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번째 앨범 낸 '테크노 뽕짝' 가수 이박사 "듣는 사람 신나게 해준 게 장수 비결"
한국과 일본에서 팔린 앨범 총 2500만장. 대형 콘서트만 50차례를 넘고, 작은 공연까지 합치면 몇천 번은 된다. 일본 대형 실내경기장인 무도관에서 만석(滿席) 콘서트도 열었다. ‘테크노 뽕짝’이라는 새로운 대중음악 장르를 개척한 가수 이용석 씨(62·사진)가 세운 기록들이다.

‘이박사’로 잘 알려진 그가 내년이면 가수생활 40년을 맞는다. 이씨는 지난달 12번째 정규앨범이자 통산 41번째 앨범 ‘익사이팅 윈드’를 냈다. 정규앨범 곡은 이씨가 모두 작사·작곡했다. 그는 “‘평화의 나라’ 등 가수 인생 40년을 대표하는 노래들을 새 앨범에 수록했다”고 말했다.

예순이 넘어서 새 곡을 계속 내며 활동하는 가수는 드물다. 이씨는 “듣는 사람을 편안하면서도 신나게 해준 게 지금까지 가수 생활을 이어온 비결”이라며 “관객과 함께 즐기려는 마음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씨가 노래로 ‘밥벌이’를 하게 된 건 1978년 관광버스 가이드로 일하면서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그는 가이드로 일하며 손님들이 심심하지 않게 노래를 불러 인기를 끌었다. 모르는 노래가 없어 ‘이박사’로 불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였다. 우연한 기회에 트로트 메들리 앨범을 냈고, 이를 들은 일본 소니뮤직 산하 큔소니(현 큔뮤직) 관계자가 1995년 그를 일본으로 스카우트했다.

일본 활동은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다섯 개 앨범을 내고, 1000만장 가까이 팔렸다. 음악성도 인정받았다. 일본 최정상 테크노밴드 ‘덴키 그루브’와 협연도 몇 차례 했다. 노래가 한국으로 역수입돼 국내에서도 유명해졌다. 돈도 명성도 얻었다. 그러나 그는 5년째를 끝으로 일본 활동을 중단했다.

“노래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자유로워야 합니다. 일본에서 전속계약으로 활동하다 보니 그런 자유가 없더라고요. 계약을 연장하자는 제의를 뿌리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죠. 국내에서도 전속계약 제의가 많이 왔지만 하지 않았어요. 그때그때 의뢰를 받아 노래하는 ‘행사 가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씨는 “무대에 서서 관객의 반응을 보면 시대 흐름을 느낄 수 있다”며 “경기가 좋으면 낭만적인 노래를 했을 때 반응이 좋지만 경기가 나쁘면 신나는 노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어느 때보다 사람들이 신나는 걸 좋아하는 시기”라고 덧붙였다. 트로트를 부르지만 젊은 층이 주로 듣는 테크노와 접목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