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Success Story] 이동혁 태양타공사 사장 "타공 외길 33년…도쿄 첨단 오피스빌딩도 우리 제품으로 외벽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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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훈의 기업인 탐구
불황 이겨낸 비결은 기술력
15세때 알바로 타공기술 배워…고교 졸업 후 아예 회사 인수
인테리어 타공판 등 개발로 지식재산권도 6건이나 확보
만학으로 석사학위 따내
신분야 개척, 도전은 끝이 없다
테크노마트·엑스포타워 등 다양한 곳 납품으로 품질 입증
감성담은 타공제품으로 영역 확대
이젠 수출사업 육성 부푼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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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로 야근하는 중소기업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경기 김포시 고촌읍에 있는 태양타공사는 다르다. 철판에 구멍을 뚫는 타공판 제작업체인 이 회사에선 요즘에도 밤늦도록 펀칭기가 작동한다. 비결이 뭘까.
일본 굴지의 건축외장재 관계자들이 지난해 태양타공사(사장 이동혁·48)를 찾았다. 이 회사가 있는 경기 김포시 고촌읍 향산리는 아직 전원풍경이다. 도시로 본격 개발되기 전이라 둑에서 빠져나온 좁은 도로를 타고 한참 달려야 한다. 차 한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비좁은 개울 옆 도로도 지나야 한다. 바퀴가 30㎝만 벗어나도 개울로 떨어질 판이다. 그런 외진 곳을 일본 기업인들이 찾은 것은 이 회사의 외장타공판이 멋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진출한 일본 건자재 에이전트의 추천으로 직접 생산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공장과 연구실은 모두 4개 동. 전체 면적은 2000㎡쯤 된다. 공장에선 펀칭기가 힘찬 소리와 함께 철판에 구멍을 뚫고 있었다. 일본 기업인들은 만족감을 표시한 뒤 곧바로 주문했다.
이 타공판은 지난 6월 완공된 도쿄 소재 한 오피스빌딩 외벽을 장식하고 있다. 철판구멍 사이로 해질녘 빛이 들어오면 이 건물은 멋진 예술작품으로 변한다. 타공외장재의 강점이 바로 이런 것이다. 건물은 단순한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라 조명과 어우러진 예술품으로 승화된다. 이 회사가 제작하는 타공판은 철판에 구멍을 낸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내·외장재가 아니다. 원형 마름모 육각 사각 등 다양한 모양의 구멍을 만들 수 있다.
산업현장이나 건설현장의 미끄럼 방지용 돌기 제품도 생산한다. 엠보싱 기법의 돌기가 나온 제품을 비롯해 작업화 바닥이 철판에 잘 걸쳐지도록 금속조각이 삐죽삐죽 튀어나온 제품도 제조한다.
인테리어타공판도 제작한다. 팝아트나 회화 사진 등을 겉면에 인쇄해 벽에 걸 수 있는 제품이다. 작은 화분을 받침대에 담은 뒤 이를 연결핀으로 인테리어타공판에 고정할 수 있다. 꽃이 핀 작은 화분을 벽에 걸 수 있는 것이다. 이동혁 사장은 “대당 약 2억원에 이르는 자외선경화(UV) 디지털프린터를 갖춰 사진이나 그림만 있으면 이를 촬영해 금속판에 정교하게 인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테리어타공판에 명화나 추억이 담긴 해외여행 사진, 동물 캐릭터 등을 인쇄하면 실내 분위기를 미술관처럼 바꿀 수 있다”며 “인테리어업체에서 주문이 끊이질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개인전을 10여 차례 연 중견화가 신동호 화백과 공동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불황에도 잔업을 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33년간 타공 분야에 종사한 노하우다. 이 사장은 중학교 재학 중인 15세 때부터 서울 신설동 태양타공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본격적으로 일하면서 모은 돈으로 1992년 아예 이 회사를 인수했다. 종업원 세 명으로 규모는 작았지만 1974년 설립돼 국내 타공업계에선 손꼽힐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회사다. 이 사장은 “낮에는 청계천 일대 기업체를 상대로 영업하고 저녁에 펀칭기를 돌리는 등 열심히 일했다”며 “그 뒤 부천을 거쳐 1996년 김포로 공장을 확장했다”고 말했다.
