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그러나 정유라는 아직도 ‘이대생’입니다.”

지난 9일 오후 찾은 이화여대 캠퍼스. 정문 근처에서 피켓과 함께 마이크를 든 학생이 “정유라 관련 비리 척결을 위해 학생총회를 소집하자”고 호소했다. 총회를 열어 학교 측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안 채택과 집단행동 여부를 결정하자는 내용이었다.

옆에 놓인 가판대에선 학생총회 발의를 위한 서명을 받았다. 이화여대는 총학생회 회칙상 재학생 200명 이상이 요구하면 학생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

김모씨 등 실명을 밝힌 이대생 6명은 ‘학생총회 소집을 바라는 학생들’ 명의의 제안서에서 “부모가 권력자라는 이유로 온갖 특혜를 받은 정유라의 부정입학은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유라에 특혜를 준 교수들의 비리를 낱낱이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들은 정씨 특혜 의혹에 대한 교육부 특별감사가 진행 중인 데 대해서도 “이화여대에 재정지원사업을 몰아준 교육부 감사도 믿고 기다릴 수 없다”면서 특히 “교육부 감사 범위에는 정유라 특혜의 대가로 이화여대의 누가 어떤 수혜를 누구로부터 제공받았는지가 없다”고 꼬집었다.

학생 200명 이상이 서명해 학생총회가 성사되면 정씨의 입학 취소뿐 아니라 관련 교수들에 대한 조사와 처벌, 나아가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결의문도 채택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19일 학내 집회에 참석한 이화여대 학생들. 이날 최경희 전 총장이 사임했다. / 한경 DB
지난달 19일 학내 집회에 참석한 이화여대 학생들. 이날 최경희 전 총장이 사임했다. / 한경 DB
같은날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학생들은 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에게 수여한 명예박사학위 박탈을 요구했다.

서강대 학부·대학원 총학생회를 비롯한 24개 학생단위로 구성된 이 대학 학생들은 “법과 제도를 부정하고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한 박 대통령에게 학교가 수여한 정치학 명예박사학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서강대는 지난 2010년 동문인 박 대통령에게 정치학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했다. 학생들이 인용한 학위 수락연설에 따르면 당시 박 대통령은 “아무리 법과 제도를 개혁해도 지키지 않는다면 소용 없다. 핵심은 제도가 아니라 실천이며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에게 수여한 명예박사학위는 서강 공동체에 너무나 큰 치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어 ‘학위를 받은 뒤 명예를 손상하는 행위를 했을 경우 총장은 학위 수여를 취소할 수 있다’는 대학원 학칙을 거론하며 학교 본부에 박 대통령의 명예박사학위 박탈 청원서를 제출했다.

경북 경산의 영남대 학생들도 이날 시국선언에 동참, “박 대통령은 하야하고 철저히 수사를 받아라”라고 촉구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옛 대구대와 청구대를 통합해 설립한 영남대는 박 대통령이 법인 이사장을 역임했고 현재도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학이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영상=김광순 한경닷컴 PD gasi012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