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만리장성도 '식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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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 떠난 베이징 맛집 여행
270년된 만둣집, 새우·해삼 찐만두 인기
상큼한 산사나무 열매 꼬치 입가심에 그만
茶 마시며 중국 전통 공연 관람하는 곳도
베이징 짜장면 면발, 가락국수처럼 도톰
구운 오리고기, 전병에 싸먹으면 일품
매콤한 민물가재에 개구리 통구이
연경맥주 마시며 하루의 피로가 싹
캐피털M에선 톈안먼까지 전경 한눈에
270년된 만둣집, 새우·해삼 찐만두 인기
상큼한 산사나무 열매 꼬치 입가심에 그만
茶 마시며 중국 전통 공연 관람하는 곳도
베이징 짜장면 면발, 가락국수처럼 도톰
구운 오리고기, 전병에 싸먹으면 일품
매콤한 민물가재에 개구리 통구이
연경맥주 마시며 하루의 피로가 싹
캐피털M에선 톈안먼까지 전경 한눈에
부모님을 모시고 떠난 베이징 자유여행. 중국을 좋아하는 여행작가로서 꼭 부모님께 중국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몇 년 전 부모님과 함께 중국으로 패키지여행을 갔다가 크게 실망한 적이 있다. 사실 효도여행은 가이드가 안내하는 패키지여행이 편하고 신경 쓸 것이 없어서 좋다. 문제는 식사. 끼니때마다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정체불명의 푸성귀 반찬이 나오거나 한국인이 좋아하는 삼겹살마저 누린내가 났다. 훌륭한 음식이 얼마나 많은데. 언젠가 부모님께 제대로 된 중국 음식을 맛보게 해드리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마침내 때가 왔다.
황제도 인정한 270년 된 만둣집
베이징에 도착한 첫날, 찾아간 집은 자금성에서 남쪽으로 약 8.8㎞ 거리에 있는 두이추(都一處) 만둣집이었다. 1738년에 문을 연 뒤로 270년 동안 운영한 곳이라 명성이 높다. 가게 이름은 청나라 건륭황제가 직접 내린 것으로 ‘도성에서 유일한 집’이란 뜻이다. 암행을 즐기던 건륭황제가 늦은 밤 궁으로 들어가다 출출해서 근처 식당을 찾았다. 도성에서 유일하게 문을 연 곳은 바로 이 만둣집. 황제가 맛을 보고는 크게 칭찬하며 가게 이름을 지어준 것이다. 가게 2층에 건륭황제를 모신 작은 사당과 동상이 있는 것은 이런 이유다.
두이추의 대표 메뉴는 사오마이(燒賣)라고 부르는 꽃봉오리 모양의 찐만두다. 종류가 여러 가지인데, 셰러우사오마이(蟹肉燒賣)와 산셴사오마이(三鮮燒賣)를 시켰다. 빨간 별로 추천 표시가 돼 있어서 고르기 어렵지 않다. 셰러우사오마이는 돼지고기와 게살을 다져 넣고 게 알을 올린 것이다. 산셴사오마이에는 돼지고기와 새우, 해삼, 올방개 뿌리가 들어간다. 게가 제철임에도 셰러우사오마이보다 산셴사오마이가 훨씬 맛있다. 아삭아삭한 올방개 뿌리 덕분인데 마(麻)와 식감이 비슷했다. 두이처의 만두는 전체적으로 1년 전에 비해 실망스러웠다. 아버지는 한 번쯤 먹을 만하지만 맛과 비교하면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했고, 어머니는 느끼해서 입가심할 거리가 필요하다고 평하셨다.
중국 식당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찻값이 밥값과 맞먹기 때문이다. 재스민차 한 주전자가 50위안(8470원)이나 한다. 하지만 비싸다고 차를 마시지 않으면 곤란하다. 기름기 많은 중국 음식에 배앓이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돈을 아끼려면 중국 사람들처럼 개인 보온병을 갖고 다녀도 좋다.
