 필요할 경우 기지국이나 위치확인시스템(GPS), 와이파이 무선AP 확인 등으로 위치를 추적할 수 있지만 오차가 있을 수 있다.

신고자가 위치를 설명하기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수도 있다. 경찰은 위기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야 한다. 실제 있었던 사례다. 중년 여성 B씨는 서울 영등포구의 한 모텔에서 이혼한 전남편을 만났다가 심한 폭행을 당하고 112로 전화했다. 그는 “긴급신고 112입니다”라며 전화를 받은 김성은 경사(41)에게 “민지야, 저녁은 먹었니?”라고 말했다. 김 경사는 위기 상황을 직감했다. 장소 파악을 위해 “엄마, 어디예요?”라고 물었다. 전 남편이 “딸이 맞느냐”고 전화기를 빼앗자 “아빠, 오랜만에 통화한다고 내 목소리도 몰라요? 엄마랑 통화하고 싶어요”라고 대처했다. 경찰은 이 통화로 B씨의 위치를 파악해 피의자를 붙잡았다.

단순민원·상담은 110으로

112에 신고를 하면 세 단계를 거쳐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한다. 신고자의 전화를 받은 서울청 112 요원이 사건·사고 발생 장소와 내용을 듣고 시스템에 입력하는 게 첫 번째 단계다. 입력된 신고 정보는 서울 지역 31개 경찰서의 112종합상황실에 즉각 공유된다. 같은 정보가 현장에서 근무 중인 경찰관들의 순찰차 내비게이션과 스마트폰에도 뜬다. 사건 발생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서가 현장과 가장 가까운 순찰차에 무전으로 출동 지령을 내려 경찰관을 보낸다. 출동 속도는 사건·사고의 긴급성에 따라 다르다. 서울청 112 요원은 신고를 접수할 때 5개의 코드(코드0~코드4) 중 하나를 지정한다.

지난해 서울청에 접수된 112 신고는 총 442만8878건이다. 살인이나 강도 절도 납치감금 성폭력 등 중대 범죄는 8만4706건(1.9%)이다. 폭력이나 사기 공갈 재물손괴 등의 범죄는 74만5638건(16.8%)에 이른다.

112 신고의 절반 이상은 민원 상담이나 번지수를 잘못 찾은 전화다. 특히 시청이나 구청에 알려야 할 소음이나 노점상 신고 등이 131만8953건(29.8%)에 달한다. 조재광 서울청 112종합상황실 관리팀장은 “일반 민원도 긴급신고전화인 112로 몰려 긴급 출동 역량에 손실이 생기고 있다”며 “민원상담을 포함한 비(非)긴급신고는 ‘110’으로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