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콘텐츠 전성시대] 혼술 드라마, 진한 19금 영화…나 혼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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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취향 저격' 콘텐츠 쏟아져
혼자 밥먹고, 빨래하는 예능 나오고
비혼 아들, 부모 관점서 보는 프로도
영화 시장도 1인 관객 비중 커져
동성애 다룬 '캐롤' 등 다양성에 호응
19금 1위 '아가씨' 관객 20%가 1인
혼자 밥먹고, 빨래하는 예능 나오고
비혼 아들, 부모 관점서 보는 프로도
영화 시장도 1인 관객 비중 커져
동성애 다룬 '캐롤' 등 다양성에 호응
19금 1위 '아가씨' 관객 20%가 1인
혼자 밥을 먹으러 간다.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가게 한구석에 앉아 조용히 음식을 주문한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해진다. 밥을 먹으며 여러 사람과 화상 통화를 하기 시작한다. 맛이 어떤지, 왜 이 메뉴를 즐겨 먹는지 얘기하며 수다를 떤다. 혼자 밥을 먹지만 혼자가 아니다. 지난달 20일 첫 방송을 내보낸 케이블 채널 올리브 TV의 예능프로그램 ‘8시에 만나’다.
빨래를 하는 방송도 나왔다. 지난 22일 온스타일에서 첫선을 보인 ‘런드리데이’다. 방송이 시작되면 천장에서 빨랫감이 쏟아진다. 스튜디오에는 세탁기와 세제가 비치돼 있다. 출연자들은 입던 옷을 갖고 나와 옷에 담긴 사연, 선호하는 패션, 세탁 노하우를 얘기한 뒤 세탁기에 옷을 넣고 빤다. 혼자 옷을 사서 입고 빨래하고, 패션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혼밥 혼술부터 빨래 방송까지…1인 가구 밀착형 콘텐츠 봇물
‘솔로 콘텐츠’ 전성시대다. 2013년 MBC의 ‘나 혼자 산다’를 기점으로 하나둘 등장한 솔로 콘텐츠는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1인 가구의 큰 공감을 얻으며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방송뿐만 아니라 영화 시장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캐롤’ ‘사울의 아들’ 등 1인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다양성 영화와 청소년 관람불가(이하 청불) 영화들이 손익분기점을 가뿐히 넘기며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1인 가구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은 2인 이상일 때와 다르다. 온전히 자신의 취향에 집중하는 ‘취향 소비’가 특징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가족주의 사회에선 보편성 있는 작품을 선호하지만 1인 가구가 많아진 지금은 취향 소비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공연도 데이트할 때나 기념일에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해 본다”고 설명했다.
취향 소비에서 두드러지는 패턴은 두 가지다. 1인 가구의 삶과 밀접한 콘텐츠를 찾거나, 혼자 깊이 사색할 수 있는 작품을 본다. 가장 대중적인 매체인 TV는 1인 가구의 삶 자체에 집중하는 콘텐츠를 주로 생산한다.
tvN의 드라마 ‘혼술남녀’는 서울 노량진 ‘공시촌’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혼술족의 삶을 다룬다. 올리브TV의 예능 ‘조용한 식사’엔 아무 말 없이 홀로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장면만 나온다. 1인 가구의 일상을 그대로 담았다.
모르는 사람과 통화하며 속마음을 털어놓도록 하는 tvN의 예능 ‘내 귀에 캔디’는 1인 가구의 고독을 달래주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SBS의 ‘다시 쓰는 육아일기! 미운 우리 새끼’는 한발 더 나아간다. 결혼하지 않은 아들의 삶을 지켜보며 안타까워하는 어머니들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시청자는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과 세대 간 가치관의 차이를 엿본다.
다양성·청불 영화 흥행 이끄는 ‘혼영족’
영화 시장에는 홀로 문화생활을 즐기며 진한 감동을 받고 싶어하는 1인 관객을 겨냥한 콘텐츠가 늘고 있다. 1인 관객의 반응에 큰 영향을 받는 게 다양성 영화의 흥행이다. 이들 영화는 2인 이상의 관객을 사로잡는 데 한계가 있다. 예산이 적게 들어가고 유명 배우도 나오지 않아서다.
반면 취향 소비를 하는 ‘혼영족’(혼자 영화 보는 사람)들은 다양성 영화가 다루는 깊이 있는 주제에 호응한다. 다양성 영화의 1인 관객 비중은 평균 35%다. 50%를 넘는 영화도 있다. CJ CGV에 따르면 올해 1~9월 다양성 영화 부문에서 흥행 1위를 기록한 캐롤의 1인 관객 비중은 39.6%로 31만8368명에 달했다. 이 작품은 동성애를 아름답고 깊이 있게 다뤘다는 평가를 받으며 1인 관객의 입소문을 타고 흥행했다. 같은 기간 1인 관객 비중이 가장 높았던 영화는 홀로코스트란 무거운 주제를 다룬 사울의 아들이었다. 혼영족이 전체 관객의 52.7%에 이르렀다.