둘째, 아이디어 제품 개발이다. 이 사장은 일반적인 타공업체들이 철판에 구멍을 뚫는 일에 머무른 것과 달리 신제품 개발에 적극 나섰다. 그가 6건의 지식재산권을 확보(4건은 추가로 출원 중)한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다. 타공판과 조명이 결합하면 무궁무진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이 사장은 “신도림동 테크노마트와 속초엑스포타워 외장재가 바로 우리가 납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인천국제공항 인테리어구조물, 현대·기아자동차 남영연구소 방음벽, 삼성전자 반도체세척라인 타공망, 한국화력원자력발전소의 방음부스, 지하철 8호선 방음벽 등을 수주 납품했다.
그는 특히 인테리어 타공판에 애착을 갖고 있다. 갖가지 그림을 통해 차가운 금속판이 예술작품으로 승화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감성타공판’이라고 부른다. 이 사장 자신이 연구개발에 적극적이다. 사업으로 제때 대학에 진학할 기회를 놓친 그는 만학으로 경기 시화산업단지에 있는 한국산업기술대에 들어가 부품·소재를 전공했고 동대학원에서 신소재공학을 전공해 공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공부 역시 신제품 개발을 위한 것이다. 이 사장은 “산업기술대는 다른 대학과 달리 산학협력에 적극적이고 학생 중에 기업인이 많아 제품 개발에 관한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도 대학교수 및 동문 등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신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셋째, 장기근속자의 손끝에서 나오는 기술이다. 이 사장은 “우리 회사는 한 번 입사하면 퇴사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대부분 10년 이상 한솥밥을 먹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손끝에서 좋은 제품이 나온다. 이 사장은 “일본 바이어들이 일본 기계로 어떻게 일본업체보다 타공판을 더 잘 만드느냐며 고개를 갸우뚱했다”며 “이게 바로 기술인력들의 노하우”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점심시간엔 인근 밥집에서 점심을 주문해 한곳에 모여서 식사를 한다. 오랫동안 함께 일하다 보니 형제처럼 끈끈한 정을 갖고 있다고 이 사장은 덧붙였다. 이 사장은 “타공제품은 설계 금형제작 타공 절곡(구부림) 용접 표면처리 조립 검사 출고 등 약 10가지 공정을 거치는데 우리는 이 모든 공정을 일관작업으로 처리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스톱으로 일을 처리하니 불량률이 줄어들고 납기도 단축해 바이어들이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의 꿈은 타공제품을 본격적인 수출품으로 키우는 것이다.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그는 “통신 제품 커버에서 자동차 부품, 곡물선별기, 방음재, 보온재, 천장재, 인테리어재 및 외장재 등 다양하다”며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개발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일본 굴지의 건축외장재 관계자들이 지난해 태양타공사(사장 이동혁·48)를 찾았다. 이 회사가 있는 경기 김포시 고촌읍 향산리는 아직 전원풍경이다. 도시로 본격 개발되기 전이라 둑에서 빠져나온 좁은 도로를 타고 한참 달려야 한다. 차 한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비좁은 개울 옆 도로도 지나야 한다. 바퀴가 30㎝만 벗어나도 개울로 떨어질 판이다. 그런 외진 곳을 일본 기업인들이 찾은 것은 이 회사의 외장타공판이 멋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진출한 일본 건자재 에이전트의 추천으로 직접 생산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공장과 연구실은 모두 4개 동. 전체 면적은 2000㎡쯤 된다. 공장에선 펀칭기가 힘찬 소리와 함께 철판에 구멍을 뚫고 있었다. 일본 기업인들은 만족감을 표시한 뒤 곧바로 주문했다.
이 타공판은 지난 6월 완공된 도쿄 소재 한 오피스빌딩 외벽을 장식하고 있다. 철판구멍 사이로 해질녘 빛이 들어오면 이 건물은 멋진 예술작품으로 변한다. 타공외장재의 강점이 바로 이런 것이다. 건물은 단순한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라 조명과 어우러진 예술품으로 승화된다. 이 회사가 제작하는 타공판은 철판에 구멍을 낸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내·외장재가 아니다. 원형 마름모 육각 사각 등 다양한 모양의 구멍을 만들 수 있다.
산업현장이나 건설현장의 미끄럼 방지용 돌기 제품도 생산한다. 엠보싱 기법의 돌기가 나온 제품을 비롯해 작업화 바닥이 철판에 잘 걸쳐지도록 금속조각이 삐죽삐죽 튀어나온 제품도 제조한다.
