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넷마블 전성시대’였다. 지난 7월 기준 국내 양대 앱(응용프로그램) 마켓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매출 10위 안에 있는 게임 중 절반가량이 넷마블 게임이었다. 지난 2분기 넷마블 매출은 3525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굳건하던 넷마블 독주 체제는 하반기 들어 무너졌다. ‘세븐나이츠’와 ‘모두의마블’을 제외하면 20위 안에 넷마블 게임이 사라졌다. 빈자리는 막강한 뒷심을 발휘한 넥슨이 차지했다. 지난해 말 출시한 ‘히트’ 이후 지금까지 흥행작이 없던 넥슨은 지난 19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매출 순위 10위 안에 게임 3개를 올렸다.
무섭게 쫓아오는 넥슨·엔씨…1위 넷마블 독주 위협
엔씨소프트도 조만간 신작 출시를 예고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는 27일 서울 용산CGV에서 행사를 열고 모바일게임 신작 ‘리니지 레드나이츠’를 오는 12월8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레드나이츠는 엔씨가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자체 개발한 첫 모바일게임으로 기대를 모으로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넷마블이 선점한 모바일게임 시장에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며 “모바일게임 전쟁의 포문이 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넷마블이 고전하는 것은 하반기에 주요 업체들의 신작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9월부터 신작 게임을 쏟아내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넥슨의 선전이 눈에 띈다. 자사 인기 온라인게임을 모바일로 재구성한 ‘메이플스토리M’은 출시 3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2위에 올랐다. 정상원 넥슨 부사장이 이끄는 띵소프트가 개발한 ‘삼국지조조전 온라인’도 출시 2주도 안 돼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8위를 기록했다. 메이플스토리·삼국지 등 인기 지식재산권(IP)을 잘 활용한 것이 흥행 비결이라는 평가다.

하반기 들어 모바일게임 시장에 뚜렷하게 나타난 장르 다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상반기 인기작 가운데는 넷마블이 강세를 보이는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장르 게임이 많았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에픽워의 ‘모바일스트라이크’, 신스타임즈의 ‘해전1942’ 등 외산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순위권에 자리 잡았다. 카카오의 ‘프렌즈사천성’, 선데이토즈의 ‘애니팡3’ 등 캐주얼 게임도 잇달아 인기를 끌면서 액션 RPG에 몰렸던 이용자가 분산됐다.

내년 초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넷마블은 초조해하는 분위기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넷마블이 순위 하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며 “게임 수명주기가 짧은 모바일게임 특성상 세븐나이츠처럼 꾸준히 수익을 내는 게임이 없으면 공모가 산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신작 공백으로 차트 상위권에 오른 게임이 줄어들었지만 해외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11월 출시할 예정인 ‘리니지2:레볼루션’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다시 주도권을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