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엑스포츠 제공
손흥민. 엑스포츠 제공
손흥민은 침몰 직전인 '슈틸리케호'를 구할 수 있을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에게 오는 15일 열리는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은 '운명의 승부다'.

역대 전적 9승 3무 1패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패배할 경우 1패의 무게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지난 달 이란 원정에서 패하며 2승 1무 1패(승점 7점)로 A조 3위로 내려앉았다. 조 2위인 우즈베키스탄(3승 1패 승점 9점)을 잡고 반등하지 못한다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물론 슈틸리케 감독의 자리마저 장담할 수 없다.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이청용, 기성용 등 대표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신음 중이다. 특히 에이스인 손흥민은 긴 침묵에 잠겨 있다.

손흥민은 지난 9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 '이달의 선수'로 선정됐다. 하지만 10월 한 달 동안 득점을 기록하지 못하며 부진에 시달렸다. 대표팀 합류 직전 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경기 연속 팀내 최하 평점을 받기도 했다.

대표팀 소집 이후엔 발목 통증으로 팀훈련 대신 재활훈련을 소화했다. 손흥민이 컨디션을 끌어올리기까진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엑스포츠 제공
울리 슈틸리케 감독. 엑스포츠 제공
하지만 손흥민을 기다리기엔 슈틸리케 감독에게 시간이 없다. 이란전 직후 리더십에 치명타를 맞으며 경질설까지 나돌았다. 전술적 실패를 선수들에게 전가하는 듯한 발언 때문이다.

특히 무기력했던 공격에 대해 "한국엔 세바스티안 소리아(카타르) 같은 공격수가 없어서 졌다"는 평가를 해 언론과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손흥민은 "다른 선수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사기를 꺾을 필요는 없다"며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또한 그는 "한국에도 좋은 공격수는 많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과 손흥민은 이란전 도중 의견 충돌로 얼굴을 붉히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월드컵 진출 여부가 결정되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감독과 주축 선수의 관계에 이상 신호가 드러난 것이다.

손흥민의 반기는 예고돼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을 월드컵대표팀에 발탁할 당시 "실력은 좋지만 불손한 태도를 고쳐야 한다"고 공개 지적했다.

감정을 숨기지 않는 행동으로 팀워크를 해친다는 것이다. 손흥민은 슈틸리케 감독의 비판을 수용했지만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손흥민. 엑스포츠 제공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손흥민. 엑스포츠 제공
하지만 한국 축구가 벼랑 끝에 서자 슈틸리케 감독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차두리를 전력분석관에 앉히며 선수들과의 소통 창구를 만들었다.

그는 "한국 정서상 선수들이 내게 불만을 말하기 힘들다"며 "어린 선수들은 차두리 분석관에게 쉽게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선수들에 대한 신뢰도 드러냈다. '자동문 수비' 논란이 일었던 홍정호 등 중국·중동파 선수들을 중용한다는 지적에 대해 "이들은 다쳐도 태극마크를 달고 싶어 할 정도로 대표팀에 헌신한다"며 "한 번의 실수로 지난 2년 동안의 고생을 간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손흥민도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지난 8일 대표팀 첫 훈련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대표팀의 부진에 대한 비난이 감독님께 집중되고 있다"며 "이란전 이후 선수들도 자신들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손흥민은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반성하고 있다"며 "팀으로 단단하게 뭉쳐 우즈베키스탄전을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갈등 양상을 보이던 손흥민과 슈틸리케 감독이 서로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대표팀의 사활을 건 우즈베키스탄전은 15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