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8일 차기 미국 대통령을 결정지을 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미국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도 전례없는 초긴장 상태에 접어들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중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주식과 채권, 외환시장도 지난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에 맞먹는 충격을 받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증시

도이치뱅크는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면 뉴욕증시에 상장된 헬스케어와 제약업계는 재앙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했다. 클린턴 후보는 선거기간중 제약회사의 폭리를 강력히 비판했다. 또 미 금융산업을 대표하는 월가에 대해서도 강력한 개혁의지를 강조한 만큼 은행 등 금융회사들의 주가도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에너지업계에는 축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 원유와 가스 채굴, 파이프라인 건설 등 에너지 관련 규제를 대폭 풀겠다는 트럼프 후보의 공약에 따라 최대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

월가는 두 후보 모두 인프라 투자 확대 등 대규모 재정지출을 약속한 만큼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 정부의 국채발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후보는 특히 대규모 감세공약까지 내걸어 당선시 정부 부채가 5조달러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이를 만회하기 위한 장기국채의 발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클린턴 후보 당선 때에도 국가부채는 2000억달러가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게다가 미 중앙은행(Fed)이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 단기금리 역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글로벌 채권시장은 인플레이션율 상승과 맞물려 대선 이후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

미 대선 동향의 바로미터가 되는 멕시코 페소화를 비롯, 신흥국 통화가치도 대선 결과에 따라 급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는 트럼프 당선시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불러오는 충격파를 줄 것이라며 특히 신흥국 통화가 곧바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면 페소화와 함께 한국 원화와 노르웨이 크론, 뉴질랜드 달러화 가치가 일제히 상승 압력을 받겠지만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정반대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외신들은 “두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막판 1%포인트로 좁혀지면서 선거가 예측불허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특히 트럼프 후보 당선시 금융시장이 받게 되는 충격이 워낙 클 것으로 예상돼 투자자들이 숨 죽인 채 1주일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