거리에 나오니 상큼한 탕후루(糖葫蘆) 꼬치가 눈에 띄었다. 탕후루는 산사나무 열매를 꼬치에 꿰어 설탕물을 발라 굳힌 것이다. 새콤한 사과 맛과 달콤한 설탕물이 어우러져 입가심에 그만이다. 영화 <패왕별희>에는 경극단 꼬마가 이 탕후루를 먹고 싶어 탈출하는 장면이 나온다. 중국에 와서 탕후루를 먹을 때마다 그 아이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된다.
오후에는 후퉁 골목에서 인력거를 탄 뒤 걸어서 스차하이 호숫가와 서울 삼청동 분위기의 남라고항을 둘러봤다. 어머니는 점심과 달리 깔끔한 음식이 먹고 싶다고 하셨다. 이럴 때 믿고 갈 만한 곳이 바로 녹차 식당(綠茶餐廳)이다. 항저우 본점을 가본 뒤 필요할 때면 늘 녹차 식당을 찾는다. 중국 전역에 체인점이 있는 데다 인테리어가 훌륭하고 메뉴는 중국 가정식부터 서양식 제과점, 디저트까지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마파두부와 떡갈비, 채소볶음, 탕수육을 시켰더니 두 분 모두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셨다. 메뉴판은 한글로 돼 있어서 고르기 쉽다.
저녁 식사 후 차를 마시며 공연을 보러 노사차관(老舍茶館)에 갔다. 차와 다과를 즐기며 10여 가지 중국 전통 공연을 볼 수 있는데, 1시간30분 동안 볼 만한 것은 마지막 3분을 장식한 변검 정도였다.
베이징 짜장면에 깜짝 놀라다
둘째 날에는 자금성을 관람한 뒤 베이징 짜장면을 먹으러 갔다. 현지 발음은 자쟝멘(炸醬麵)이다. 한국인에게 베이징 짜장면은 맛없다는 악평이 많다. 하지만 하이완쥐(海碗居)에 가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백종원 씨가 다녀간 뒤 유명해진 곳이다. 베이징에 점포가 몇 개 있는데 본점은 거리가 멀어 자금성에서 가까운 왕푸징백화점 지점을 찾아갔다. 명나라풍의 간소한 목재 책상과 의자가 세련되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이완쥐의 베이징 짜장면은 밀가루 면과 옥수수 면 중에서 고를 수 있는데, 옥수수 면은 준비하는 데 시간이 20분 이상 걸린다. 밀가루 면을 시키고, 천엽과 맥주도 추가했다. 천엽은 베이징 토박이들의 먹거리로, 지금처럼 가을에는 보양식으로 즐겨 먹는다. 가늘게 채를 썰어 끓는 물에 살짝 데치는 점이 한국과 비슷하지만, 땅콩장에 찍어 먹는 점이 다르다. 하이완쥐의 천엽은 쫄깃하고 비리지 않아서 추천할 만하다.
베이징 짜장면의 국수 면발은 가락국수처럼 도톰하다. 춘장은 따로 나오며, 안에 말린 소고기가 들어있고, 고명은 데친 숙주나물과 완두콩, 순무 채가 올라간다. 식감은 꼭 쫄면 같다. 베이징 짜장면은 원래 차갑게 비벼 먹는 여름 음식이다. 과거에는 ‘짜장면 한 그릇에 생마늘 한 쪽을 곁들이면 최고’라고 했는데, 요즘은 마늘을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
직원에게 얘기해야만 가져다준다. 중국 춘장은 돼지기름과 장이 분리돼 나온다. 이걸 한데 섞으면 상당히 느끼하다. 돼지기름은 빼고 춘장만 넣어 면을 비비는 것이 우리 입맛에 맞는다. 의견은 만장일치. 짠맛과 단맛이 적당히 조화된 춘장과 오동통한 면발, 깔끔하게 데친 채소 고명이 일품이다. 가격은 26위안(약 44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과장하면 한국보다 베이징 짜장면이 훨씬 맛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저 녁은 베이징 카오야였다. 중국을 대표하는 간판 요리다. 이 오리고기 식당의 양대 산맥은 전취덕(全聚德)과 편의방(便宜坊)이다. 1416년 개업한 편의방의 역사가 전취덕보다 350년 앞선다는 이유로 편의방으로 향했다. 전취덕과 편의방은 모두 화덕에 오리를 굽지만, 불을 직접 이용해 굽는 전취덕과 달리 편의방은 화로 속 열을 이용해 익힌다. 3~4명이서 먹기에 오리 한 마리(188위안)면 충분하다. 주문한 뒤 오리가 구워져 나오는 데 30분 정도 걸린다. 통째로 구운 오리를 테이블 앞으로 가져와 즉석에서 얇게 저며 준다. 밀가루로 만든 얇은 전병에 오리껍질, 오리 살코기, 파, 오이를 올린 뒤 단맛이 나는 춘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오리 뼈다귀로 만든 담백한 탕도 함께 나온다.
