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증시로 펀드시장이 환매에 시달리는 가운데 연금저축펀드에는 돈이 몰리고 있다. 연금저축펀드에 돈을 넣으면 연간 400만원 한도에서 13.2%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말을 앞두고 400만원을 채워 절세 혜택을 극대화하려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자금유입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펀드 수익률 저조한데 연말정산 세금혜택이라도…
◆올해 설정액 9조원 돌파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228개 연금저축펀드에는 9306억원이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7조6434억원, 국내 혼합형펀드에선 6802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연금저축펀드의 전체 설정액 규모는 지난해 말 7조7265억원에서 8조7356억원으로 불어났다. 한 달 평균 1000억원 안팎 자금이 꾸준히 들어온 셈이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세제혜택의 막차를 타려는 투자자가 증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 9조원 선을 돌파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올해 연금저축펀드의 전반적인 성과는 부진한 편이다. 올 들어 7일까지 집계된 평균 수익률은 -3.50%에 그친다. ‘KB연금가치주’(-7.07%) ‘한국밸류10년투자연금1’(-6.63%) ‘메리츠코리아’(-22.72%) 등 설정액이 큰 국내 펀드 수익률이 저조했다. 반면 ‘한국투자연금베트남’(18.69%) ‘삼성클래식아세안연금1’(14.37%) ‘피델리티연금아시아하이일드’(12.98%) 등 해외펀드는 10% 넘는 수익을 거두며 선전했다.

◆“신흥국 자산 늘릴 때”

전문가들은 국내외 펀드 간 수익률 양극화가 심해짐에 따라 글로벌 자산 배분과 주기적인 펀드 갈아타기(리밸런싱)로 연금저축펀드의 수익률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 들어서는 주요 국내 가치주 펀드와 일본·유럽주식펀드에서 자금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 반면 글로벌채권, 베트남, 중국본토 등 신흥국 주식펀드로는 자금 유입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내년 시장을 바라볼 때 채권보다 주식, 선진국보다 신흥국 자산 투자 비중을 늘려볼 시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자산배분전략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채권은 장기강세 국면이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선진국 중 펀더멘털(내재가치)이 가장 양호한 미국주식과 유동성 유입, 기업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신흥국 주식 비중을 늘려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채권자산 중 신흥국 국채와 하이일드 채권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현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새로 출범할 정부의 무역정책, 유럽의 정치적 리스크, 국제유가 변화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선진국 국채는 일정 비중 유지하면서 환위험이 작은 신흥국 국채나 달러표시 신흥국 국채 비중을 늘려볼 것”을 권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