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져 나오는 의혹에 "하야ㆍ탄핵" 여론 악화
"용서 구하는 마음…사교에 빠졌다고까지 하더군요"
금주 인적쇄신 완료 목표로 비서실장 인선 막판 고심
새누리 건의에 '김병준 총리' 일찌감치 낙점한 듯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비선실세' 의혹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한 뒤로 2일 현재 9일째에 접어들었다.

박 대통령은 사과 이후로 지금까지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어떤 메시지도 내놓지 않았다.

지난 20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기준으로 하면 2주일째 대통령 주재 회의를 통한 국정 메시지 발신도 중단한 상태다.

박 대통령은 대신 청와대 참모진 부분 개편과 국무총리 및 경제부총리 후보자 지명 등 인적쇄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사이 박 대통령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 씨가 청와대를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의혹과 더불어 미르ㆍK스포츠 재단의 강제모금 의혹을 구체화하는 재단 관련자들의 증언 등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2선 퇴진 또는 하야ㆍ탄핵을 요구하는 정치권과 국민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측근 3인방을 비롯해 핵심 참모들도 청와대를 떠났고, 국정은 '최순실 블랙홀'에 갇혀 옴짝달싹도 못 하는 그야말로 '고립무원'의 상황에 봉착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본인 잘못으로 핵심 참모들이 줄줄이 사퇴하고, 나라마저 흔들리는 위기 상황을 초래한 데 대해 몹시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참모는 "박 대통령은 국민께 용서를 구하고 싶은 심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고, 새누리당 조원진 최고위원은 지난 1일 당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대통령께서 상임고문단과 사회원로들과 간담회를 한 자리에서 회한의 눈물을 흘리셨다고 한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사회원로들을 만난 자리에선 '최씨가 박 대통령의 주술적 멘토였다'는 정치권과 세간의 의구심에 대해 "제가 사교에 빠졌다고까지 하더군요"라면서 침통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돌아서는 민심을 막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데 있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에 대한 국민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추가 의혹 제기가 확신을 낳고 어떤 수습책을 내놓아도 비판받거나 부정되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다시 한 번 국민을 상대로 최 씨와 본인과의 관계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내에서도 박 대통령이 추가로 대국민 담화 등을 통해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관계자는 "인적 쇄신을 마무리하고 검찰 수사로 의혹의 실체가 드러나면 박 대통령이 최 씨와의 관계를 포함해 그동안의 의혹에 대해 재차 사과하는 자리가 있지 않겠는가"라고 전망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인적쇄신에 속도를 내기 위해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지난주 일찌감치 낙점했으나 거국중립내각 구성 등을 놓고 혼선이 빚어지자 정치권의 상황을 지켜보느라 총리 인선 발표를 빨리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대국민 사과 이후 새누리당이 참여정부 핵심인사인 김 교수를 총리 후보로 건의하자 이를 수용하고 내치를 전담시키겠다는 뜻도 김 교수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리 내정자도 이날 오후 삼청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으로부터 내정 연락을 받은지 일주일 정도 됐느냐는 질문에 "달력을 봐야겠지만 아마 그 정도 아니겠냐. 오래 전은 아니다"고 답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신임 비서실장 인선 문제를 놓고 막판 고심을 하는 등 금주 인적 쇄신을 완료하겠다는 구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