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시대] '정치 이단아' 알아본 '실리콘밸리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는 순간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업인들은 대부분 고개를 저었지만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이자 페이스북 이사인 피터 틸(사진)은 예외였다. 그는 미국 정보기술(IT)업계 거물급 인사 가운데 유일하게 트럼프를 지지했다.

틸은 트럼프 대선 캠프에 125만달러(약 14억4000만원)를 후원하고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지지 연설을 하면서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예상을 뒤집은 트럼프의 승리는 그의 베팅이 얼마나 정확한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건이 됐다”고 평가했다.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는 그의 유명한 ‘독점 전략’은 이번 대선에서도 여지없이 빛을 발했다.

틸은 페이팔 창업 멤버를 일컫는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 격으로 알려져 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리드 호프먼 링크트인 회장을 비롯해 유튜브 공동 창업자인 채드 헐리와 스티브 첸 등이 페이팔 마피아 멤버다. 틸의 친구이자 페이팔 공동 창업자인 맥스 레브친은 “피터는 매우 영리하다”며 “그는 자신이 이길 것으로 생각하는 것에 반대되는 투자를 하지만 베팅 성공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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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은 벤처 투자를 위한 파운더스펀드를 만들어 에어비앤비, 스포티파이 등에 투자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보유 자산이 27억달러(약 3조1000억원)로 평가된다.

WSJ는 “틸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어떤 일을 맡을지 많은 이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틸은 그의 저서 《제로 투 원(Zero to One)》에서 한때 자신의 꿈은 대법원 서기가 되는 것이었다고 적었다. 그는 이제 서기가 아니라 대법관이 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가 차기 대법관 후보로 발표한 20명의 잠재적 후보군에 틸도 포함돼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