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금…'최순실 공방' 못잖은 지역구 예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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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SOC 예산 영남 편중"
추경호 "얼토당토않게 정치공세"
예결위 소위, 고성 끝 파행도
추경호 "얼토당토않게 정치공세"
예결위 소위, 고성 끝 파행도
“호남 KTX 예산도 세 배가량 늘렸습니다.”(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 “지금 도로 얘기하는데 왜 KTX를 꺼내는 거야!”(김동철 국민의당 의원·광주 광산갑) “왜 얼토당토않은 정치공세를 합니까!”(추경호 새누리당 의원·대구 달성)
지난 9일 오후 국회 본청 638호실.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 중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조정소위원회가 고성 끝에 파행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대구순환고속도로’ 사업에 정부가 1000억원을 배정한 데 대해 야당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한 게 발단이 됐다.
김동철 의원은 “지역 간 균형이 중요하다”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영남 편중’을 지적했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도 “공사가 지연되는 상황인데도 특정인(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을 암시)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며 “감액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추경호 의원은 “최경환 의원 지역구는 경북 경산이고 이건 대구시 도로”라며 “새만금 이축도로도 집행이 하나도 안 됐는데 내년에 대폭 집행하겠다며 예산을 넣지 않았느냐”고 맞받았다. 이런 와중에 송언석 차관이 “SOC 예산은 전국에 균형 있게 돌아갔다”며 호남 KTX를 예로 들자 김 의원은 “뭘 잘했다고 그렇게 답하느냐”며 호통을 치고 나가버렸다.
지금 국회에서는 ‘최순실 공방’ 못지않게 지역구 SOC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예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마다 “우리 지역이 차별받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인천 연수을)은 최근 예결위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모 중인 ‘산학융합지구’ 사업에 대해 “수도권을 배제하는 역차별이 발생하면 안 된다”며 인천 지역을 선정할 것을 압박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전남 여수을)은 국토교통위원회 예산 심의에서 정부가 1조1500억원이 더 든다는 이유로 반대한 ‘호남 KTX 무안공항 경유’를 요구했다. 주 의원은 “경부고속철도는 1조3000억원을 증액해 경주를 경유했다”며 “왜 영남은 되고 호남은 안 되느냐”고 했다.
호남이 핵심 지지기반인 국민의당은 당 차원에서 “불합리한 지역차별 예산을 바로잡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사업비 500억원 이상 SOC 중 호남권의 비중은 노무현 정부 때 14.6%에서 박근혜 정부 들어 4.4%로 감소한 반면 서울·수도권은 62.3%에서 72.5%로 늘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다수 의원은 “지역 예산을 따내려는 노력은 지역구 의원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역감정까지 자극할 수 있는 ‘제로섬 게임’ 식의 예산 확보전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추 의원은 “광주와 대구는 올 8월 시장과 의원들이 모여 서로 필요한 예산에 협조하고 화합하기로 ‘달빛 동맹(달구벌·빛고을 동맹)’을 맺지 않았느냐”며 “특정 사업만 얘기하며 예산 심사를 하면 진행에 큰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우/김기만 기자 tardis@hankyung.com
지난 9일 오후 국회 본청 638호실.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 중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조정소위원회가 고성 끝에 파행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대구순환고속도로’ 사업에 정부가 1000억원을 배정한 데 대해 야당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한 게 발단이 됐다.
김동철 의원은 “지역 간 균형이 중요하다”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영남 편중’을 지적했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도 “공사가 지연되는 상황인데도 특정인(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을 암시)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며 “감액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추경호 의원은 “최경환 의원 지역구는 경북 경산이고 이건 대구시 도로”라며 “새만금 이축도로도 집행이 하나도 안 됐는데 내년에 대폭 집행하겠다며 예산을 넣지 않았느냐”고 맞받았다. 이런 와중에 송언석 차관이 “SOC 예산은 전국에 균형 있게 돌아갔다”며 호남 KTX를 예로 들자 김 의원은 “뭘 잘했다고 그렇게 답하느냐”며 호통을 치고 나가버렸다.
지금 국회에서는 ‘최순실 공방’ 못지않게 지역구 SOC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예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마다 “우리 지역이 차별받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인천 연수을)은 최근 예결위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모 중인 ‘산학융합지구’ 사업에 대해 “수도권을 배제하는 역차별이 발생하면 안 된다”며 인천 지역을 선정할 것을 압박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전남 여수을)은 국토교통위원회 예산 심의에서 정부가 1조1500억원이 더 든다는 이유로 반대한 ‘호남 KTX 무안공항 경유’를 요구했다. 주 의원은 “경부고속철도는 1조3000억원을 증액해 경주를 경유했다”며 “왜 영남은 되고 호남은 안 되느냐”고 했다.
호남이 핵심 지지기반인 국민의당은 당 차원에서 “불합리한 지역차별 예산을 바로잡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사업비 500억원 이상 SOC 중 호남권의 비중은 노무현 정부 때 14.6%에서 박근혜 정부 들어 4.4%로 감소한 반면 서울·수도권은 62.3%에서 72.5%로 늘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다수 의원은 “지역 예산을 따내려는 노력은 지역구 의원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역감정까지 자극할 수 있는 ‘제로섬 게임’ 식의 예산 확보전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추 의원은 “광주와 대구는 올 8월 시장과 의원들이 모여 서로 필요한 예산에 협조하고 화합하기로 ‘달빛 동맹(달구벌·빛고을 동맹)’을 맺지 않았느냐”며 “특정 사업만 얘기하며 예산 심사를 하면 진행에 큰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우/김기만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