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신구로 전 세계 예술인들의 꿈의 무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카네기 홀을 매료시킨 젊은 주얼리 작가가 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태국, 홍콩, 대만 등지에서 방송되며 시청률 1위에 빛난 SBS 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의 아름다운 장신구를 디자인한 민휘아트주얼리 정재인 작가다. 그녀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는 한국 고유의 미와 민족의 정서를 담은 전통을 그녀만의 세련된 감각으로 재해석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작가의 작은 두 손은 우리나라 문화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세계에 소개하는 창구를 마련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패션쇼에서는 전통을 복원한 작품부터 미래를 내다 본 퓨전 장신구까지, 카네기홀 오페라에서는 오페라 버전으로 구현한 전통 무대 장신구를 통해 다채로운 한국의 미를 선보였다. 그리고 두 행사 모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현지인들의 환호와 찬사를 받았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 혁신적으로 되살아 난 우리 전통미에 세계는 응답했다. 이전까지 한복은 많은 디자이너를 통해 수차례 주목받아 왔지만 우리의 장신구는 아름다움과 중요성에 대해 크게 조명 받지 못해왔다. 하지만 젊은 작가의 눈부신 재능과 진심어린 마음은 보석처럼 빛났다. 그리고 그 빛은 지금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케이팝을 넘어 패션쇼와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를 비추며 새로운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뷰는 ‘달의 연인’ 종영 전에 진행됐지만, ‘달의 연인’이 사전제작 드라마였던 만큼 장신구에 대한 설명이 내용 유출로 이어질까 걱정했던 작가의 요청에 따라 종영 후에 송출함을 미리 밝히는 바다. Q. 전 세계 예술인들의 꿈의 무대로 손꼽히는 카네기 홀에 오른 한국의 첫 오페라의 장신구를 디자인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정말 영광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패션쇼를 한 이후에 꼭 좋은 일로 뉴욕에 다시 오고 싶었다. 예전에 사촌언니가 카네기홀에서 연주를 해서 간 적이 있었다. 그 때 보니 관계자들만 다니는 비밀 통로가 있었다. 안내하는 분께서 그 곳을 거쳐 간 명사 분들에 대한 일화들을 말씀해주셨는데 그 통로를 지나면서 ‘나도 내 일로 여기를 다시 오고 싶다’고 했다. 근데 그 생각을 하고 나서도 ‘내가 음악 하는 사람도 아닌데 여기에 올 일이 있겠어? 그래도 오고 싶다. 꼭 내 일로 왔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마음 속으로만 했던 말이었다. 그래서 이 행사에 내가 참여하게 됐다고 했을 때 소름 돋았다.(웃음) 생각과 말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꼈다. Q. 카네기 홀은 아무리 비용을 많이 준다 해도 공연의 질이 낮으면 절대 대관을 해주지 않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오페라 역사상 최초로 카네기홀에 선 ‘선비’는 어떤 작품인가?‘선비’는 한국을 대표하는 정신가치인 선비정신을 담은 창작 오페라다. 영주시에서 선비정신을 세계적인 정신문화로 확산시키고자 제작한 오페라로 기존 오페라에서 자주 다뤘던 사랑 이야기나 영웅의 전기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선비정신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유학과 성리학이 내용의 뼈대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선비’는 우리나라 오페라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으로 인정받으면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워낙 호평을 받아온 작품인지라 이번 뉴욕 공연에도 많은 분들께서 기대를 해주셨다. 잘 끝마치게 돼서 행복하다. Q. 이번 카네기홀 ‘선비’ 공연은 전석 매진됐고 기립박수와 함께 미국 오페라계로부터 큰 호평을 받는 등 성황리에 끝마쳤다. 서양에서 들여온 오페라를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 역수출하게 된 이번 사례는 한국 오페라 70년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으로 평가 받고 있다. ‘선비’의 성공을 계기로 대한민국은 이제 연예 한류에서 ‘클래식 한류’로 코리아 붐을 넓히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좋은 평가들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신문화인 선비정신을 해외에 소개하는 기회를 만들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안빈낙도, 인의예지라는 심오한 주제가 담긴 한국 오페라에 외국인들이 호응할 줄 몰랐다. 각 분야 최고로 손꼽히는 분들과 함께 공연을 꾸밀 수 있어서 영광이다. Q. 