하지만 베이징 카오야는 금세 물렸다. 처음 몇 번은 더없이 좋은 맛인데, 느끼해서 많이 먹기 힘들었다. 어머니는 “쌈 채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전형적인 한국 입맛을 가진 사람은 파와 오이에만 의존해 기름기 많은 오리고기를 먹기 어려울 것이다.
매콤한 민물 가재 요리와 개구리 구이
셋째 날은 이화원, 용경헙, 만리장성 팔달령(八達嶺) 일일 투어를 마치고 시내로 돌아왔다. 또다시 끼니 걱정이 시작됐다. 양꼬치나 거리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는 아버지의 희망에 따라 구이제 거리로 방향을 틀었다. 자금성에서 동남쪽으로 약 8.5㎞ 떨어진 곳이다.
구이제는 과거 성안의 시신이 나가던 길이다. 으스스한 느낌이지만 지금은 마라룽샤가 유명한 거리로 바뀌었다. 마라룽샤는 쓰촨성의 매콤한 마라 소스로 요리한 민물 가재 요리다. 매콤한 향기와 붉은 간판은 밤마다 손님을 유인한다.
택시 기사는 ‘후다(湖大)’라는 맛집을 추천했다. 구이제에만 3개의 분점이 있는데 늘 자리가 꽉 차 있다. 마라룽샤와 개구리 구이, 양꼬치 구운 식빵, 새우 죽을 시켰다. 낯선 요리에 경계심을 보이던 어머니도 생각보다 맵지 않다며 맛있게 드셨다. 아버지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개구리 통구이에 푹 빠지셨다. 양꼬치에는 칭다오 맥주라지만 마라룽샤에는 연경맥주가 제짝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에 무척 잘 어울리는 요리와 맥주의 조화였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들른 마지막 식사 장소는 캐피털M(Capital M)이었다. 야외 테라스 좌석을 갖춘 레스토랑으로 전망이 좋은 곳이다. 베이징 내성(內城)의 관문인 전문과 멀리 톈안먼까지 일렬로 내다보인다. 따뜻한 날에는 테라스 좌석에 앉아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캐피털M의 점심 2코스 메뉴는 1인당 198위안(약 3만3500원)이다. 전채요리, 주메뉴, 디저트 중 자유롭게 두 가지를 고를 수 있고, 차 또는 커피까지 포함된 가격이다. 애피타이저로는 양파 수프나 파스타를, 메인 메뉴로는 호주산 소고기 스테이크를 추천한다. 어머니는 마지막 식사를 무척 마음에 들어 하셨고, 나는 오랜만에 효녀가 된 기분을 만끽했다.
창밖으로 비가 내렸다. 비 오는 베이징을 눈에 담으며, 따뜻한 커피를 홀짝이며, 여행을 갈무리했다. 사실 부모님과 떠나는 여행은 쉽지만은 않다. 많은 인원을 인솔하는 가이드에 대한 존경심마저 들 정도였다. 마지막에는 중국을 제대로 보여드렸는지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늘 베이징에 가보고 싶어 하셨던 아버지의 한마디가 나를 북돋워줬다. “고맙다. 덕분에 인생의 큰 숙제 하나 끝냈다.”
