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왼쪽)와 스티브 발머.
빌 게이츠(왼쪽)와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 PC, 모바일 기기 사업부를 합치는 등 ‘하나의 MS’를 외치며 대대적 조직개편을 막 시작한 2013년 8월. 빌 게이츠와 함께 MS를 창업한 스티브 발머 당시 최고경영자(CEO)는 갑작스레 1년 안에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발머는 자진사퇴했다고 밝혔지만 ‘형제처럼’ 친하던 게이츠가 이끌던 이사회가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머는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모바일제품 시장에 늦게 뛰어든 것이 게이츠와 갈라서게 만든 이유”라고 털어놨다. 2002년부터 2014년 8월까지 CEO를 맡은 그는 “나는 서피스(MS 컴퓨터)를 강하게 추진한 반면 게이츠를 비롯한 이사회 멤버는 이를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MS의 스마트폰사업 진출을 두고 이런 갈등은 절정에 달했다는 게 발머의 주장이다. 그는 “그때로 돌아간다면 (게이츠와 이사회를 설득해) 몇 년 일찍 모바일폰 분야에 뛰어들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머의 뒤늦은 해명은 자기합리화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발머는 MS CEO로 일한 14년간 애플과 구글에 정보기술(IT) 업계 선두자리를 내줬다. 손실 누적으로 지금까지도 MS 발목을 잡는 노키아의 모바일폰 사업부를 94억달러(약 10조8000억원)에 인수한 것은 그였다.

그의 후임인 사티아 나델라는 ‘모바일 우선, 클라우드 우선’ 전략으로 MS의 실적을 크게 불리는 데 성공했다. MS는 모바일폰 사업 부진에도 지난 3분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클라우드 서비스사업 호조로 전년 동기보다 3% 증가한 228억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뉴욕증시에서 MS 주가는 지난달 21일 59달러92센트로 올라 닷컴 거품이 한창이던 1999년의 최고가(59달러56센트)를 경신했다. MS는 최근 태블릿 PC인 ‘서피스 프로’, 데스크톱 PC인 ‘서피스 스튜디오’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다시 하드웨어 시장에서 애플에 맞서고 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