한국 오페라 역사상 장신구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한 오페라는 이번이 처음이다아무래도 한국을 대표해 큰 무대에 서는 작품이다 보니 많은 분들께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완성도가 있기를 바라셨던 것 같다. 그리고 한국어로 진행됐던 오페라였기 때문에 외국인 관객 분들께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공연했던 아이작스턴 홀이 4층까지 있는 규모가 큰 홀이다. 객석과의 거리를 감안해서 장신구도 부피감 있게 만들었는데 오페라는 원래 헤어와 메이크업도 과장되게 하기 때문에 큰 장신구들이 이질감 없이 잘 어우러질 수 있었다. Q. 그동안 오페라에서 장신구는 소도구의 영역의 일부로 속해 있었는데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나? 정재인 작가는 남들과 다르게 드라마나 영화, 케이팝 계에서도 장신구 분야의 전문가로 참여하며 장신구 분야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활동들을 해오고 있는데 그간의 활약이 영향을 끼쳤는지?그동안 해왔던 것이 쌓여서 꿈의 무대에도 설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했던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박지현 한복 선생님, 소프라노 김학남 선생님 등 이번 공연의 모든 분들께서 잘 챙겨주셨다. 조선 오페라단 최승우 단장님께서는 우리 작품들 중에 ‘별 그대’의 비녀가 매우 인상 깊었다고 말씀하셨다. 이번 공연 ‘선비’와도 그 맥락을 같이 하는 것 같다며 그 비녀의 미니어처 세트를 주문하셨다. 관계자 분들께 그 비녀 미니어처 세트를 기념품으로 선물하시기도 했다. 외국인들까지 미니어처만을 보고도 드라마의 명장면들을 떠올려주셔서 신기했다. 점점 더 많은 대중문화 관계자 분들께서 장신구 분야의 전문가도 필요하다며 찾아주신다. 일반 디자이너와는 조금 다른 면도 있기에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을 잘 알고 있다. 함께 하자며 찾아주는 분들께 항상 감사하다. Q. ‘별에서 온 그대’에서 김수현과 전지현을 이어준 수정죽절비녀는 정재인 작가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그 비녀를 떠올리니 ‘선비’와도 잘 어우러지는 것 같다여러 가지 면에서 내게 참 특별한 비녀다. 그 비녀는 처음부터 유물을 기반으로 디자인된 것으로 설정되어 있어서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내가 ‘장옥정’에서 선보인 비녀들이 매우 화려했던지라 수정죽절비녀처럼 힘을 뺀 디자인도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진 분들이 계셨다. 내게는 또 다른 도전이었는데 나를 믿고 의뢰해주신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꼭 잘해내고 싶었다. 최종본을 들고 갔을 때, 장태유 감독님께서 한 번에 OK해주셨다. 사실 이 비녀의 디자인 자체는 수수하다. 그래서 디자인적으로 크게 호평을 받거나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될 줄 몰랐다. 근데 드라마 끝나고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분들께서 비녀를 기억해주셔서 행복하다. Q. 오페라에서 그 비녀가 등장한 것인가?아니다. 특별한 설정이 있지 않은 이상 다른 작품에서 상징적으로 쓰인 디자인을 재사용하지 않는다. Q. 실제로 ‘선비’라는 주제가 화려한 장신구와 잘 어우러졌는지?언뜻 선비와 화려한 장신구는 다소 동 떨어지고 대비되는 것 같지 않나. 하지만 생각을 바꿔보면 그렇기 때문에 화려한 장신구들을 통해 선비 정신을 더욱 더 부각시킬 수 있기도 하다. 뭐든 생각하기 나름인 것이다.(웃음) 내가 ‘선비’라는 작품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생각보다 많았다. 사실 선비 역할의 배우에게도 입영 등의 장신구를 설정할 수 있었지만 극적인 대비를 위해 선비 역할의 배우에게는 장신구를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여주인공과 귀부인들, 기생 역할을 맡은 배우 분들께 각각의 캐릭터를 반영한 뒤꽂이, 비녀, 노리개, 원석 반지 등의 장신구들을 설정했다. Q. 한국 전통 장신구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도 뜨거웠다고 들었다배우 분들께서 장신구들이 잘 돋보이는 포즈로 안무를 변경해주시는 등 많이 도와주셔서 장신구들이 돋보일 수 있었다. 정말 감사했다. 나중에 단장님께서 장신구가 매우 아름답다는 극찬이 있었던 것 아냐며 우리 오페라는 한 편의 ‘주얼리 패션쇼’라고 불리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해주셨다. 함께 하기를 잘했다는 말씀을 해주신 것 같아서 기뻤다. 뒤꽂이나 비녀, 노리개, 원석 반지 모두 외국에서는 보기 힘든 디자인의 장신구기 때문에 외국 사람들의 눈에는 신선하게 보여 졌던 것 같다. 생각보다도 반응이 좋아서 놀랐다. 한복은 자주 접했지만, 우리의 전통 장신구는 자주 접하지 못해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하다. Q. 세계적인 무대에서 선보여지는 만큼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했나? 어떤 점을 중점으로 두고 디자인 했나?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하지는 않았다. 