베이징=도선미 여행작가 dosunmi@gmail.com
여행팁
중국은 택시비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싸다. 30분 동안 타도 1만원이 채 나오지 않으니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부모님과 머물 호텔을 고를 때는 가까운 거리에 맛집이 많고, 조식이 맛있는 곳이 낫다. 호텔은 예전에 가본 적 있는 ‘디 엠퍼러 베이징 첸먼(The emperor Beijing Qianmen)’을 선택했다. 간이침대를 추가한 딜럭스 패밀리룸(Delux Family Room)이 3박 동안 조식을 포함해 50만원대였다. 이 호텔의 장점은 도보 5분 거리에 번화가인 첸먼다제(前門大街)가 있어 맛집 찾기가 쉽고, 조식이 맛있다는 것이다. 여행 내내 자유일정만 하기 어렵다면 여행사를 통해 일일투어를 신청하면 편하다. 이번 여행에서 선택한 일일투어는 만리장성과 이화원, 작은 계림이라는 용경협을 포함했다.
황제도 인정한 270년 된 만둣집
베이징에 도착한 첫날, 찾아간 집은 자금성에서 남쪽으로 약 8.8㎞ 거리에 있는 두이추(都一處) 만둣집이었다. 1738년에 문을 연 뒤로 270년 동안 운영한 곳이라 명성이 높다. 가게 이름은 청나라 건륭황제가 직접 내린 것으로 ‘도성에서 유일한 집’이란 뜻이다. 암행을 즐기던 건륭황제가 늦은 밤 궁으로 들어가다 출출해서 근처 식당을 찾았다. 도성에서 유일하게 문을 연 곳은 바로 이 만둣집. 황제가 맛을 보고는 크게 칭찬하며 가게 이름을 지어준 것이다. 가게 2층에 건륭황제를 모신 작은 사당과 동상이 있는 것은 이런 이유다.
두이추의 대표 메뉴는 사오마이(燒賣)라고 부르는 꽃봉오리 모양의 찐만두다. 종류가 여러 가지인데, 셰러우사오마이(蟹肉燒賣)와 산셴사오마이(三鮮燒賣)를 시켰다. 빨간 별로 추천 표시가 돼 있어서 고르기 어렵지 않다. 셰러우사오마이는 돼지고기와 게살을 다져 넣고 게 알을 올린 것이다. 산셴사오마이에는 돼지고기와 새우, 해삼, 올방개 뿌리가 들어간다. 게가 제철임에도 셰러우사오마이보다 산셴사오마이가 훨씬 맛있다. 아삭아삭한 올방개 뿌리 덕분인데 마(麻)와 식감이 비슷했다. 두이처의 만두는 전체적으로 1년 전에 비해 실망스러웠다. 아버지는 한 번쯤 먹을 만하지만 맛과 비교하면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했고, 어머니는 느끼해서 입가심할 거리가 필요하다고 평하셨다.
중국 식당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찻값이 밥값과 맞먹기 때문이다. 재스민차 한 주전자가 50위안(8470원)이나 한다. 하지만 비싸다고 차를 마시지 않으면 곤란하다. 기름기 많은 중국 음식에 배앓이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돈을 아끼려면 중국 사람들처럼 개인 보온병을 갖고 다녀도 좋다.
거리에 나오니 상큼한 탕후루(糖葫蘆) 꼬치가 눈에 띄었다. 탕후루는 산사나무 열매를 꼬치에 꿰어 설탕물을 발라 굳힌 것이다. 새콤한 사과 맛과 달콤한 설탕물이 어우러져 입가심에 그만이다. 영화 <패왕별희>에는 경극단 꼬마가 이 탕후루를 먹고 싶어 탈출하는 장면이 나온다. 중국에 와서 탕후루를 먹을 때마다 그 아이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된다.
오후에는 후퉁 골목에서 인력거를 탄 뒤 걸어서 스차하이 호숫가와 서울 삼청동 분위기의 남라고항을 둘러봤다. 어머니는 점심과 달리 깔끔한 음식이 먹고 싶다고 하셨다. 이럴 때 믿고 갈 만한 곳이 바로 녹차 식당(綠茶餐廳)이다. 항저우 본점을 가본 뒤 필요할 때면 늘 녹차 식당을 찾는다. 중국 전역에 체인점이 있는 데다 인테리어가 훌륭하고 메뉴는 중국 가정식부터 서양식 제과점, 디저트까지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마파두부와 떡갈비, 채소볶음, 탕수육을 시켰더니 두 분 모두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셨다. 메뉴판은 한글로 돼 있어서 고르기 쉽다.
