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 벤처 전유물 아냐…성장기업이 혁신 주도해야"
“정부가 창업하라고 청년들 등 떠밀 필요가 없다. 기회가 있으면 알아서 뛰어들 것이다.”

기업가정신과 창업 분야 석학인 대니얼 아이젠버그 미국 뱁슨칼리지 석좌교수(사진)의 조언이다. 아이젠버그 교수는 14일 서울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개막한 ‘2016 세계기업가정신주간 한국행사’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와 창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목조목 깼다.

그는 “이스라엘과 덴마크는 별도 창업 정책이 없는데도 능력있는 사람이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위험을 적극적으로 감수해 창업국가를 이뤄냈다”며 “정부가 개입해 무모한 창업을 자꾸 만들어 낸다면 이 또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창업은 문화, 창업 생태계 등 사회적 자산의 축적에 따른 결과물이어서 창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는다고 될 게 아니란 얘기다.

‘스타트업’ 육성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스케일업’(외형 성장)이란 게 아이젠버그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50년 된 기업이 5% 성장하든, 5년 된 기업이 5% 성장하든 방점은 성장에 찍혀야 한다”며 “정책의 초점 또한 창업에 맞출 게 아니라 가능성 있는 기업을 발굴해 성장을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창업은 곧 혁신이고, 혁신은 성공으로 이끈다’는 생각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아이젠버그 교수는 “세그웨이 창업자 딘 케이먼은 1999년 새로운 운송 수단을 개발해 2억달러(약 2300억원)를 모았지만 사업화에 실패해 역대 최악의 발명품이란 혹평을 듣고 파산했다”며 “이에 비해 같은 시기 복제약 기업 액타비스는 잘 베끼고 싸게 내놓고 빨리 행동하는 것만으로 수조원짜리 기업이 됐다”고 말했다.

아이젠버그 교수는 “혁신은 오래된 기업이 더 잘하는 경향이 있다”며 “애플, 스타벅스, 레고 등은 지금도 훌륭하게 혁신을 이뤄내는 중”이라고 말했다.

세계기업가정신주간은 기업가정신이 경제 발전과 사회 혁신의 동력이 되도록 하기 위해 미국 카우프만재단 주도로 매년 11월 셋째주 160개국이 동시에 여는 행사다. 이번 한국 행사는 중소기업청과 글로벌기업가정신네트워크(GEN)가 주최하고 청년기업가정신재단, 창업진흥원이 주관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