오페라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돋보이게 할 수 있을지를 더 고민하면서 디자인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오페라를 생각하며 디자인했던 요소들 덕분에 외국 사람들 눈에 더 예쁘게 보여 졌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 화려한 색감을 쓰고 부피감을 크게 디자인했는데 그런 요소들이 전부 외국에서 선호하는 스타일이었다. 오페라가 끝난 뒤에 한 대형 백화점 바이어로부터 명함을 받았다. 화려한 색감이나 잘 접하지 못했던 특이한 디자인, 그리고 풍성한 볼륨감 모두 충분히 시장 가능성이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뉴욕에 진출해보라며 영주권 따는 방법에 대해 농담을 섞어가며 말씀하시는데 너무 재밌었다.(웃음) 한국 디자인으로 해외에서 성공하는 것이 내 꿈이다. 지금은 하는 일들이 바쁘기도 하고,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당장은 힘들지만 빠른 시일 내에 성공적으로 해외 진출을 이뤄내고 싶다. Q. `Carnegie Hall Playbill` 9월호에 Jewelry Designer로서 정재인 작가의 사진과 프로필이 실렸다오페라에 참여하는 스태프로서 실렸다. 커튼콜 무대 인사도 했는데 오페라만의 무대 인사법이 따로 있더라. 오페라 무대 인사는 처음이었는데 무대 뒤에서 급하게 배웠다. 거의 마지막에 무대로 나갔는데 같이 만든 사람들이 무대에 다 같이 서 있는 모습을 보니 든든했다. ‘우리 정말 한 팀 이구나, 함께 만들었구나’ 생각했다. Q. 뉴욕 카네기 홀, 그것도 2천 800여명이 관람할 수 있는 아이작스턴 홀이 매진됐다. 무대 인사를 할 때 벅찬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의외로 담담한 기분이 들었다. 4층까지의 객석을 쭉 보는데 박수쳐 주시는 관객 분들 모두가 마치 내 집에 온 귀한 손님들 같은 느낌이 들어 고마웠다. 관객 분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고 싶어 쳐다보려고 애썼는데 잘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 짧은 순간에 눈과 마음에 최대한 많은 것을 담고 싶어 구석구석 열심히 봤다.(웃음) Q. 예전 인터뷰 기사에서 꿈에 그리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패션쇼에 선 뒤에도 들뜨지 않고 차분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어떤 디자이너는 패션쇼에서 박수 받는 찰나를 위해 몇 달을 고생한다고도 한다내게는 그런 것들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순간적으로 빛나거나 겉만 빛나는 것은 허무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순간에도 감정이 크게 동요되지는 않는 것 같다. 어떤 일을 철저히 준비해도 변수라는 것이 있으니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불안하지 않나. 일이 잘 마무리되면 그제 서야 드는 안도감과 행복감이 있다. 물론 그런 것과 별개로 매우 좋고 행복하기는 하다. 조금 다른 느낌인 것 같은데 설명을 잘 못하겠다. Q. 큰 무대다 보니 준비할 일도 많았을 것 같은데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현재 정재인 작가가 참여하고 있는 드라마가 많다 보니 일정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힘든 점이 있었을 텐데힘들지 않았다.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느낌이 있었다. ‘화랑’ 팀에서 “포스터는 더 화려하게 가는 것 알죠? 여분을 최소한으로만 빼놨으니 와서 신경써주셔야 돼요”라며 챙겨주셨는데 포스터 촬영일이 픽스 되지 않아 출국 날짜와 겹칠까봐 걱정했다. 다행히 출국 전 날로 포스터 촬영일이 잡혔다. 포스터 촬영 때 배우 분들이나 미술팀, 제작부 모두 너무나도 잘 챙겨주셔서 정말 행복했다. 날씨도 좋았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느꼈다.(웃음) Q. 공연을 준비 할 때쯤 뉴욕에 테러가 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걱정되지는 않았나?전혀 불안하거나 걱정되지 않았다. 일단 좋은 일로 뉴욕에 간다는 것 자체가 매우 설레고 좋았다. 살면서 그렇게 엄청나게 나쁜 일은 겪지 않을 것 같다는 믿음이 있다. Q. 일로 가는 것이기는 했지만 겸사겸사 휴가가 생겨서 좋았겠다. 그동안 너무 바쁘게 지냈다체류 기간 내내 리허설 등 일 위주의 스케줄이었고, 일정도 짧아서 휴식이 될까 싶었는데 정말 행복했다. 여행은 무조건 좋은 것 같다.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들이 많아서 자리를 오래 비우지는 못했다. 자리를 비운 그 짧은 기간 안에도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가 두 편이나 있었다. 연락도 계속 왔다. 공연은 하루였지만 인터뷰나 기타 함께 하는 스케줄들이 있었는데 나는 가장 짧게 머물러서 다른 행사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Q. 뉴욕에서의 두 번째 행사였다. 세계 4대 박물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는 패션쇼를 통해 작품을 선보였고, 카네기 홀에서는 오페라를 통해 작품을 선보였다다른 형태로 다른 공간에서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앞으로도 보여 지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채널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 Q. 