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삼구 회장 "투자자와 함께 금호타이어 사겠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은 2일 “금호타이어 인수는 단독으로 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단독으로 인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전략적투자자(SI)나 재무적투자자(FI)와 같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 전략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회장은 당분간 금호타이어 인수에 동참할 SI나 FI를 물색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혼자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수 자금을 해결하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타이어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박 회장이 보유한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을 쓰려면 개인 자격이어야 한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단독] 박삼구 회장 "투자자와 함께 금호타이어 사겠다"
◆강한 인수 의지…그룹 재건 목표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7년 만에 금호타이어를 다시 품에 안을 기회여서다. 금호타이어는 2010년 9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채권단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그러다 2014년 12월 워크아웃을 졸업, 지난 7월 매각이 결정됐다. 채권단과 매각주관사는 시가 7500억원 상당의 금호타이어 지분 6636만주(지분 42.01%)를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한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하면 매각가격은 1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오는 9일 예비입찰, 내년 1월 본입찰에 들어간다.

박 회장은 지난해 12월 금호산업을 인수한 데 이어 금호타이어까지 품어 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을 끼울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 등 주력 계열사의 수익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어서 금호타이어 인수를 통해 안정적 성장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의중도 있다.

◆우선매수권 사용 어려워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의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어 본입찰에서 정해진 최고 입찰가격을 채권단이 수용하면 이를 행사할 수 있다. 문제는 그만큼의 자금을 박 회장 단독으로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 회장이 SI나 FI를 찾아나서는 이유다.

다만 공동 인수에 나설 경우 박 회장은 우선매수권을 쓸 수 없다. 이 우선매수권은 ‘채권단의 사전 서면 동의가 없는 한 제3자에게 양도될 수 없다’는 조건이 달려 있다. 계열사나 제3자 컨소시엄이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인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박 회장은 “우선매수권은 쓰지 않는 거냐”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채권단의 동의를 구해 FI, SI와 컨소시엄을 꾸려 우선매수권을 사용할 가능성을 남겨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공개 입찰 경쟁 치열할 듯

채권단은 여전히 제3자 우선매수권 양도는 불가능하다는 방침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매각공고가 난 상황에서 이를 뒤집을 순 없다”며 “방침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채권단의 입장을 얘기하자 박 회장은 즉답을 피하며 “(본입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박 회장이 금호그룹 지주사인 금호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SI나 FI에게 자금을 조달받아 우선매수권을 사용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금호홀딩스 지분은 현재 모두 채권단에 담보가 잡혀 있다. 이대로라면 박 회장의 컨소시엄은 우선매수권 없이 다른 업체들과 가격 경쟁을 벌여야 한다. 세계 8위 타이어업체 일본 요코하마타이어, 중국 종합화학업체 켐차이나 등이 인수 의사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는 글로벌 판매망과 중국 내 생산거점을 갖추고 있어 탐내는 업체가 많을 것”이라며 “시장 예상가격을 뛰어넘는 액수를 써내는 곳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매출 기준 국내 2위, 세계 14위 타이어업체다. 한국 중국 미국 베트남 등 9개 지역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정지은/김일규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