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시대] "트럼프 파격 감세 가능성 높아"…삼성 등 미국 현지법인 수혜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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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경제 공약 실현되나…다섯 가지 궁금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파격적인 경제 공약을 내놓았다. 미국 법인세율 35%에서 15%로 인하, 중국 수입관세율 45% 부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양자 및 다자간 무역협정 재검토, 기후변화협정 탈퇴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자본 이동과 무역에 ‘메가톤급 충격’을 줄 만한 공약이다. 이 때문에 실행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관계당국과 통상 전문가들의 견해를 통해 실현 가능성과 한국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다.
(1) 미국 법인세율 대폭 인하 세수 봐가며 인하 폭 조절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기간 공격적인 감세 공약을 내걸었다. 그중에서도 법인세는 파격적이다. 35%인 최고세율을 15% 단일세율로 인하하겠다고 약속했다. 단일 시장으로 세계 최대인 미국이 법인세율을 15%로 대폭 낮추면 글로벌 차원의 대규모 자본 이동과 각국의 법인세 인하 경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법인세율이 15%로 낮아지면 다국적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설비 확충 등을 통해 투자를 늘리고 심지어 유럽 등의 다국적 기업들이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사례도 속출할 것”이라며 “경쟁국들은 이를 막기 위해 법인세 인하 경쟁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해 생산 판매 법인을 둔 기업도 덩달아 상당 규모의 세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다만 미국 법인세율의 파격적 인하가 실행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다수 견해다. 트럼프 공약대로 대규모 감세가 이뤄지면 향후 10년간 미국은 9조5000억달러의 세수가 줄어 심각한 국가부채 위기를 초래할 것이란 경고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하지만 인하 폭은 작더라도 트럼프 행정부는 결국 법인세 등의 감세를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조 연구위원은 “트럼프의 감세 공약은 세율 인하가 당장은 세수를 줄이지만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고 일자리를 늘려 궁극적으로 세수를 회복시킨다는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감세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 대중 45% 관세 현실성 떨어지나 반덤핑제소↑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기간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미국 무역적자의 주범으로 꼽히는 중국산 제품의 값싼 수입을 막겠다는 의도다. 케빈 라이 다이와캐피털마켓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럴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이 전년 대비 87%,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4.8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한국 경제에도 치명타를 줄 수 있다. 중국에 소재·부품 등 중간재를 수출한 뒤 현지에서 조립해 완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국내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무역보복 조치가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세계 무역 전체를 축소해 미국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무디스는 45% 관세가 매겨지면 미국 성장률은 2019년까지 4.6%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에서는 45%의 고율 관세 부과는 현실성이 떨어지나 어떤 식으로든 무역보복 조치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중·미 관계 전문가인 타오원자오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45%의 관세를 물릴 가능성은 적지만 중국에 대한 반덤핑 제소건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3) 한·미 FTA 재협상 일부내용 추가 협상 유력
트럼프 당선자가 공약으로 내세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여부도 큰 관심사다. 미 대통령이 의회 동의 없이 독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지, 한다면 재협상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관심이다.
통상당국은 트럼프가 기존 FTA 내용을 폐기하고 ‘제로베이스’에서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2012년 한·미 FTA 발효 후 양국 간 성립된 비즈니스들이 있는데 그걸 다 무시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며 “일부 내용을 개선하거나 추가하는 식으로 협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과거 미국은 이스라엘과 맺은 FTA 내용을 일부 고친 적이 있다. 한국도 FTA를 맺은 칠레 등과 추가 협상을 통해 내용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역시 “트럼프도 FTA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추가 협상테이블이 차려지면 우리 정부도 얻어낼 건 철저히 얻어낸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했다. 키움증권도 보고서에서 “비관세 장벽을 강화하고 시장개방 압력을 높이는 쪽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4) TPP 폐기 트럼프 임기내 비준 물건너 갈 듯
트럼프 당선자가 취임하면 그의 임기 내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비준은 물 건너갈 것이란 예상이 많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0일 ‘미국 신행정부의 향후 정책방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TPP를 극렬히 반대해온 트럼프는 집권 뒤에도 이런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며 “사실상 논의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TPP 전면 재검토 가능성이 높다”며 “그동안 뒤늦은 가입을 놓고 다급했던 한국에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TPP를 아예 무시하긴 힘들 것이란 견해도 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TPP의 전자상거래 디지털 무역 규범 등은 미국 국익에 부합하는 것들이라 완전히 무산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비준이 지체될 소지는 크다”고 했다.
(5) 한국 환율조작국 지정 지정 쉽게하는 법안 나올 듯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에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미국은 무역상대국이 △대미(對美) 무역흑자 △경상수지 흑자 △환율 개입 등에 관한 세 가지 세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현재 환율조작국은 없다. 두 가지 요건에 해당되는 ‘관찰대상국’은 한국 중국 일본 등 6개국이다.
