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검사의 손발 같은 수사관…"배트맨과 로빈처럼 호흡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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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검사이야기 (5) 검사와 검찰 수사관
검사 1인당 많게는 4명 붙어
"베테랑 수사관 만나면 수사 절반은 먹고 들어가"
수사관이 원하는 검사 1위 "결단력 있고 리더십 뛰어나야"
최근 여성 수사관 비율 20% 육박
검사 1인당 많게는 4명 붙어
"베테랑 수사관 만나면 수사 절반은 먹고 들어가"
수사관이 원하는 검사 1위 "결단력 있고 리더십 뛰어나야"
최근 여성 수사관 비율 20% 육박
“공 수사관님! 일 좀 제대로 합시다. 제가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부탁드려요!!”
“이렇게 쇼를 해야 알아듣나? 내 스타일 아직도 모르나?”
영화 ‘부당거래’에서 검사 역을 맡은 류승범은 자신의 아버지뻘인 수사관에게 연신 독한 말을 쏟아놓는다. 검사의 비위를 눈치껏 맞추지 못해 계속 구박만 당하는 수사관. 한참 어린 나이의 검사에게 인격적인 모욕을 당하면서도 전혀 싫은 내색을 하지 못한다.
영화에서는 종종 검사와 수사관을 일종의 종속관계처럼 묘사한다. 현실에서도 그럴까. 부장검사를 지낸 한 대형 로펌의 대표변호사는 “이는 극히 일부의 모습일 뿐”이라며 “실제로는 서로 존중하는 일반 기업의 상사와 부하직원 관계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검찰 내 문화가 많이 바뀌어 과거 일부 존재했던 안하무인격 검사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그는 검사와 수사관의 관계를 ‘배트맨’과 ‘로빈’ 같은 사이라고 비유했다. 악당에 맞서는 배트맨(검사)과 그의 옆을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로빈(수사관)의 관계라는 설명이다.
검찰 수사관은 검찰청에서 근무하는 6급에서 9급까지의 일반직 공무원을 말한다. 현재 대한민국 검사 수는 2056명, 이들을 보좌하는 수사관 수는 5699명이다. 통상 검사 1인당 한 명의 수사관이 붙지만,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같은 곳은 두 명이 배정된다. 강력부에는 무술특채 수사관 등이 별도로 있어 많게는 네 명까지도 함께 근무한다.
이들은 범죄 정보를 수집 분석하며, 압수수색하고 피의자를 검거하기도 한다. 피의자를 기소한 경우 공판 절차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검사의 각종 업무를 보조한다. 이렇게 검사를 보조하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다 보니 수사관 업무 능력이 검사의 업무 성과를 좌우하기도 한다. 특히 초임검사 사이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초임검사에게 경험 많고 절차에 능숙한 수사관은 필수다.
2년차 평검사 A씨는 “수사관 형님들을 잘 모시면 수사의 절반은 이미 끝난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초임검사들이 수사관의 눈치를 보거나 업무 지시를 받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을 거쳐 법무부에 근무 중인 평검사 B씨는 “서울중앙지검에서는 하루에 네 건꼴로 사건이 배당됐다”며 “혼자서 사건을 처리하기엔 벅차기 때문에 수사관과의 ‘팀워크’ ‘팀플레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설명했다. 부장검사라고 해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초임검사든 부장검사든 훌륭한 검사 뒤에는 항상 훌륭한 수사관이 있고, 그들의 노련한 경험이 검사를 더욱 빛나게 한다”고 했다.
수사관들이 높게 평가하는 검사의 자질은 무엇일까. 경력이 18년차라는 서울중앙지검의 한 수사관은 “경력이 오래된 수사관 사이에선 심재륜 변호사(전 부산고검장), 이명재 청와대 민정특별보좌관(전 검찰총장), 박주선 국회부의장(전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 등이 리더십이 뛰어난 검사로 꼽힌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의 공통점은 사건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결단력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검사는 기본적으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우유부단하면 수사관들이 업무 처리에 애를 먹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에는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스타 검사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한 수사관 출신 변호사는 “각종 언론매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발달로 검사의 정보 독점이 깨지면서 검사의 권위가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여검사 비율이 올라가는 것처럼 여성 수사관 숫자도 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현재 검찰 수사관 5669명 중 여성이 1112명으로 전체의 19.6%를 차지한다. 여성 수사관 비율은 2012년 14.6%, 2013년 14.9%, 2014년 16.4%, 2015년 17.1%로 매년 증가 추세다. ‘남성 직원은 수사, 여성 직원은 행정’이라는 고정관념도 깨지고 있다.