그동안 한복은 패션 쇼 등을 통해 해외에서 주목 받은 적이 많았다. 하지만, 전통 장신구로 세계의 중심에 서고, 외국인들의 이목을 끌게 만든 것은 정재인 작가가 최초다내가 잘 해서라기보다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나 카네기 홀이라는 장소 자체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게끔 만들어줬다. 두 장소에서 모두 한국 행사로서는 최초로 진행됐던 행사였기 때문에 외국 언론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언론사들도 취재를 많이 왔다. 특히, 내가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이었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패션쇼는 앞으로의 내 방향을 정해준 이벤트였다. 격려해주신 반기문 총장님을 비롯해 장신구를 예쁘게 소화해주신 배우 채시라 씨와 미스코리아 이은희 씨 등 수많은 분들께 감사드리지만 패트리샤 필드 님께서 장신구가 너무 예쁘다며 미국에 꼭 진출하라고 해주셨던 그 순간이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말에서 어떤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그 전까지는 외국의 일부가 아닌 젊은 사람들에게까지 한국의 아름다움이 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물음표가 붙어 있었는데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Q. 평소 현대극과 사극, 시대극 그리고 드라마와 영화, 케이팝까지 다 방면에서 활동하는 작가답게 글로벌 행사에서도 다방면으로 활약했다. 더 해내고 싶은 일이 있나? 하고 싶은 일들은 항상 많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카네기 홀은 내가 꿈꿨던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두 번이나 내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던 기회를 가진 것은 매우 영광이었지만 뭐든지 삼 세 판은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한, 두 번은 우연이나 행운일 수 있지만 세 번째 부터는 다르지 않나. 또 다시 좋은 기회로 뉴욕에 가고 싶다. Q. 구체적으로 구상한 그림이 있나? 내가 자개 옵아트 시리즈를 작업하고 있다. 작년에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 현빈 씨의 자택, ‘가면’ 수애 씨와 주지훈의 신혼방과 최면실, ‘용팔이’ 주원씨의 진료실과 김태희의 저택에 전시했던 시리즈다. 좀 더 연구하고 발전시킨 다음에 뉴욕 현대 미술관 모마에서 전시회를 열고 싶다. 미술관이 내 미술 작품의 색깔과도 잘 맞는 것 같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면 언젠가 이뤄질 날이 있겠지? 꼭 그랬으면 좋겠다.(웃음) 어쨌든 빨리 갈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단독이 아닌 협업의 형태라도 상관없고 뉴욕의 어디라도 좋다. 뮤지엄 마일에 좋아하는 곳도 많고 링컨 센터나 메디슨 스퀘어 가든도 좋아한다. 이번에 묵던 호텔 근처에 링컨 센터가 있었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갈 때마다 엄마와 함께 링컨 센터 주변을 산책하면서 “우리 곧 여기 올 테니까 잘 봐두자”며 곳곳을 사진 찍어뒀다.(웃음) Q. 정말 단독이 아닌 협업의 형태라도 상관없나? 예술가로서 단독으로 이름을 세우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 같다나는 그런 것은 상관없다. 남들 눈에 어떻게 비춰지는지 보다 내가 얼마나 경험했냐가 더 중요하다. 스스로 많은 것을 배우고 내공을 쌓아서 단단해지고 싶다. 어떻게 보면 같이 해나가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이번에도 함께 한 사람들과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기쁘다. 이런 일을 한 번 같이 하면 언제 봐도 반갑고 할 말도 많아진다. Q. 정재인 작가라면 다 해낼 것만 같다. 어려워 보이는 일들도 본인의 생각대로 길을 잘 개척해나가고 있는데 비결이 무엇인가?아직은 많이 깨지고 또 배우면서 성장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큰 꿈이나 미래를 그리기는 하지만 일단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 상황에 맞춰서 열심히 한다. 승부욕도 있고 자존심이 세서 무언가를 맡으면 일단 잘해내고 싶다. 생각보다 하고 싶은 것들을 그 때 그 때 하는 편이다. 근데 막연한 미래를 보면서 하는 것이 아니고, 내게 주어진 것들에 맞춰서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단계들이 잘 들어맞아서 다음 단계로 가는 발판들이 되어 준다. Q.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준다면?특별한 비결이 있나. 예전에는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답했던 것 같다. “누구나 열심히 하지 않아?” 라고 반문해도 “난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열심히 한다는 것은 내세울 수 있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열심히 한다. Q. 