저녁 식사 후 차를 마시며 공연을 보러 노사차관(老舍茶館)에 갔다. 차와 다과를 즐기며 10여 가지 중국 전통 공연을 볼 수 있는데, 1시간30분 동안 볼 만한 것은 마지막 3분을 장식한 변검 정도였다.
베이징 짜장면에 깜짝 놀라다
둘째 날에는 자금성을 관람한 뒤 베이징 짜장면을 먹으러 갔다. 현지 발음은 자쟝멘(炸醬麵)이다. 한국인에게 베이징 짜장면은 맛없다는 악평이 많다. 하지만 하이완쥐(海碗居)에 가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백종원 씨가 다녀간 뒤 유명해진 곳이다. 베이징에 점포가 몇 개 있는데 본점은 거리가 멀어 자금성에서 가까운 왕푸징백화점 지점을 찾아갔다. 명나라풍의 간소한 목재 책상과 의자가 세련되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이완쥐의 베이징 짜장면은 밀가루 면과 옥수수 면 중에서 고를 수 있는데, 옥수수 면은 준비하는 데 시간이 20분 이상 걸린다. 밀가루 면을 시키고, 천엽과 맥주도 추가했다. 천엽은 베이징 토박이들의 먹거리로, 지금처럼 가을에는 보양식으로 즐겨 먹는다. 가늘게 채를 썰어 끓는 물에 살짝 데치는 점이 한국과 비슷하지만, 땅콩장에 찍어 먹는 점이 다르다. 하이완쥐의 천엽은 쫄깃하고 비리지 않아서 추천할 만하다.
베이징 짜장면의 국수 면발은 가락국수처럼 도톰하다. 춘장은 따로 나오며, 안에 말린 소고기가 들어있고, 고명은 데친 숙주나물과 완두콩, 순무 채가 올라간다. 식감은 꼭 쫄면 같다. 베이징 짜장면은 원래 차갑게 비벼 먹는 여름 음식이다. 과거에는 ‘짜장면 한 그릇에 생마늘 한 쪽을 곁들이면 최고’라고 했는데, 요즘은 마늘을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
직원에게 얘기해야만 가져다준다. 중국 춘장은 돼지기름과 장이 분리돼 나온다. 이걸 한데 섞으면 상당히 느끼하다. 돼지기름은 빼고 춘장만 넣어 면을 비비는 것이 우리 입맛에 맞는다. 의견은 만장일치. 짠맛과 단맛이 적당히 조화된 춘장과 오동통한 면발, 깔끔하게 데친 채소 고명이 일품이다. 가격은 26위안(약 44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과장하면 한국보다 베이징 짜장면이 훨씬 맛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저 녁은 베이징 카오야였다. 중국을 대표하는 간판 요리다. 이 오리고기 식당의 양대 산맥은 전취덕(全聚德)과 편의방(便宜坊)이다. 1416년 개업한 편의방의 역사가 전취덕보다 350년 앞선다는 이유로 편의방으로 향했다. 전취덕과 편의방은 모두 화덕에 오리를 굽지만, 불을 직접 이용해 굽는 전취덕과 달리 편의방은 화로 속 열을 이용해 익힌다. 3~4명이서 먹기에 오리 한 마리(188위안)면 충분하다. 주문한 뒤 오리가 구워져 나오는 데 30분 정도 걸린다. 통째로 구운 오리를 테이블 앞으로 가져와 즉석에서 얇게 저며 준다. 밀가루로 만든 얇은 전병에 오리껍질, 오리 살코기, 파, 오이를 올린 뒤 단맛이 나는 춘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오리 뼈다귀로 만든 담백한 탕도 함께 나온다.
