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는 미래 그리는 사람
트럼프 경험, 국정에 도움될 것
국내외 디벨로퍼는 대통령 트럼프와 그가 이끌어나갈 미국의 앞날을 예측하기 위해선 디벨로퍼로서 그가 지닌 특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빈 땅에 어떤 건축물을 지을지 기획하고 설계·시공·금융·홍보 등 각 분야 전문가의 힘을 빌려 사업을 완성한 디벨로퍼로서의 경험이 대통령직 수행 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1990년대 후반 국내 그의 이름을 딴 주상복합빌딩 ‘트럼프월드’를 짓는 건설 프로젝트 팀장(대우건설 재직)을 맡았던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트럼프를 매우 꼼꼼하고 세심한 사업가로 기억하고 있다. 김 대표는 “서울 여의도에 ‘트럼프월드’를 짓고 싶다고 제안했더니 먼저 설계를 맡을 건축가를 미국으로 보내달라는 요청이 왔다”며 “건축가를 직접 만난 트럼프는 디자인에 대해 설명을 들은 뒤 건물 색깔과 모양 등 매우 세세한 부분에까지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인 디벨로퍼 우영식 영우앤드어소시에이츠 대표는 2009년 AIG 뉴욕본사 빌딩 인수를 앞두고 트럼프와 만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나를 보더니 손가락질을 딱 하며 기선제압을 하려 했다”며 “개발업계에선 이기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데 트럼프는 그게 몸에 익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우 대표는 “AIG 빌딩을 매입하자 트럼프가 찾아왔다”며 “미국의 상징과도 같은 건물을 사 센세이션을 일으키니까 그제야 상대해보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서 개발회사 로(ROE)코퍼레이션을 이끌고 있는 노정범 회장은 “한국과 달리 미국 디벨로퍼는 직접 자금을 동원해 자신의 이름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며 “평판과 신용이 생명”이라고 말했다.
문주현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엠디엠 회장)은 “수년 뒤 건물이 완공돼야 구체적인 이익이 손에 들어오는 디벨로퍼는 미래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며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역할을 하는 디벨로퍼로서 반세기를 살아온 만큼 다양한 현안에 민첩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