인테리어타공판도 제작한다. 팝아트나 회화 사진 등을 겉면에 인쇄해 벽에 걸 수 있는 제품이다. 작은 화분을 받침대에 담은 뒤 이를 연결핀으로 인테리어타공판에 고정할 수 있다. 꽃이 핀 작은 화분을 벽에 걸 수 있는 것이다. 이동혁 사장은 “대당 약 2억원에 이르는 자외선경화(UV) 디지털프린터를 갖춰 사진이나 그림만 있으면 이를 촬영해 금속판에 정교하게 인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테리어타공판에 명화나 추억이 담긴 해외여행 사진, 동물 캐릭터 등을 인쇄하면 실내 분위기를 미술관처럼 바꿀 수 있다”며 “인테리어업체에서 주문이 끊이질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개인전을 10여 차례 연 중견화가 신동호 화백과 공동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불황에도 잔업을 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33년간 타공 분야에 종사한 노하우다. 이 사장은 중학교 재학 중인 15세 때부터 서울 신설동 태양타공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본격적으로 일하면서 모은 돈으로 1992년 아예 이 회사를 인수했다. 종업원 세 명으로 규모는 작았지만 1974년 설립돼 국내 타공업계에선 손꼽힐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회사다. 이 사장은 “낮에는 청계천 일대 기업체를 상대로 영업하고 저녁에 펀칭기를 돌리는 등 열심히 일했다”며 “그 뒤 부천을 거쳐 1996년 김포로 공장을 확장했다”고 말했다.
둘째, 아이디어 제품 개발이다. 이 사장은 일반적인 타공업체들이 철판에 구멍을 뚫는 일에 머무른 것과 달리 신제품 개발에 적극 나섰다. 그가 6건의 지식재산권을 확보(4건은 추가로 출원 중)한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다. 타공판과 조명이 결합하면 무궁무진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이 사장은 “신도림동 테크노마트와 속초엑스포타워 외장재가 바로 우리가 납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인천국제공항 인테리어구조물, 현대·기아자동차 남영연구소 방음벽, 삼성전자 반도체세척라인 타공망, 한국화력원자력발전소의 방음부스, 지하철 8호선 방음벽 등을 수주 납품했다.
그는 특히 인테리어 타공판에 애착을 갖고 있다. 갖가지 그림을 통해 차가운 금속판이 예술작품으로 승화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감성타공판’이라고 부른다. 이 사장 자신이 연구개발에 적극적이다. 사업으로 제때 대학에 진학할 기회를 놓친 그는 만학으로 경기 시화산업단지에 있는 한국산업기술대에 들어가 부품·소재를 전공했고 동대학원에서 신소재공학을 전공해 공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공부 역시 신제품 개발을 위한 것이다. 이 사장은 “산업기술대는 다른 대학과 달리 산학협력에 적극적이고 학생 중에 기업인이 많아 제품 개발에 관한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도 대학교수 및 동문 등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신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셋째, 장기근속자의 손끝에서 나오는 기술이다. 이 사장은 “우리 회사는 한 번 입사하면 퇴사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대부분 10년 이상 한솥밥을 먹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손끝에서 좋은 제품이 나온다. 이 사장은 “일본 바이어들이 일본 기계로 어떻게 일본업체보다 타공판을 더 잘 만드느냐며 고개를 갸우뚱했다”며 “이게 바로 기술인력들의 노하우”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점심시간엔 인근 밥집에서 점심을 주문해 한곳에 모여서 식사를 한다. 오랫동안 함께 일하다 보니 형제처럼 끈끈한 정을 갖고 있다고 이 사장은 덧붙였다. 이 사장은 “타공제품은 설계 금형제작 타공 절곡(구부림) 용접 표면처리 조립 검사 출고 등 약 10가지 공정을 거치는데 우리는 이 모든 공정을 일관작업으로 처리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스톱으로 일을 처리하니 불량률이 줄어들고 납기도 단축해 바이어들이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의 꿈은 타공제품을 본격적인 수출품으로 키우는 것이다.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그는 “통신 제품 커버에서 자동차 부품, 곡물선별기, 방음재, 보온재, 천장재, 인테리어재 및 외장재 등 다양하다”며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개발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