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세나(문화예술지원) 활동을 하는 기업 10곳 중 3곳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의 영향으로 문화예술 지출 규모를 줄일 방침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메세나협회는 2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연 ‘기업 문화소비 활성화 세미나’에서 최근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에 응한 80개사의 문화예술사업 담당자 중 31%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소속 기업의 문화예술 지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변화없다”고 응답한 담당자는 68%였다. 반면 “법 시행에 따라 전반적인 기업의 문화예술 지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응답한 담당자는 64%에 달했다. 조사를 담당한 김성규 한미회계법인 대표는 “소속 기업의 실제 지출이 줄어드는 비율보다 전반적인 기업 지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비율이 두 배 이상인 것은 막연한 불안감이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법 적용의 명확한 기준 제시와 홍보 및 교육 등을 통해 이런 심리적 위축감을 없애는 것이 기업의 문화소비 활성화의 우선적인 과제”라고 밝혔다.

기업의 문화예술 지출 유형 가운데에는 ‘문화접대’가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33.1%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협찬’(20.6%),‘홍보·마케팅 행사’(12.5%) 등이 뒤를 이었다. 장르별로는 클래식·오페라(27.3%), 뮤지컬(20.4%), 대중음악 콘서트(15.7%), 무용·발레(13.4%) 순으로 조사됐다. 협회는 클래식·오페라와 뮤지컬의 관람권 가격이 상대적으로 고가이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이날 세미나 기조강연에서 “순수예술이 대중예술이나 복지 분야와 한정된 자원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위기 상황 속에서 부패방지법 시행으로 결정타를 맞았다”며 “생존 자체를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클래식 음악을 비롯한 순수예술은 시장 메커니즘만으로 지탱되기 어렵기 때문에 공공지원이나 기업의 비영리적 메세나 지원이 필수”라며 “김영란법은 이런 순수예술 분야의 특성을 무시하고 자원조달 창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