그래도 정재인 작가처럼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하는 사람은 드물지 않나. 그 모습이 참 좋아 보인다 누군가가 끝까지 해보겠다고 하지 않고, 너무 쉽게 포기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는 하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열심히 하면 다 나 자신한테 쌓인다. 나는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는 편이다. 나는 매우 예쁜 것도 아니고, 매우 똑똑한 것도 아니어서 열심히 해야만 한다.(웃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고 좋은 기회가 계속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옆에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내게 신뢰를 할 수 있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해주신다.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도 신뢰를 지켜가면서 살고 싶다. 요즘 행복하다. 올해 내내 바빴지만 요즘 가장 바쁜 것 같다. 잠도 잘 못 자는데 마음이 행복하다. 지금 참여하고 있는 작품들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이 도와주려고 하신다. 좋은 분들과 함께 하고 있어서 행복한 것도 있는데 카네기 홀을 다녀온 다음에 마음가짐이 달라지게 됐다. 여유가 생겼다. 갑자기 레벨 2로 휙 올라선 기분이다. 모마에서 전시를 하게 되면 얼마나 더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신나게 살 수 있을지 기대된다. 빨리 가고 싶다.(웃음) Q. 요즘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에 나오는 장신구들을 잘 보고 있다. 역시 민휘아트주얼리구나 했다. 장신구 디자인이 새롭고 예쁘다. 드라마에 대한 호불호와는 관계없이 장신구에 대한 좋은 평가가 많다. 장신구가 나온 장면을 2차적으로 가공한 게시물도 많이 회자되고 있다주변에서도 많이 이야기 해주시고, 연락도 많이 받고 있다. 연락이 너무 많이 와서 내 체감 시청률은 20% 이상이다.(웃음) 작년 말에 ‘사임당, 빛의 일기’부터 ‘달의 연인’, ‘화랑: 더 비기닝’, ‘조선 엽기 연애사’까지 연달아 장신구 비중이 큰 사극을 맡아서 올해는 사극을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달의 연인’ 장신구가 예쁘다며 사극 의뢰가 자꾸 들어온다.(웃음) 벌써 3개나 작업 중이다. 작가님께서 게시판에 장신구가 예쁘다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며 한 번 보라고 하셔서 들어가 봤는데 정말 많더라. 장신구에 관심 가져주고 예쁘게 봐주시는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Q. 가장 인상 깊었던 게시물이 있나?장신구만 클로즈업 된 부분을 예쁘게 캡처해서 새롭게 가공한 게시물들도 좋았고, 인물 별로 착용한 장신구들을 모아서 장신구 스타일을 따로 정리해주신 것도 좋았다. 극 중에 여러 가지 비녀가 나오다 보니 비녀에 대한 다양한 추측들을 해주시는 글들도 봤는데 재밌었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게 만든 옥팔찌를 왜 깨냐는 글을 봤는데 아직 팔찌가 깨지는 장면이 방영되지 않았기에 어떻게 아신 건지 궁금했다. 그리고 힘들게 만든 것을 왜 깨냐는 말은 만든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주는 말 아닌가. 놀랐고 감사했다. Q. ‘달의 연인’을 통해 비춰지는 비녀, 머리꽂이, 귀걸이, 팔찌, 노리개 등 정재인 작가가 디자인한 작품 모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이한 점은 ‘사고 싶다’, ‘눈에 자꾸 밟힌다’, ‘공구 하자’는 글이 많다는 것이다. 사극 장신구인데도 ‘예쁘고 멋지다’를 넘어 ‘꼭 갖고 싶다’는 글을 보면 뿌듯할 것 같다. 실제로도 판매가 많이 되고 있나?우리의 작품들을 누군가가 그렇게까지 좋아해주는 모습들을 보면 정말 감사하다. 항상 마음이 벅차다. 드라마의 힘인 것 같다. 작가님께서 스토리에 잘 녹여주시고, 감독님께서 잘 찍어주시고 미술팀에서 잘 세팅해주시고 배우 분들께서 신경써주셔서 부족한 디자인도 사랑받게 된다. 그게 참 좋은 것 같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물건일 뿐이다. 근데 많은 분들이 애써서 잘 나오도록 해주시고 또 많은 분들께서 사랑해주셔서 그 디자인만의 스토리가 생기고 디자인이 생명력을 얻게 된다. 시간이 지나고 그 디자인만 봐도 ‘왕욱의 팔찌’, ‘왕소의 머리꽂이’로 남아 당시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그리고 우리와 인연이 되어 고객이 되는 분들은 다 특별한 분들인 것 같다. 매번 해주시는 말들이 정말 감동적이다. “이 팔찌가 마음속에 깊이 박혀서 떠나질 않았다”며 먼 지방에서 오신 분도 계시고 해외에서 오신 분들도 있다. 우리가 모든 디자인을 업로드 하지 못하는데 “민휘아트주얼리는 무조건 믿는다”며 먼저 캡처해서 주문하시는 분들도 있다. 민휘아트주얼리 홍보대사를 자청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너무나도 크게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어떤 드라마에 참여할 때마다 이런 일들이 생기는데 드라마에 함께한 분들께, 그리고 우리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하다. Q. 