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중국 특사로 파견된 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이 임무 완수를 이유로 사임했다고 외신이 2일 보도했다. 필리핀 정부는 아직 그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라모스 전 대통령은 최근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필리핀 어부들의 조업과 관련해 논의의 진전을 이뤄 임무를 완수했다는 점을 들어 지난 1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중국은 남중국해 분쟁 지역에 배치한 해안경비대 선박을 철수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중국을 방문했을 때 두테르테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 스키보러섬 인근 해역에 자국 어부들의 조업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라모드 전 대통령의 사임이 ‘마약과의 전쟁’, 외교정책 등에서 보였던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시각차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라모스 전 대통령은 다바오 시(市) 시장이던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대선 출마를 권했던 인물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6월 말 취임 이후 고마움을 표하고 그를 중국 특사로 임명했다.

하지만 지난달 라모드는 두테르테 정부 취임 100주년을 맞아 국영 마닐라 불러틴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두테르테 정부 100일 동안 마약과의 전쟁에만 치중해 가난 문제, 일자리 문제, 외국인 투자 문제 등에 있어 많은 것을 잃었다”며 “매우 실망했고 기대 이하다”라고 밝혔다. 전통적인 우방국인 미국을 멀리하고 친중 정책을 펴는 데 대해서도 “미국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며 비판했다.

중국 특사 사임에 대한 의혹을 의식한 듯 라모스 측은 “이번 사임이 최근의 비판 언사와는 관련 없다”며 “여전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