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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이 판국에 또 기업에서 돈 걷어 '기금' 만들자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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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으니 혜택을 본 기업들이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내라는 소위 ‘FTA특별법(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농해수위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한다. 대기업, 공기업, 농·수협 등의 소위 ‘자발적 기부’로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1조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하되, 이에 못 미치면 정부가 부족분 충당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고 국회에 보고토록 한 것이 골자다. 정부가 무슨 수를 쓰든지 채우도록 의무화한 셈이다.

    이 FTA특별법 개정안은 야권이 한·중 FTA 비준 동의를 전제로 무역이익공유제를 요구했다가 준조세 논란이 일자 상생협력기금으로 바꿔 입법을 추진해 왔다. 출발부터 입법 뒷거래였는데 그동안 모금이 부진하자 여야가 합심해 무조건 채우게끔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대로 시행되면 앞으로 관료들은 국회 질책을 모면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릴 것이고, 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내게 될 게 뻔하다. 가뜩이나 최근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의 780억원 출연을 놓고 청와대 개입이니, 준조세니 공세를 펴온 정치권이 신종 준조세를 버젓이 신설한 것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의 잣대다.

    정치권은 민간의 ‘자발적 기부’로 농어촌상생기금을 조성하는 것이므로 문제 없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다. 물리적 강제성이 없더라도 유무형의 압력을 통해 안 내면 불이익을 당할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해 반강제로 모금한 사례가 적지 않다. 여태껏 그래왔듯이 기업들은 언제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를 정치 리스크에 대비해 ‘보험’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법인세 징수액보다 큰 게 한국의 준조세다. 기존 사회보험료 등 법정 부담금에다 상생협력기금, 동반성장기금, 미소금융기금 등 온갖 기금, 성금, 후원금은 일일이 나열조차 힘들다. 원칙도 기준도 없이 기업에 ‘성의 표시’를 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법인세를 올리라고 아우성이다. 이런 나라에서 기업을 하는 게 정말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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