장신구에 관심이 쏠리면서 장신구와 관련해 스토리를 집중해서 보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달의 연인’은 장신구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부분들의 설명이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왕소(이준기 분)가 선물한 나비 머리꽂이의 행방이라던지 왕욱(강하늘 분)이 해수(이지은 분)에게 선물한 팔찌가 어떻게 다시 왕욱에게 갔는지 와 같은 것들 말이다. 더 좋은 작품을 위해 편집이 들어가면서 빠진 부분도 있고 더해진 부분도 있을 것 같다. ‘달의 연인’은 조윤영 작가님, 김규태 감독님과 주얼리 회의를 여러 차례 했을 정도로 주요하게 설정된 장신구가 많았다. 작가님께서 아이디어도 많이 내주셨고, 내 아이디어도 많이 듣고 싶어 해주셨다. 현장에서도 감독님께서 미술팀에 최대한 장신구를 많이 보이게 하자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고 들었다. 드라마 작업 하는 내내 감독님, 작가님 모두 장신구에 많이 신경 써 주셨다. 드라마를 보면서도 느꼈다. 함께 하면서 작가님, 감독님께 많은 것들을 배웠고 덕분에 좋은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었다. 매우 감사하다. Q. 재편집된 드라마가 원래 촬영된 드라마와 변화가 많이 있는 것인가? 내가 대답하기 조심스럽다. 많은 분들께서 좀 더 좋은 드라마를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작가님과 배우 몇 분과 함께 식사를 했는데 배우 분들도 후반 작업에 참여하고 있더라. 다들 스케줄이 바쁠 텐데 참여한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끝까지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도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할 텐데 그럴 수 있는 것이 없어 아쉽다.(웃음) Q. 드라마 작업에 참여할 때 대본이 급하게 나오면 주얼리 제작도 급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사전제작 드라마의 경우에는 여유를 가지고 할 수 있었을 것 같다사전 제작 드라마라도 급하게 만들어야 될 때가 있기는 하다. 스케줄도 그렇고 여러 가지 변동 사항이 있다. 지금까지 몇 편의 사전 제작 드라마에 참여했는데, 다 비슷한 상황이다. 여유가 많지는 않다. Q. 드라마를 볼 때는 마음 편하게 보지 않나마음 편하게 볼 수 있지 않다.(웃음) 내가 참여한 드라마나 영화, 뮤직비디오 전부 한 번도 마음 편하게 본 적 없다. 실물과 화면에 비춰지는 것에는 차이가 있고, 각도에 따라서 다르게 보여 지는 부분도 있어서 최종 화면에는 어떻게 나오는지 늘 궁금하고 불안하다. 나노 단위로 캡처하고 이야기하시는 시청자 분들도 있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웃음) Q. 주얼리가 잘 나오지 않으면 밤새 노력한 부분이 잘 비춰지지 않을 것 같고 아쉽기도 하겠다그런 것보다도 생각보다 안 예쁘게 나오면 착용한 배우 분들이나 감독님, 작가님 스태프 분들께 미안할 것 같다. 근데 일을 오래 하다 보니 그런 불안감이 많이 없어지기는 했다. 실물이 예쁜 것과 화면에 예쁜 것은 차이가 있다. 나 스스로 많은 작품에 참여하면서 어떤 디자인이 화면에 예쁘게 나오는지 터득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예쁜 분들께서 착용해주시고 예쁘게 촬영해주시기 때문에 대체로 잘 나오게 되는 것 같다. Q. ‘달의 연인’은 타임슬립의 요소가 있는 퓨전 사극이다. 화면에 클로즈업 된 장신구들의 문양이 상당히 섬세하고 아름답다. 어느 정도 고증을 한 것인가? ‘달의 연인’의 배경이 되는 고려시대는 귀족들이 호화로운 사치생활을 즐겼기 때문에 여러 가지 예술 작품이 제작되었고 문화와 예술적인 면에서 상당히 발전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 장신구 유물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상상력을 더 발휘할 수 있는 시기다. 시대에 맞는 누금 세공 기법과 세선 기법을 차용해서 구현했고, 섬세한 문양을 많이 썼다. 캐릭터 별로 색감이 정해져 있었는데 상징할만한 원석을 다르게 사용했다. 나는 사극 중에서도 궁중 사극을 많이 하는데 궁중 사극 특성상 고증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근데 고증만을 고집할 수는 없는 것이 한복과 소품, 장소 등도 여건 상 백프로 고증할 수가 없는데 장신구만 백프로 고증을 하면 조화롭지 못하게 된다. 특히, 장신구는 많은 부분과 조화되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주변 상황을 많이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사용했던 소재를 써서 장신구를 구현하면 장신구의 무게가 무거워진다. 근데 장신구가 너무 무거우면 배우 분들이 연기에 집중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장신구만 잘하겠다며 내 욕심만 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작품마다 톤이 다른데 작품에 맞는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영화 ‘사도’는 고증이 더 많이 들어갔던 작품이고, 드라마 ‘장옥정’은 상상력이 더 많이 들어갔던 작품이다. ‘장옥정’에 ‘사도’ 장신구는 어울리지 않고, ‘사도’에는 ‘장옥정’ 장신구가 어울리지 않는다. Q. ‘달의 연인’은 캐릭터에 따라 장신구가 다르게 보여 졌다. 