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60)는 드러난 재산을 놓고 보면 전형적인 ‘강남 부자’다. 그와 돈독한 사이로 알려진 친언니 최순득 씨(64)도 마찬가지다. 주로 빌딩 등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렸다.

이들이 부동산 투자에만 전념한 것은 아니다. 주식시장에도 최씨 일가의 흔적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최순득 씨 남편 장석칠 씨(63)는 코스닥시장 ‘큰손’ 투자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7~2008년 코스닥에 상장된 시스템통합(SI) 업체 제이에스 지분 2.31%를 사들였다. 관리종목이던 이 회사에 5억원가량 투자한 뒤 최대주주와 공동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겠다는 약정을 맺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코스닥 한계종목에 목돈을 넣고 경영권을 행사하는 적극 투자형이다. 제이에스는 2010년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됐다.
[최순실 검찰 조사] '부동산 부자' 최순실 일가, 주식시장에도 '눈독' 들였나
최순실 씨가 스마트교육 관련 업체 아이카이스트에 투자했다는 설도 파다하다. KAIST 출신인 김성진 대표와 KAIST가 2011년 합작 설립한 아이카이스트는 창조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11월 한 행사에서 이 회사 제품을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유엔과 손잡고 10조원 규모의 스마트스쿨 보급 사업에 나선다고 발표하기도 했지만 ‘사기극’으로 판명났다. 김 대표는 지난 9월 검찰에 구속됐다. 최순실 씨 전남편 정윤회 씨의 동생이 아이카이스트 부사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장 회사여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최순실 씨와 정씨가 주주 명부에 있었다’는 소문도 돌았다.

아이카이스트는 상장사에도 손을 뻗쳤다. 올 들어 아이팩토리, 아이카이스트랩 등 상장사를 잇따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회사 내부에 자금이 없어 빚을 내고 재무적 투자자를 대거 끌어들였다. 증자 자금만 100억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아이팩토리는 지난 9월 상장폐지됐다. 시장에서는 최씨 일가나 측근들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내놓고 있다.

최순실 씨 최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 씨(40)도 코스닥 기업 투자와 관련된 정황이 있다. 그는 주식 투자로 ‘대박’을 내주겠다며 지인들에게 8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지난 8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고씨는 “코스닥 P사에 투자하면 3개월 안에 세 배로 투자금을 불려주겠다”고 떠들고 다녔다. 코스닥 무선인터넷 솔루션 개발 업체인 P사는 지난해 8월 최대주주 등 경영진이 바뀌었다. 고씨는 P사의 핵심 경영진과 선후배 사이로 알려졌다.

한 변호사는 “역대 게이트 사건에서 ‘주식 작전’ 세력이 연루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며 “비선 실세의 힘을 이용해 주식 투자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큰 만큼 미공개 정보 이용 가능성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