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위원장·靑비서실장 모두 '대행'…신임 민정수석은 불출석
김규현 "보도는 다 진실이냐" 발끈했다가 "죄송"


국회 운영위원회가 2일 대통령 비서실의 내년도 예산심의를 위해 소집한 전체회의는 진행자도 보고자도 모두 '직무대행'이 참석하는 이례적 장면이 연출됐다.

운영위원장인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대표·최고위원·중진 연석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여당 간사인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의사봉을 넘겼다.

업무보고를 해야할 대통령 비서실장은 공석인 터라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대신 나왔다.

특히 새로 임명된 최재경 민정수석은 관례를 이유로 들어, 김현숙 고용복지수석은 예산결산특위 출석으로 각각 자리를 비웠다.

일부 참모는 후임이 임명되지 않는 바람에 빈 좌석이 많이 눈에 띄었다.

예상대로 이날 회의는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면서 예산 심의보다는 청문회에 가까운 장면이 연출됐다.

본 질의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지난달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최순실 관련 의혹을 부인한 이원종 전 대통령비서실장,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에 대해 모두 국회 위증 혐의로 고발할 것을 요청했다.

이어 같은당 김한정 의원은 "대한민국은 표류하고 있고, 청와대는 난파선"이라면서 "대한민국 국정이 세월호 사태를 맞고 있는데 모든 원인이 대통령으로부터 나왔다"고 비난했다.

이재정 의원도 "여기 있는 분들도 최순실과 함께 뭔가 작당한 적이 없다고 순결하다고 생각할 수 있느냐"면서 "여러분도 오염된 분들"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한 뒤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의 예산 증액분은 전액 삭감"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장 출신의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최순실 씨가 검문을 받지 않고 청와대를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의혹과 관련, "내가 청와대 있을 때도 옆에 태워서 (검문을 받지 않고) 많이 들어갔다"면서 경호실이 최씨의 '비밀 출입'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새 국무총리를 내정한 데 대해 "한마디 소통도 없이 야당을 깡그리 무시한 채 일부 개각을 한 것은 국면전환용"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도 "오늘 총리 내정자 발표는 국민이 뭐라고 하든 들리지 않는다는 '전두환식 4·13 호헌 선언'과 다름없다"고 가세했다.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박 대통령의 지난달 대국민사과에 대해 "대놓고 우리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서 "그런데 여러분은 단 한마디 다른 소리를 못하고 허수아비처럼 월급만 받은 것 아니냐"고 다그쳤다.

이에 답변에 나선 김규현 수석은 "수사결과를 갖고 말해야지 대통령이 거짓말했다고 예단하지 마시라"고 반박했으며, 강 의원이 일부 언론보도를 언급하며 거듭 추궁하자 "보도는 다 진실이냐"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김 수석은 그러나 뒤이어 기동민 의원이 "모든 친정부 언론과 정부비판 언론이 대통령과 최순실에 대한 비판 보도가 쏟아지는데 그런 의혹이 진실이 아니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느냐"고 몰아붙이자 "제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