환율조작국 지정을 쉽게 하는 법안이 발효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불똥은 한국에도 튈 수 있다. 환율조작국은 미국 내 공공입찰에 참가할 수 없고 국제통화기금(IMF)의 집중 감시를 받는다. 원화가 빠른 속도로 절상되더라도 외환당국이 손을 쓸 수 없게 된다. 수출 기업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이상열/이태훈/황정수 기자 mustafa@hankyung.com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기간 공격적인 감세 공약을 내걸었다. 그중에서도 법인세는 파격적이다. 35%인 최고세율을 15% 단일세율로 인하하겠다고 약속했다. 단일 시장으로 세계 최대인 미국이 법인세율을 15%로 대폭 낮추면 글로벌 차원의 대규모 자본 이동과 각국의 법인세 인하 경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법인세율이 15%로 낮아지면 다국적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설비 확충 등을 통해 투자를 늘리고 심지어 유럽 등의 다국적 기업들이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사례도 속출할 것”이라며 “경쟁국들은 이를 막기 위해 법인세 인하 경쟁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해 생산 판매 법인을 둔 기업도 덩달아 상당 규모의 세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다만 미국 법인세율의 파격적 인하가 실행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다수 견해다. 트럼프 공약대로 대규모 감세가 이뤄지면 향후 10년간 미국은 9조5000억달러의 세수가 줄어 심각한 국가부채 위기를 초래할 것이란 경고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하지만 인하 폭은 작더라도 트럼프 행정부는 결국 법인세 등의 감세를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조 연구위원은 “트럼프의 감세 공약은 세율 인하가 당장은 세수를 줄이지만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고 일자리를 늘려 궁극적으로 세수를 회복시킨다는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감세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 대중 45% 관세 현실성 떨어지나 반덤핑제소↑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기간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미국 무역적자의 주범으로 꼽히는 중국산 제품의 값싼 수입을 막겠다는 의도다. 케빈 라이 다이와캐피털마켓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럴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이 전년 대비 87%,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4.8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한국 경제에도 치명타를 줄 수 있다. 중국에 소재·부품 등 중간재를 수출한 뒤 현지에서 조립해 완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국내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무역보복 조치가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세계 무역 전체를 축소해 미국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무디스는 45% 관세가 매겨지면 미국 성장률은 2019년까지 4.6%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에서는 45%의 고율 관세 부과는 현실성이 떨어지나 어떤 식으로든 무역보복 조치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중·미 관계 전문가인 타오원자오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45%의 관세를 물릴 가능성은 적지만 중국에 대한 반덤핑 제소건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3) 한·미 FTA 재협상 일부내용 추가 협상 유력
트럼프 당선자가 공약으로 내세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여부도 큰 관심사다. 미 대통령이 의회 동의 없이 독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지, 한다면 재협상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관심이다.
통상당국은 트럼프가 기존 FTA 내용을 폐기하고 ‘제로베이스’에서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2012년 한·미 FTA 발효 후 양국 간 성립된 비즈니스들이 있는데 그걸 다 무시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며 “일부 내용을 개선하거나 추가하는 식으로 협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과거 미국은 이스라엘과 맺은 FTA 내용을 일부 고친 적이 있다. 한국도 FTA를 맺은 칠레 등과 추가 협상을 통해 내용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역시 “트럼프도 FTA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추가 협상테이블이 차려지면 우리 정부도 얻어낼 건 철저히 얻어낸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했다. 키움증권도 보고서에서 “비관세 장벽을 강화하고 시장개방 압력을 높이는 쪽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4) TPP 폐기 트럼프 임기내 비준 물건너 갈 듯
트럼프 당선자가 취임하면 그의 임기 내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비준은 물 건너갈 것이란 예상이 많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0일 ‘미국 신행정부의 향후 정책방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TPP를 극렬히 반대해온 트럼프는 집권 뒤에도 이런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며 “사실상 논의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TPP 전면 재검토 가능성이 높다”며 “그동안 뒤늦은 가입을 놓고 다급했던 한국에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TPP를 아예 무시하긴 힘들 것이란 견해도 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TPP의 전자상거래 디지털 무역 규범 등은 미국 국익에 부합하는 것들이라 완전히 무산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비준이 지체될 소지는 크다”고 했다.
(5) 한국 환율조작국 지정 지정 쉽게하는 법안 나올 듯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에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미국은 무역상대국이 △대미(對美) 무역흑자 △경상수지 흑자 △환율 개입 등에 관한 세 가지 세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현재 환율조작국은 없다. 두 가지 요건에 해당되는 ‘관찰대상국’은 한국 중국 일본 등 6개국이다.
환율조작국 지정을 쉽게 하는 법안이 발효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불똥은 한국에도 튈 수 있다. 환율조작국은 미국 내 공공입찰에 참가할 수 없고 국제통화기금(IMF)의 집중 감시를 받는다. 원화가 빠른 속도로 절상되더라도 외환당국이 손을 쓸 수 없게 된다. 수출 기업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이상열/이태훈/황정수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