캐릭터 별로 장신구 특징에 대해 설명한다면왕소(이준기 분)는 어두운 면이 있는 인물이고, 의상도 어두운 톤으로 설정돼 장신구의 톤을 어둡게 했다. 은에 유화처리를 했고, 오닉스를 상징석으로 사용했다. 조금 삐딱한 면이 있는 캐릭터기 때문에 비정형화된 느낌을 살려 입체감 있게 디자인했다. 감독님께서 왕소에게 날카로운 느낌이 있기를 원하셨다. 그래서 문양이나 장식들을 투박하게 가지 않았다. 장신구의 느낌이 이준기 씨의 세련되고 고운 얼굴선과 잘 맞았던 것 같다. 포스터에서 착용된 반지는 왕소가 자주 착용한 가면의 텍스처에서 영감 받아 디자인했다. 해수(아이유 분)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랑스러운 인물이다. 초반에는 머리 장식이나 귀걸이, 반지 등의 장신구도 파스텔 톤으로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럽게 디자인했다. 지은 씨는 얼굴이 작고 체구도 작으셔서 장신구를 작게 디자인해야 하나 했는데 지은 씨께서 큰 것도 좋아하고, 과감한 색감들도 좋아한다고 하셔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 사건에 따라 캐릭터의 변화가 가장 많았기 때문에 장신구의 스타일도 가장 많이 변화 했다. 초반에는 같은 머리 장식을 양쪽으로 해 천진난만하고 발랄한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 좀 더 성숙한 다음에는 올림머리에 머리꽂이로 포인트를 주기도 했다. 귀걸이의 크기나 길이감도 다양하게 디자인했는데 현대의 고하진으로 나올 때는 화장품 점원임을 고려해 너무 크지 않고 심플하게 디자인했다. 소가 청혼하며 선물한 머리꽂이에는 지은 씨의 아이디어가 반영됐다. 해수가 계속 착용하게 될 아이템이었기 때문에 지은 씨의 의견을 넣고 싶었다. 모란 자개 꽃을 주변으로 보색 대비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셔서 디자인할 때 큰 도움이 됐다. 왕욱(강하늘 분)의 점잖은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맑은 톤의 옥과 비취를 상징석으로 써서 상투관을 디자인했다. 해수에게 정표로 선물한 팔찌에도 비취를 썼다. 그리고 강직한 성품을 드러내기 위해 상투관도 부피감 있게 디자인했다. 강하늘 씨의 얼굴형에는 얇은 것보다 조금 묵직한 느낌이 어울리기도 한다. 고려판 뇌섹남으로 캐릭터 설명이 되어 있다. 너무 섬세하고 장식적인 문양은 피하고 일정한 패턴의 문양을 차용해 디자인했다. 그리고 투박한 은가락지에 의미를 담은 한자 성어를 새겼다. 왕요(홍종현 분)는 가진 것이 많은데도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인물이다. 장신구도 가장 화려하게 디자인했다. 초반에는 은을 베이스로 디자인 한 적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금을 많이 사용해 디자인했다. 대체로 부피감이 있게 디자인했는데 홍종현 씨의 이목구비가 또렷해서 큰 장신구가 잘 어울렸다. 노리개에는 금 장식을 달았고 명예와 부를 뜻하는 호안석과 자마노를 상징석으로 사용했다. 다시 살아 돌아온 다음에는 황제가 된다. 그 후에는 귀걸이를 더 길고 화려하게 디자인 했고, 부피감이 큰 목걸이를 착용했다. 관도 더 크게 디자인 했다. 반지는 반지만 보더라도 한 눈에 황제임을 알아볼 수 있도록 존재감 있게 디자인했다. 백아(남주혁 분)는 예술에 능한 인물이라서 디테일이 특이한 장신구를 설정했다. 서예, 그림, 악기 등을 다 잘 하는데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을 것 같았다. 유유자적한 인물이라 왕요처럼 부티 나고 화려하지는 않게 디자인했다. 그리고 유학파라서 머리 장식, 노리개, 반지 모두 너무 ‘고려’스럽지 않게 하려고 했다. 투명한 유리도 사용하고, 터키석과 문스톤 등 다양한 원석을 활용해 디자인했다. 거문고를 타고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있어 손가락의 한 마디를 엎을 정도로 우대가 넓은 반지를 디자인했다. 남주혁 씨는 키가 크기 때문에 노리개는 여러 가닥으로 매듭지어 길게 늘어뜨리고, 칠보로 마감했다. 보통 장신구를 잘 하지 않는 남자들은 장신구의 디자인이 과하면 부담스러워 한다. 그래서 걱정되고 조심스러웠는데 남주혁 씨께서 잘 착용해주셔서 감사했다. 다양한 디자인의 반지도 설정했는데 양손에도 착용하시고, 한 손가락에 두 개도 연달아 착용하시고 약지에도 착용하시는 등 장신구 활용을 잘하셨다. 왕은(백현 분)은 장난 끼가 많고 아이같이 천진난만한 캐릭터다. 맑은 하늘색의 아마조나이트를 상징석으로 사용했다. 왕은이 순덕에서 선물하는 향낭에도 왕은을 상징하는 하늘색을 활용했다. 여자들이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른다는 왕은의 대사와 하늘색의 선물이 잘 어울렸다. 여러 가지로 왕은의 캐릭터와 하늘색이 잘 맞았던 것 같다. 왕은의 장신구는 멋지기 보다는 귀여운 느낌이 나도록 디자인했다. 움직임이 많아 머리 꽂이에도 원석을 늘어뜨려 활동적인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 백현 씨도 머리 장식이 딸랑딸랑 거린다며 좋아하셨다. 혼인 후에는 장신구를 조금 크게 만들었고, 색의 채도도 낮췄다. 순덕과 혼인할 때 나눠 낀 반지는 어리고 귀여운 커플이기 때문에 너무 화려하거나 예쁘지 않게 디자인 했다. 결혼반지지만 황위에는 관심 없는 순수한 커플이기 때문에 금 보다는 은으로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순덕이 동물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등장하지 않나. 그 이미지를 생각했을 때 가죽이 어울릴 것 같다고 느껴 은반지에 가죽 소재를 덧댔다. 그리고 순수함을 부각시키기 위해 하얀 가죽을 덧대고 가운데 문양을 새겼다. 백현 씨를 처음 만났을 때, 백현 씨께서 착용한 반지가 있었다. 