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기자]김진표 감독 겸 선수 인터뷰 - 1

‘CJ대한통운슈퍼레이스챔피언십’(CJ슈퍼레이스)는 국내 최대 모터스포츠대회다. 금호타이어가 2014년 창단한 엑스타레이싱팀은 올 시즌 CJ슈퍼레이스에서 팀과 드라이버 모두 챔피언(SK ZIC 6000클래스) 자리에 올라 2관왕을 차지했다. 김진표 엑스타레이싱팀 감독 겸 선수(39)는 2관왕의 주역이다. 그를 최근 경기 용인시 지곡동 금호타이어용인중앙연구소에서 만났다. 그는 “모터스포츠에선 우수한 드라이버와 엔지니어가 우승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올 시즌 CJ슈퍼레이스 2관왕의 주역, 김진표 엑스타레이싱팀 감독 겸 선수(왼쪽)와 정의철 선수.
올 시즌 CJ슈퍼레이스 2관왕의 주역, 김진표 엑스타레이싱팀 감독 겸 선수(왼쪽)와 정의철 선수.
1) 엑스타 팀과 레이서가 모두 챔피언이 되었는데, 감독으로서의 소감은?

대단히 기쁘다. 작년에 팀 우승 했으니 올해 목표는 당연히 팀과 드라이버 우승이었다. 하지만 과연 달성 가능한 목표인지 나 자신에게 되물어야 했다. 욕심이 과하면 탈이 나는 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원들 모두가 너무 잘 해줬다. 타이어도 작년보다 대폭 개선되면서 너무나 많은 해피엔딩이 있었다. 덕분에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생각하면 뿌듯하다.

2) 올시즌을 보내면서 언제쯤 챔피언이 가능하겠다 확신이 들었나?

아이러니하게도 정의철 선수가 가장 힘들었던 경기에서 확신을 했다.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에서 열린 4차전이었다. 이 때 정의철 선수가 1등으로 들어온 뒤에 패널티를 받으면서 4위로 밀려났다. 그랬음에도 드라이버와 팀 모두 1위로 올라섰다. 이 때 “아, 위기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1위가 됐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이런 경험이 팀의 내부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팀의 에너지를 모으는 모멘텀이 됐다.

3) 스톡카(설명필요)의 외관 등 많은 부분의 변화에 적응이 어려웠을텐데, 어떻게 극복했나?

그것이 감독으로서 자랑스러운 부분이다. 아무리 드라이버가 우수해도 차량에 문제가 많으면 좋은 결과를 낼 수가 없다. 올 시즌 1차전은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팀들이 기적을 만들어냈다. 우리도 시합을 하고 싶고, 모처럼 용인에서 열리니 촉박한 일정으로 부품들이 공급되어도 어떻게든 극복해야 했다. 게다가 우리 팀은 차량을 3대 운영했다.

다른 비법은 없었다. 우리 팀의 미케닉들이 잠 안자고 밤 새가며 최선을 다해 차량을 만들어냈다. 체력 싸움이었다. 미케닉들이 강한 정신력으로 버텼고 그 때 만든 차들로 올 시즌을 소화했다.

4) 이번에 금호타이어가 상당히 괜찮았다는 평이 많았다. 사용해본 소감이 어떤가?

작년까지는 경쟁사 타이어가 상당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작년 시즌이 끝난 후 연구소와 함께 올 시즌에 사용할 타이어 개발을 위한 많은 테스트를 했다. 굉장히 치밀하게 준비한 프로젝트였다. 올해는 그 프로젝트가 잘 먹혀들어간 것 같다.

경쟁사보다 확실하게 잘 한 것은 새로운 규정(예선과 결선 모두 한 타이어를 사용)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타이어를 내놨다는 것이다. 작년에는 F1 경기를 할 수 있는 그레이드1 등급의 서킷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상하이서킷과 KIC가 그곳이다. 그런데 마지막 8차전이 열린 영암의 KIC에서 금호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이 1~6위까지 모두 차지했다. ‘정말 제대로 임무를 완수했다’는 생각을 했다.
[레이싱 텐]김진표 엑스타레이싱팀 감독 “우승의 비결? 팀워크죠”
5) 올 시즌의 감독으로서, 선수로서 스스로 점수를 준다면?

우승까지 했는데 겸손하게 말하면 오히려 욕을 먹을 것 같다. 감독으로서는 90점을 주고 싶다. 선수로서는 작년에 너무 비틀거렸다. 올 시즌은 모두 완주를 했고 두 차례 팀 포인트도 가져왔다. 하지만 부족한 점이 너무나 많아 60점을 주겠다.

6) 감독을 하지 않고 선수 생활에만 집중한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확실한 건 지금보다 선수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고 더 좋은 성적을 거뒀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감독으로서 정의철, 이데 유지 두 선수가 더 잘 달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에 집중한다. 그것이 감독으로서 나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7) 내년 시즌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매년 드라이버와 미케닉 계약을 다시 한다. 일단 목표는 최대한 변수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다. 사람이 바뀌면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고 피곤해진다. 지금의 좋은 팀워크를 이어가는 것이 목표다. 사람이 먼저니까.

두 번째는 경주차의 경쟁력이다. 올해 바디 카울은 급조된 면이 있다. 새로운 바디 카울은 경쟁력이 한층 높다고 한다. 이를 포함해 변경된 규정이 나오면 그때부터 경쟁이 시작된다. 좋은 팀워크를 바탕으로 새로운 규정에 완벽하게 대응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8) 이제 40대로 접어들었는데, 30대와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은?

그만큼 늙은 것이다.(웃음) 올 시즌 1~3차전까지 굉장히 힘들었다. 경기가 끝나면 탈수 증세로 별이 보일 정도였다. ‘나이 앞자리 숫자가 4로 바뀌어서 그런 건가’라는 고민했다. 겨우내 운동도 많이 했는데. 그렇지만 사실 50대에도 충분히 탈 수 있는 차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열정만 있다면 할 수 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