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거미줄 규제와 수익성 악화, 정치 리스크로 고전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밖에서는 각국 경쟁당국의 과징금 공포에 떨고 있다. 세계 각국이 현지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불공정거래 조사 및 제재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까지 가세했다.
한국 기업, 밖에서도 수난…과징금 공포
1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재계에 따르면 브라질 인도네시아 중국 등이 보호무역 수단으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경쟁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웅진케미칼 등 국내 기업 두 곳은 지난 2분기에 인도네시아 경쟁당국(KPPU)으로부터 과징금 100억루피아(약 9억원)를 부과받았다. 현지 진출 과정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지만, 자국 시장을 보호하려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견제’ 때문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앞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스웨덴 기업과 함께 세운 해운업체 유코카캐리어스는 중국 정부로부터 운임 담합 혐의로 제재를 받았다. 과징금은 2억8400만위안(약 505억원)으로 제재 대상 업체 중 가장 많다. 브라질 경쟁당국(CADE)은 브라운관 가격 담합 혐의로 LG전자에 1700만헤알(약 65억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최근 10년간 이런 식으로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부과받은 과징금은 2조7697억원에 달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체계를 완비한 신흥국들이 외국 기업 제재를 강화하면서 한국 기업을 1차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