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이어 10일에도 정부·경제단체 잇달아 회의·포럼·좌담회
"통상환경 불확실성 커져"…구체적 대응책 마련에는 한계


각종 자유무역협정 폐기를 기치로 내건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예상을 깨고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정부와 재계는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원점 재협상 등 트럼프가 자유무역주의에 역행하는 각종 공약을 실제로 추진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어서다.

9일 미 대선 결과가 윤곽을 드러내자마자 한미통상현안 긴급점검회의, 대미 수출·통상 점검회의를 잇달아 개최한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에도 이른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애초 예정된 통상교섭실장 주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국영기업 대응방안 회의'를 취소하고 2차관 주재로 통상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오전 7시30분에 열린 이 포럼의 주제는 '미국 새정부의 통상정책 방향 및 우리 대응 방안'이다.

트럼프가 이끌 신행정부의 통상정책 방향에 대응하기 위해 급히 마련한 자리였다.

우태희 2차관은 안덕근 서울대 교수 등 각계 통상전문가가 참석한 이 자리에서 "트럼프 당선자가 그간 보호무역을 주장해온 만큼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주요 대미 통상 현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향후 미국 새 정부의 통상정책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열린 한미재계회의 총회에서도 트럼프 당선 후 미국 통상협력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 측 조양호 위원장(한진그룹 회장)과 미국 측 폴 제이콥스 위원장(퀄컴 회장)을 비롯해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등 양국 정부인사와 양측 재계회의 위원 7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정책좌담회를 열고 미국 대선 관련 시사점을 살펴봤다.

발표자로 나선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과 여론을 분석한 결과, 한미FTA가 재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무역협회도 이날 무역업계 긴급 좌담회를 열고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이 우리나라 무역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

두산중공업, LG화학, 현대차, 동원F&B 등 간담회에 참석한 업체 관계자들은 "수출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트럼프의 당선으로 업계 불확실성이 높아져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어려움이 커졌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처럼 대책 회의는 쏟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구체적인 대응방안은 내놓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TPP, 한미FTA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정해야 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가 어떤 패를 낼지 모르는 이상 국내 대책 회의는 원론 수준의 방안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오히려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이 된 뒤 공약을 얼마나 어느 정도 강도로 실행하느냐에 따라 침착하게 통상정책 대응 방향을 찾아 나서는 게 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통상전문가는 "트럼프가 기존 무역협정 재검토를 언급했으나 개정 협상 가능성을 비롯해 시기와 개정 내용을 예측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는 무역협정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에 맞게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새로운 형태로 신통상규범을 주도해 나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