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나는 테러에 증오로 답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13일 프랑스 파리 시민 131명이 숨졌다. 수니파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가 일으킨 테러였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상실감과 분노가 극에 달했다. 저널리스트 앙투안 레이리스는 달랐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IS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올렸다. “당신들은 내 사랑이자, 내 아들의 어머니인 한 여인의 생명을 도둑질했다. 그렇지만 당신들은 나의 증오를 갖지 못할 것이다.”

《당신들은 나의 증오를 갖지 못할 것이다》는 흉포와 야만, 분노가 지배하는 세상에 맞선 인간의 성숙하고 결연한 의지를 담았다. 저자인 레이리스는 아내 엘렌이 없는 세상에서 17개월 된 아들과 단둘이 남아 살아간다. 주변 사람들의 위로를 태연한 척 받아들이고, 시도 때도 없이 덮쳐오는 상실감도 묵묵히 견딘다. 그들은 눈물을 훔치고 천천히 한 발씩 내딛는다. “우리는 절대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결코 당신들에 대한 반감 위에 우리의 새로운 삶을 쌓아 올리진 않겠다. ”(앙투안 레이리스 지음, 양영란 옮김, 쌤앤파커스, 144쪽, 1만20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