혼영족은 청불 영화의 주요 관객으로도 급부상하고 있다. CJ CGV에 따르면 청불 영화의 1인 관객 비중은 2013년 11.7%에서 지난달 19.1%로 증가했다. 올해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청불 영화 ‘아가씨’의 1인 관객은 다섯 명 중 한 명꼴인 18.5%였다. 두 명 이상이 함께 보기에는 다소 민망하거나 꺼리던 영화가 혼자 즐기기엔 적합하기 때문이다.
CJ CGV 관계자는 “청불 영화의 2~4인 이상 관객 비중은 같은 기간 평균 3%포인트 줄었다”며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같은 누아르 장르도 1인 관객이 15.5% 달하는 등 혼영족은 다양한 장르의 청불 영화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김희경/고재연 기자 hkkim@hankyung.com
빨래를 하는 방송도 나왔다. 지난 22일 온스타일에서 첫선을 보인 ‘런드리데이’다. 방송이 시작되면 천장에서 빨랫감이 쏟아진다. 스튜디오에는 세탁기와 세제가 비치돼 있다. 출연자들은 입던 옷을 갖고 나와 옷에 담긴 사연, 선호하는 패션, 세탁 노하우를 얘기한 뒤 세탁기에 옷을 넣고 빤다. 혼자 옷을 사서 입고 빨래하고, 패션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혼밥 혼술부터 빨래 방송까지…1인 가구 밀착형 콘텐츠 봇물
‘솔로 콘텐츠’ 전성시대다. 2013년 MBC의 ‘나 혼자 산다’를 기점으로 하나둘 등장한 솔로 콘텐츠는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1인 가구의 큰 공감을 얻으며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방송뿐만 아니라 영화 시장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캐롤’ ‘사울의 아들’ 등 1인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다양성 영화와 청소년 관람불가(이하 청불) 영화들이 손익분기점을 가뿐히 넘기며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1인 가구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은 2인 이상일 때와 다르다. 온전히 자신의 취향에 집중하는 ‘취향 소비’가 특징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가족주의 사회에선 보편성 있는 작품을 선호하지만 1인 가구가 많아진 지금은 취향 소비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공연도 데이트할 때나 기념일에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해 본다”고 설명했다.
취향 소비에서 두드러지는 패턴은 두 가지다. 1인 가구의 삶과 밀접한 콘텐츠를 찾거나, 혼자 깊이 사색할 수 있는 작품을 본다. 가장 대중적인 매체인 TV는 1인 가구의 삶 자체에 집중하는 콘텐츠를 주로 생산한다.
tvN의 드라마 ‘혼술남녀’는 서울 노량진 ‘공시촌’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혼술족의 삶을 다룬다. 올리브TV의 예능 ‘조용한 식사’엔 아무 말 없이 홀로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장면만 나온다. 1인 가구의 일상을 그대로 담았다.
모르는 사람과 통화하며 속마음을 털어놓도록 하는 tvN의 예능 ‘내 귀에 캔디’는 1인 가구의 고독을 달래주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SBS의 ‘다시 쓰는 육아일기! 미운 우리 새끼’는 한발 더 나아간다. 결혼하지 않은 아들의 삶을 지켜보며 안타까워하는 어머니들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시청자는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과 세대 간 가치관의 차이를 엿본다.
다양성·청불 영화 흥행 이끄는 ‘혼영족’
영화 시장에는 홀로 문화생활을 즐기며 진한 감동을 받고 싶어하는 1인 관객을 겨냥한 콘텐츠가 늘고 있다. 1인 관객의 반응에 큰 영향을 받는 게 다양성 영화의 흥행이다. 이들 영화는 2인 이상의 관객을 사로잡는 데 한계가 있다. 예산이 적게 들어가고 유명 배우도 나오지 않아서다.
반면 취향 소비를 하는 ‘혼영족’(혼자 영화 보는 사람)들은 다양성 영화가 다루는 깊이 있는 주제에 호응한다. 다양성 영화의 1인 관객 비중은 평균 35%다. 50%를 넘는 영화도 있다. CJ CGV에 따르면 올해 1~9월 다양성 영화 부문에서 흥행 1위를 기록한 캐롤의 1인 관객 비중은 39.6%로 31만8368명에 달했다. 이 작품은 동성애를 아름답고 깊이 있게 다뤘다는 평가를 받으며 1인 관객의 입소문을 타고 흥행했다. 같은 기간 1인 관객 비중이 가장 높았던 영화는 홀로코스트란 무거운 주제를 다룬 사울의 아들이었다. 혼영족이 전체 관객의 52.7%에 이르렀다.
혼영족은 청불 영화의 주요 관객으로도 급부상하고 있다. CJ CGV에 따르면 청불 영화의 1인 관객 비중은 2013년 11.7%에서 지난달 19.1%로 증가했다. 올해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청불 영화 ‘아가씨’의 1인 관객은 다섯 명 중 한 명꼴인 18.5%였다. 두 명 이상이 함께 보기에는 다소 민망하거나 꺼리던 영화가 혼자 즐기기엔 적합하기 때문이다.
CJ CGV 관계자는 “청불 영화의 2~4인 이상 관객 비중은 같은 기간 평균 3%포인트 줄었다”며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같은 누아르 장르도 1인 관객이 15.5% 달하는 등 혼영족은 다양한 장르의 청불 영화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김희경/고재연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