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독일, 반도체회사 M&A 놓고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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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막지마라 "vs "기술유출 안돼"
올 독일 기업 인수에 110억달러 투자
차이나머니 공습에 경계 나선 독일
반도체사 아익스트론 인수 제동
중국 "양국 경제협력 타격" 경고
독일 부총리 만난 리커창도 비판
올 독일 기업 인수에 110억달러 투자
차이나머니 공습에 경계 나선 독일
반도체사 아익스트론 인수 제동
중국 "양국 경제협력 타격" 경고
독일 부총리 만난 리커창도 비판
중국 기업의 공격적인 독일 기업 인수합병(M&A)을 둘러싼 논란이 중국과 독일 정부 간 충돌로 번졌다. 중국 푸젠그랜드칩투자펀드(FGC)의 독일 반도체장비업체 아익스트론 인수건이 갈등의 핵심이다.
독일 정부가 아익스트론 인수승인 취소 조치를 내리자 중국 상무부는 “양국 간 투자와 경제협력 확대에 해로울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중국이 ‘보호주의’라고 독일을 비난하고, 독일은 중국에 ‘상호주의를 지키라’며 맞서고 있다.
◆연일 獨 공격하는 中
중국 정부는 독일 정부가 지난달 21일 FGC의 아익스트론 인수 승인을 철회하면서 재심사에 나서겠다고 한 것에 연일 강도 높은 항의의 뜻을 밝혔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션단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 2일 정례브리핑에서 “독일이 아익스트론 인수건을 재검토하기로 한 것은 보호주의적 조치”라며 “양국 간 상호투자 및 경제협력 확대에 해로운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에서 활동 중인 독일 기업을 대상으로 보복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또 이날 독일의 유력신문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차이퉁에 스밍더 주(駐)독일 중국대사 명의의 기고문을 실어 “독일에서 보호주의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주중 독일대사관 관계자를 불러들여 독일 정부의 아익스트론 인수 제동을 강력히 항의했다.
차이나 머니의 독일 기업 M&A를 둘러싼 갈등은 양국 최고위급 인사 간 만남에서도 나타났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1일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한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양국은 세계 교역과 투자 증진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보호주의에 반대한다는 확실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익스트론건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러자 가브리엘 부총리는 ‘상호주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국은 외자기업의 시장 접근과 관련해 온갖 제한이 있다”며 “독일에 그런 제한 조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보호주의냐, 상호주의냐
세계 최대 제조업 강국으로 꼽히는 독일 기업을 중국 기업이 M&A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의 해외 기업 M&A가 본격화한 2000년대 후반에도 차이나 머니의 독일 기업사냥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제조업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뒤처진 중국 입장에서는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한 독일 기업이 탐났다. 필리페 르코어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기업의 해외 M&A가 폭증한 올 들어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그 위험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M&A 정보제공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중국은 올 들어 1주일에 한 곳꼴로 독일 기업을 인수하고 있다. 1월 이후 최근까지 중국이 독일 기업 인수에 쏟아부은 돈은 110억달러(약 12조6000억원)에 달했다. 종전 최대치인 2014년 연간 실적 26억달러(약 3조원)의 네 배를 넘어섰다.
특히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가 독일 정치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독일의 대표적 산업용 로봇업체 쿠카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독일에서는 기술 유출과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독일 정치권에선 중국 기업이 독일 기업의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일각에선 차이나 머니에 대한 과도한 공포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독일 경제자문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은 독일 경제 번영에 크게 기여했다”며 “독일은 앞으로도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로 많은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독일 정부가 아익스트론 인수승인 취소 조치를 내리자 중국 상무부는 “양국 간 투자와 경제협력 확대에 해로울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중국이 ‘보호주의’라고 독일을 비난하고, 독일은 중국에 ‘상호주의를 지키라’며 맞서고 있다.
◆연일 獨 공격하는 中
중국 정부는 독일 정부가 지난달 21일 FGC의 아익스트론 인수 승인을 철회하면서 재심사에 나서겠다고 한 것에 연일 강도 높은 항의의 뜻을 밝혔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션단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 2일 정례브리핑에서 “독일이 아익스트론 인수건을 재검토하기로 한 것은 보호주의적 조치”라며 “양국 간 상호투자 및 경제협력 확대에 해로운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에서 활동 중인 독일 기업을 대상으로 보복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또 이날 독일의 유력신문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차이퉁에 스밍더 주(駐)독일 중국대사 명의의 기고문을 실어 “독일에서 보호주의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주중 독일대사관 관계자를 불러들여 독일 정부의 아익스트론 인수 제동을 강력히 항의했다.
차이나 머니의 독일 기업 M&A를 둘러싼 갈등은 양국 최고위급 인사 간 만남에서도 나타났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1일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한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양국은 세계 교역과 투자 증진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보호주의에 반대한다는 확실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익스트론건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러자 가브리엘 부총리는 ‘상호주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국은 외자기업의 시장 접근과 관련해 온갖 제한이 있다”며 “독일에 그런 제한 조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보호주의냐, 상호주의냐
세계 최대 제조업 강국으로 꼽히는 독일 기업을 중국 기업이 M&A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의 해외 기업 M&A가 본격화한 2000년대 후반에도 차이나 머니의 독일 기업사냥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제조업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뒤처진 중국 입장에서는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한 독일 기업이 탐났다. 필리페 르코어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기업의 해외 M&A가 폭증한 올 들어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그 위험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M&A 정보제공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중국은 올 들어 1주일에 한 곳꼴로 독일 기업을 인수하고 있다. 1월 이후 최근까지 중국이 독일 기업 인수에 쏟아부은 돈은 110억달러(약 12조6000억원)에 달했다. 종전 최대치인 2014년 연간 실적 26억달러(약 3조원)의 네 배를 넘어섰다.
특히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가 독일 정치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독일의 대표적 산업용 로봇업체 쿠카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독일에서는 기술 유출과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독일 정치권에선 중국 기업이 독일 기업의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일각에선 차이나 머니에 대한 과도한 공포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독일 경제자문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은 독일 경제 번영에 크게 기여했다”며 “독일은 앞으로도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로 많은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