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은 예기치 못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연방수사국(FBI)의 재조사 방침에 화들짝 놀랐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되살아나면서 주식, 채권, 외환 등 전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지난 28일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이날 연 0.89%에서 0.86%로 0.3%포인트 급락(가격 상승)했다. 이날 오전 발표된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2.9%(연율 환산기준)로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으면서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강화되자 0.9%에 근접하던 단기금리가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3분기 '깜짝 성장'에도…'이메일 쇼크'에 주가 추락
미 국채 가격 기준이 되는 10년물 금리도 이날 장 초반 0.02%포인트 오르며 연 1.87%까지 올랐으나 1.85%로 밀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12월 금리인상 확률을 74%로 예상했으나 FBI 발표 후 69%로 떨어졌다.

외환시장도 곧바로 충격을 받았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0.54% 하락한 98.34를 기록했다. 전날 98.89로 지난 2월 이후 최고치에 올랐지만 FBI가 찬물을 끼얹었다.

그동안 미 대선 동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온 멕시코 페소화 가치도 이날 1% 넘게 폭락하며 달러당 18.98페소까지 밀렸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이민자 단속 강화로 멕시코 경제가 충격을 받게 된다는 전망이 작용했다. 캐나다 달러 가치도 3월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기업 실적 호조와 3분기 국내총생산(GDP)의 ‘깜짝 성장’으로 상승 분위기를 타던 증시도 추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S&P500지수가 0.31% 하락하는 등 3대 지수는 모두 내림세를 기록했다. 트럼프 당선 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모처럼 강세를 보였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0.6% 상승하며 온스당 1276.80달러까지 반등, 3일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외신들은 “이날 지표 변화는 금융시장이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미 경제의 불확실성과 금융시장의 리스크가 커질 것을 우려한 시장이 패닉이 빠졌다”고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