하지만 베이징 카오야는 금세 물렸다. 처음 몇 번은 더없이 좋은 맛인데, 느끼해서 많이 먹기 힘들었다. 어머니는 “쌈 채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전형적인 한국 입맛을 가진 사람은 파와 오이에만 의존해 기름기 많은 오리고기를 먹기 어려울 것이다.
매콤한 민물 가재 요리와 개구리 구이
셋째 날은 이화원, 용경헙, 만리장성 팔달령(八達嶺) 일일 투어를 마치고 시내로 돌아왔다. 또다시 끼니 걱정이 시작됐다. 양꼬치나 거리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는 아버지의 희망에 따라 구이제 거리로 방향을 틀었다. 자금성에서 동남쪽으로 약 8.5㎞ 떨어진 곳이다.
구이제는 과거 성안의 시신이 나가던 길이다. 으스스한 느낌이지만 지금은 마라룽샤가 유명한 거리로 바뀌었다. 마라룽샤는 쓰촨성의 매콤한 마라 소스로 요리한 민물 가재 요리다. 매콤한 향기와 붉은 간판은 밤마다 손님을 유인한다.
택시 기사는 ‘후다(湖大)’라는 맛집을 추천했다. 구이제에만 3개의 분점이 있는데 늘 자리가 꽉 차 있다. 마라룽샤와 개구리 구이, 양꼬치 구운 식빵, 새우 죽을 시켰다. 낯선 요리에 경계심을 보이던 어머니도 생각보다 맵지 않다며 맛있게 드셨다. 아버지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개구리 통구이에 푹 빠지셨다. 양꼬치에는 칭다오 맥주라지만 마라룽샤에는 연경맥주가 제짝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에 무척 잘 어울리는 요리와 맥주의 조화였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들른 마지막 식사 장소는 캐피털M(Capital M)이었다. 야외 테라스 좌석을 갖춘 레스토랑으로 전망이 좋은 곳이다. 베이징 내성(內城)의 관문인 전문과 멀리 톈안먼까지 일렬로 내다보인다. 따뜻한 날에는 테라스 좌석에 앉아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캐피털M의 점심 2코스 메뉴는 1인당 198위안(약 3만3500원)이다. 전채요리, 주메뉴, 디저트 중 자유롭게 두 가지를 고를 수 있고, 차 또는 커피까지 포함된 가격이다. 애피타이저로는 양파 수프나 파스타를, 메인 메뉴로는 호주산 소고기 스테이크를 추천한다. 어머니는 마지막 식사를 무척 마음에 들어 하셨고, 나는 오랜만에 효녀가 된 기분을 만끽했다.
창밖으로 비가 내렸다. 비 오는 베이징을 눈에 담으며, 따뜻한 커피를 홀짝이며, 여행을 갈무리했다. 사실 부모님과 떠나는 여행은 쉽지만은 않다. 많은 인원을 인솔하는 가이드에 대한 존경심마저 들 정도였다. 마지막에는 중국을 제대로 보여드렸는지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늘 베이징에 가보고 싶어 하셨던 아버지의 한마디가 나를 북돋워줬다. “고맙다. 덕분에 인생의 큰 숙제 하나 끝냈다.”
베이징=도선미 여행작가 dosunmi@gmail.com
여행팁
중국은 택시비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싸다. 30분 동안 타도 1만원이 채 나오지 않으니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부모님과 머물 호텔을 고를 때는 가까운 거리에 맛집이 많고, 조식이 맛있는 곳이 낫다. 호텔은 예전에 가본 적 있는 ‘디 엠퍼러 베이징 첸먼(The emperor Beijing Qianmen)’을 선택했다. 간이침대를 추가한 딜럭스 패밀리룸(Delux Family Room)이 3박 동안 조식을 포함해 50만원대였다. 이 호텔의 장점은 도보 5분 거리에 번화가인 첸먼다제(前門大街)가 있어 맛집 찾기가 쉽고, 조식이 맛있다는 것이다. 여행 내내 자유일정만 하기 어렵다면 여행사를 통해 일일투어를 신청하면 편하다. 이번 여행에서 선택한 일일투어는 만리장성과 이화원, 작은 계림이라는 용경협을 포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