동부지검의 한 여검사는 “복잡한 자료 분석 등에는 꼼꼼함과 섬세함이 중요하다”며 “여성 수사관은 경제사범 수사에 필요한 계좌추적 등에 제격”이라고 말했다. 여성 수사관들은 여성이나 아동 범죄 피해자 조사 등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다는 평가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이렇게 쇼를 해야 알아듣나? 내 스타일 아직도 모르나?”
영화 ‘부당거래’에서 검사 역을 맡은 류승범은 자신의 아버지뻘인 수사관에게 연신 독한 말을 쏟아놓는다. 검사의 비위를 눈치껏 맞추지 못해 계속 구박만 당하는 수사관. 한참 어린 나이의 검사에게 인격적인 모욕을 당하면서도 전혀 싫은 내색을 하지 못한다.
영화에서는 종종 검사와 수사관을 일종의 종속관계처럼 묘사한다. 현실에서도 그럴까. 부장검사를 지낸 한 대형 로펌의 대표변호사는 “이는 극히 일부의 모습일 뿐”이라며 “실제로는 서로 존중하는 일반 기업의 상사와 부하직원 관계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검찰 내 문화가 많이 바뀌어 과거 일부 존재했던 안하무인격 검사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그는 검사와 수사관의 관계를 ‘배트맨’과 ‘로빈’ 같은 사이라고 비유했다. 악당에 맞서는 배트맨(검사)과 그의 옆을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로빈(수사관)의 관계라는 설명이다.
검찰 수사관은 검찰청에서 근무하는 6급에서 9급까지의 일반직 공무원을 말한다. 현재 대한민국 검사 수는 2056명, 이들을 보좌하는 수사관 수는 5699명이다. 통상 검사 1인당 한 명의 수사관이 붙지만,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같은 곳은 두 명이 배정된다. 강력부에는 무술특채 수사관 등이 별도로 있어 많게는 네 명까지도 함께 근무한다.
이들은 범죄 정보를 수집 분석하며, 압수수색하고 피의자를 검거하기도 한다. 피의자를 기소한 경우 공판 절차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검사의 각종 업무를 보조한다. 이렇게 검사를 보조하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다 보니 수사관 업무 능력이 검사의 업무 성과를 좌우하기도 한다. 특히 초임검사 사이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초임검사에게 경험 많고 절차에 능숙한 수사관은 필수다.
2년차 평검사 A씨는 “수사관 형님들을 잘 모시면 수사의 절반은 이미 끝난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초임검사들이 수사관의 눈치를 보거나 업무 지시를 받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을 거쳐 법무부에 근무 중인 평검사 B씨는 “서울중앙지검에서는 하루에 네 건꼴로 사건이 배당됐다”며 “혼자서 사건을 처리하기엔 벅차기 때문에 수사관과의 ‘팀워크’ ‘팀플레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설명했다. 부장검사라고 해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초임검사든 부장검사든 훌륭한 검사 뒤에는 항상 훌륭한 수사관이 있고, 그들의 노련한 경험이 검사를 더욱 빛나게 한다”고 했다.
수사관들이 높게 평가하는 검사의 자질은 무엇일까. 경력이 18년차라는 서울중앙지검의 한 수사관은 “경력이 오래된 수사관 사이에선 심재륜 변호사(전 부산고검장), 이명재 청와대 민정특별보좌관(전 검찰총장), 박주선 국회부의장(전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 등이 리더십이 뛰어난 검사로 꼽힌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의 공통점은 사건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결단력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검사는 기본적으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우유부단하면 수사관들이 업무 처리에 애를 먹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에는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스타 검사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한 수사관 출신 변호사는 “각종 언론매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발달로 검사의 정보 독점이 깨지면서 검사의 권위가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여검사 비율이 올라가는 것처럼 여성 수사관 숫자도 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현재 검찰 수사관 5669명 중 여성이 1112명으로 전체의 19.6%를 차지한다. 여성 수사관 비율은 2012년 14.6%, 2013년 14.9%, 2014년 16.4%, 2015년 17.1%로 매년 증가 추세다. ‘남성 직원은 수사, 여성 직원은 행정’이라는 고정관념도 깨지고 있다.
동부지검의 한 여검사는 “복잡한 자료 분석 등에는 꼼꼼함과 섬세함이 중요하다”며 “여성 수사관은 경제사범 수사에 필요한 계좌추적 등에 제격”이라고 말했다. 여성 수사관들은 여성이나 아동 범죄 피해자 조사 등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다는 평가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