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에 취한 40년, 꽃으로 피어나다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 아, 이것은 비밀.”(‘풀꽃·2’ 전문)

간결하면서도 강한 울림을 주는 시로 인기를 끌어온 나태주 시인(사진)이 꽃을 소재로 한 시 224편을 모은 시선집 《별처럼 꽃처럼》(푸른길)을 냈다. 시집 앞쪽에는 올해 지은 시를 배치하고, 뒤로 갈수록 과거에 지은 시를 넣어 시인의 ‘꽃 시 창작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 나 시인은 꽃에 대한 시를 많이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자세히 보아야 / 예쁘다 // 오래 보아야 /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는 ‘풀꽃·1’은 국민 애송시다.

그의 시에서 꽃은 일차적으로 ‘아름다운 것’으로 등장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참된 것’ ‘착한 것’ ‘친근한 것’으로까지 의미가 확장된다. 1987년작 ‘달맞이꽃’은 이 꽃에 대한 친근함을 표현한 2행짜리 시다. “어찌하여 아침인데 / 노랑등불 들고 나오셨나요.”

사람의 정서를 대변해주는 상징으로도 꽃이 등장한다. 꽃 자체를 노래하기보다 그 꽃 속에 담긴 그리움, 사랑 등을 표현하기 위해 꽃을 차용하는 것이다. “길 가다가 멈춰 / 채송화에게 말을 걸었다 // 보고 싶다, 너는 / 내가 보고 싶지도 않니? // 채송화 꽃잎은 다섯 장 / 저도 보고 싶어요 // 내 마음도 붉고 // 채송화 꽃잎도 붉다.”(‘채송화에게’ 전문)

이숭원 서울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나 시인은 대상을 아름답고 순수하다는 의미에서 꽃으로 표현한다”며 “혼탁한 세상에서 보통 사람이 평소에 보지 못하는 대상의 새로운 면을 시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나 시인은 “꽃은 사랑의 대명사이고 시인들의 마음바탕과는 지근거리에서 숨결을 나누며 사는 이웃”이라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