양 끝에 테두리가 있고 가운데에 홈이 파져 문양이 있는 디자인이었다. 큰 틀은 그 반지에서 영감을 얻었다. 백현 씨께서 반지를 보자마자 예쁘다며 좋아하셨다고 해서 정말 기뻤다. 왕정(지수 분)은 무예에 능통하고 씩씩한 캐릭터다. 상징석으로 무늬가 너무 도드라지지 않은 설화석을 사용했다. 가공하지 않은 원석의 거친 느낌도 그대로 살렸다. 장신구에 장식적인 문양을 많이 넣지 않았다. 하지만 투박해 보이지 않도록 선의 강약을 조절해 디테일을 표현했다. 지수 씨께서 얇은 것보다는 두껍고, 문양이 있는 디자인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주셨다. 장신구가 잘 보일만한 포인트를 말씀해주신 적이 있는데 그 상황이 촬영 당시 보다 한참 뒤였다. 그런 부분까지 잘 파악하고 있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왕원(윤선우 분)은 사치스럽고 오만하면서 행복하지 않은 캐릭터다. 귀족 이상의 신분만 사용할 수 있었던 보라색은 오만함과 외로움, 불행, 고독 등의 의미가 담겨 있는 색인데 9황자의 캐릭터와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했다. 보라색의 자수정을 상징석으로 사용했다. 장신구가 화려하지만 왕요보다 정제되거나 세련되지는 않게, 그리고 조금 과한 느낌이 들도록 디자인 했다. 황보 연화(강한나 분)는 항후의 자리를 갈망하는 공주다. 장신구도 예쁘고 화려하게 디자인 했다. 초반부에는 공주의 예쁘장한 느낌을 살려 꽃을 많이 활용해 디자인했다. 흑화한 뒤에는 어두운 유화를 베이스로 하되 원석에 컷팅을 해 반짝이는 느낌을 살려 화려함을 잃지 않도록 했다. 황후가 된 뒤에는 금을 베이스로 하고, 좀 더 웅장하고 사치스러운 느낌으로 디자인했다. 우희(서현 분)는 백제의 마지막 공주인데 복수를 위해 가무 전담 기녀로 분한 캐릭터다. 서현 씨께서 빨간색을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캐릭터와도 빨간색이 잘 맞았던 것 같다. 기녀답게 색감과 디자인을 화려하게 가져갔지만 공주의 품위를 잃지 않도록 디테일에 신경썼다. 이뤄지기 힘든 사랑에 빠진 여인이다. 여성스러운 느낌을 살리기 위해 곡선을 많이 사용해 디자인했다. 나중에 백아가 슬쩍 보고도 바로 우희를 떠올릴 정도로 우희를 상징하는 진묘수라는 아이템이 있다. 실제 진묘수는 예쁘지 않다. 우희 공주 표 진묘수를 만들고 싶어서 실제 진묘수보다 장식적인 요소를 많이 넣어 디자인했다. 해씨 부인(박시은 분)은 우아하고 인자한 캐릭터다. 은은하고 차분한 톤으로 디자인 했고, 모티브도 자연의 이미지를 따 온 것이 많다. 박순덕(지헤라 분)은 순수하고 무예에 능통한 캐릭터다. 혼인한 뒤에 장신구 사용이 있었는데, 여성스럽지만 과하지 않게 디자인했다. 황후 황보(정경순 분)는 덕이 많고 검소한 인물이지만 황후기 때문에 화려함은 유지하려고 했다. 유씨와 차별화를 주기 위해 금속이나 문양 보다는 크기가 크고 작은 원석들이 더 돋보이도록 디자인했다. 황후 유씨(박지영 분)는 가장 화려하고 과감하게 디자인 했다. 누금 세공기법과 세선 기법을 차용해 섬세한 디테일을 살렸다. 황후 유씨가 왕요를 가장 아끼지 않았나. 두 사람이 또 많이 닮았다. 그런 연결고리를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두 사람 장신구의 세공 기법도 같은 것을 사용했다. 투 샷이 잡혔을 때, 그림만 봐도 엄마와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다. Q. 듣고 보니 생각보다도 더 많은 것을 고려하면서 디자인에 신경 썼다왕요가 황보연화에게 청혼하며 선물한 반지도 유씨와 왕요에게 썼던 기법과 같은 기법을 써서 디자인했다. 가족이 되어 달라는 의미가 더 돋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Q. 예전 인터뷰 때 작업하고 있는 배우 중에 홍종현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했다. 드라마 상으로도 황자들 중에서 가장 다양한 장신구를 착용한 것으로 보인다. 귀걸이며 반지, 목걸이가 매우 눈에 띄고 또 배우와도 잘 어우러져 캐릭터가 한층 더 살아났다. 왕요 하면 화려한 장신구가 먼저 떠오를 정도다. 작업 과정이 특별했던 것인지, 작품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홍종현이 가장 인상 깊은 배우로 남아 있는지 궁금하다홍종현 씨라는 사람도 좋았고, 작업하는 과정도 좋았다. 사람 관계에서 센스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홍종현 씨는 센스 있게 상대방을 배려한다. 해맑은 면이 있고, 현명한 사람이기도 하다.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욕심도 있는 것 같아서 좋게 봤다. 홍종현 씨는 드라마를 찍는 중간에도 스케줄이 많았다. 다른 스케줄 하러 가시는 길에도 숍에 들러서 사이즈를 체크해주시고 아이디어도 내주셨다. 홍종현 씨께서 편하게 해주시고 장신구에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나도 적극적으로 디자인해볼 수 있었다. 긴 귀걸이는 처음에 실수로 홍종현 씨께 갔던 것이었는데 홍종현 씨께서 “다음 대본을 봤나? 내가 죽었다 살아서 돌아오는데 그 때부터 보내준 긴 귀걸이를디지털 이슈팀기자 onlinenews@wowtv.co.kr한국경제TV 핫뉴스ㆍ이승환 ‘박근혜 하야’ 현수막…윤도현-찬성-오상진까지 ★들도 뿔났다ㆍ`공주전` `박공주 헌정시` `악마는 프라다를 신는다`까지…최순실 풍자 봇물ㆍ연세대 `공주전`은 풍자의 서막?.. 박공주헌정시·시일야방성대곡 명글 줄이어ㆍ최태민 지인 전기영 목사 "최씨는 혼을 믿는 주술가"ㆍ연세대 `공주전`, 고려대는 `박공주헌정시`… 최순실-朴대통령 풍자 "통쾌하네"ⓒ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