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기자]Racing Tech – [4]

‘전 일본 프로 드리프트 선수권’은 D1GP라는 명칭으로 2001년 처음 개최된 후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이듬해인 2002년에는 튜너 워크스팀이 참가했고, 2004년에는 완성차 메이커의 워크스팀(GM폰티악 GTO)이 뛰어들었다.

전문성을 가진 프로 참가팀이 늘어나자 대회 장소도 오다이바 외에 다양한 지역으로 확대됐다. 일본 후지스피드웨이와 미국까지 진출했다.
D1GP 사진=위키피디아
D1GP 사진=위키피디아
일본에서 시작해 미국으로
양질의 드라이버들이 참가하면서 드리프트 경기는 점차 고속화됐다. 이에 2003년 일본에서 가장 속도 영역이 높은 서킷인 후지스피드웨이에서도 경기가 열렸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D1GP를 개최한 것도 이 시즌이었다. 첫 해부터 미국 현지인들도 참가해 흥행 가능성을 보였다.

2004년에는 D1GP 사상 처음 미국에서 시즌 개막전을 치렀다. 일본 오다이바는 4월 평가전, 9월 제5차전, 올스타전을 여는 등 지속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오토폴리스에서 D1이 열린 것도 이 시즌부터다.

D1GP에 참가신청서를 내는 팀들이 늘어나면서 대회는 크게 두 개 클래스로 나눴다. 2005년 D1그랑프리의 하위 범주로 D1스트리트 리갈을 신설한 것이다. 그리고 D1그랑프리를 ‘드리프트계의 세계 선수권’으로 설정하고 글로벌 위상 높이기에 나섰다. D1스트리트 리갈은 일본 내 경기로 운영하기로 했다. 또한 이 시기 D1스트리트 리갈에 일본 첫 워크스팀으로 닛산의 니즈모(NISMO)가 뛰어들었다. 니즈모 소속 스에나가 나오토 선수는 우승을 차지했다. 쿠마쿠보 노부시게는 스바루의 임프레자(GDB)을 투입했다. D1사상 처음으로 사륜구동차량을 FR(앞엔진 후륜구동)으로 개조해 참가했다.

2007년에는 카와바타 마코토·쿠로이 아츠시·사쿠마 다쓰야의 ‘팀 토요 드리프트(TEAM TOYO DRIFT)’가 결성되어 화제가 됐다. 속도를 겨루는 레이스와 달리 그립의 한계를 넘어 제어 성능이 중요한 D1은 그 어떤 경주보다 타이어 매니지먼트가 중요하다. 그 평가가 시판 타이어 마케팅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타이어 제조사인 토요(TOYO) 팀의 창단은 이전까지 튜닝사 중심이었던 D1GP가 타이어 업체 주도의 참전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됐다. 지금도 D1GP는 타이어 회사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시즌 후반에는 쿠마쿠보 노부시게가 D1사상 최초의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을 투입했다. 또 마츠이가 BMW 318i로 출전해 일본 내 시리즈에서 수입차 첫 포인트 획득을 달성했다.
D1GP 사진=위키피디아
D1GP 사진=위키피디아
변화와 성공
2008년에는 규정 부문에서 변화가 많았다. 이전까진 대회 1위에게 20포인트가 주어졌고 이후 순위가 떨어질수록 포인트가 감소했다. 하지만 10~16위는 동일한 점수를 받았다. 주최 측은 우승자에게 최상의 보상을 해주고 보다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점수 체계를 바꿨다.
우선 1위에게 주는 점수를 20점에서 20점으로 늘렸다. 그리고 10~16위에 부여하는 점수를 차등화했다. 점수는 1등부터 16등까지 순서대로 25→ 21→ 18→ 16→ 13→ 12→ 11→ 10→ 8→ 7→ 6→ 5→ 4→ 3→ 2→1점이 주어졌다.

또 한 가지 큰 변화는 차종이다 당시 D1GP에는 드리프트의 실적이 전혀 없는 차종으로 출전하거나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구형 차량을 계속해서 타는 팀들이 많았다. 이에 주최 측은 “현행 판매 차종에 한해 예선을 면제한다”라는 새로운 조항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신차들이 대회에 등장했고 사람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2010년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일본의 세계 최대 타이어 제조사인 브리지스톤이 철수했다.(이후 2014년 다시 복귀했다.) 그리고 D1GP 이사회에서 이나다 다이지로와 츠치야 케이치 두 사람이 이사를 사임하고 D1GP를 떠났다. 이나다와 츠치야 두 사람은 이듬해인 2011년부터 새로운 드리프트 이벤트인 ‘드리프트 머슬’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 타이어 제조사도 D1GP에 발을 들였다. 요코하마 타이어가 공식 스폰서를 하지 않았던 2011년에 한국타이어를 장착하는 선수도 나타났다. 요코하마 타이어는 2012년에 공식 스폰서로 복귀했다. 올해는 중국 기업이 참가해 주목을 받았다. 중국의 왕리타이어가 사이토 다이고를 드라이버로 기용해 새로 참가했다.

할리우드 영화 ‘분노의 질주 도쿄 드리프트’(2006년)의 드리프트 장면 중 스턴트는 현역 D1GP 드라이버인 쿠마 쿠보 노부시게와 타나카 카즈히로가 소화했다. D1GP는 단순한 이벤트에서 일본과 미국을 오가는 글로벌 대회로 성장했다. 드리프트라는 매력적인 컨텐츠와 자동차 선진국 일본의 경쟁력 강한 차량들, 각 지역별로 뿌리 깊게 자리잡은 튜너들과 자동차 문화를 향유하는 마니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공이었다. 2017년의 D1GP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고두일 객원 칼럼리스트(엔지코퍼레이션 대표, 모터랩 선임연구원)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