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영 고려대 신임 경영대·경영대학원장 "온·오프 결합으로 '시대 앞서는 커리큘럼' 만들 것"
“경영학은 비록 역사는 짧지만 현실과 직결된 학문입니다. 심리학이나 수학 등 다른 분야의 이론을 계속 흡수하며 자라 온 분야죠. 특히 요즘같이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할 땐 경영대학과 경영대학원이 ‘전공의 벽을 허문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는 산실이 돼야 합니다.”

지난 1일 고려대 경영대 및 경영대학원장으로 취임한 권수영 교수(회계 전공·사진)는 9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경영대학 학장실에서 이같이 말했다. 고려대 경영대학은 1905년 보성전문학교 이재학과를 모태로 만들어진 한국 최초의 경영대학으로 올해 창립 111주년을 맞았다.

권 학장이 앞으로 임기 2년 동안 가장 역점을 둘 부문은 커리큘럼 개편이다. 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결합해 학생과 교수 간 쌍방향 소통을 유도하는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방식을 도입하고자 한다”며 “온라인에선 기존 교과과정을 인터넷 강의하듯 듣도록 하고, 오프라인 수업에선 최신 트렌드 파악과 케이스 분석, 질의응답 강화를 추진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시대는 초 단위로 변하는데, 교수들의 강의 노트가 30~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다를 것이 없는 게 현실이죠. 그 점에서 저 역시 깊이 반성합니다. 학생들이 수업의 질에 만족하고 재미있게 공부하면 좋겠습니다.”

그는 자신의 주 전공인 회계학과 관련해서도 “회계학의 문턱을 확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을 인체에 비유한다면 회계는 체내 혈관·혈액과 같은 존재”라며 “하지만 대다수 경영학 전공자들이 회계를 외면하는 게 안타깝다”고 전했다. “회계는 비단 경영학 전공이 아니더라도 기업 경영과 주식 투자 등 돈과 관련된 모든 곳에서 반드시 익혀야 하는 기본 기술입니다. 그런데 다들 회계를 너무 어렵게 생각해요. ‘회계는 회계사에게 맡기면 그만’이라고 여기죠. 그래서 회계에서 무슨 법적인 문제가 발생해도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요. 대우조선해양이나 모뉴엘 등 각종 분식회계와 불법대출 사건 등이 터지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죠.”

아울러 “타 전공 학생들이나 기업의 임직원들이 경영학에 대해 지나치게 어렵게 생각한다”며 “수업 수강이나 복수전공, 경영학 석사(MBA)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경영대학의 문을 더욱 크고 넓게 열어젖히고 싶다”고 덧붙였다. 권 학장은 “고려대 MBA 중 경영학 전공자는 30% 정도”라며 “경영학 비전공자들은 경영학만 전공한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새로운 부분을 지적하고 질문도 예리하다”고 말했다.

“저는 경영과 회계를 인생의 기록으로 비유해요. 사람이 스스로 살아온 길을 되짚으며 새 길을 찾듯, 경영과 회계도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담아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도록 이끄는 수단이죠. 지금까지의 경영학과 회계학이 ‘특별한 사람이나 하는 것’이라 여겨져 왔다면 앞으로는 창업과 취직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들이라면 언제든 편하게 찾아오는 학문으로 바뀌게 될 겁니다. 그래야 진정한 융합이 이뤄질 겁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