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업계가 연말까지 열연 냉연 후판 등의 가격을 줄줄이 인상할 예정이다. 철강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료인 유연탄 가격이 2011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생산원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의 감산과 미국의 수요 증가 기대로 국내 철강업체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철강업계, 제품값 연내 인상…실적호전 '기대'
◆원료가격 5년10개월 만에 최고치

1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은 연말까지 열연 냉연 후판 등의 가격을 t당 2만~5만원가량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유연탄 가격 급등으로 생산원가 부담이 커졌다”며 “그동안 건설, 조선, 자동차 등 수요산업의 입장을 고려해 가격 조정을 미루다가 한꺼번에 반영하려다 보니 연내 인상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유연탄은 철광석과 함께 철강제품의 기초가 되는 쇳물에 들어가는 원재료다. 국제 유연탄 가격은 올초보다 4배 이상 급등한 상태다. 국제 유연탄 시세는 지난 1월 t당 70달러대에서 지난주 310달러까지 올랐다. 철광석값도 지난주 t당 80달러를 돌파하며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초 철강재인 열연강판(건자재 용도) 가격이 먼저 오르면 이를 다시 압연해 가공한 냉연강판(자동차, 가전제품용 철강)이 한두 달 사이에 상승하고 선박을 건조할 때 쓰이는 후판도 덩달아 오르는 구조다.

11월 현재 열연의 최종 유통가격은 t당 61만원으로 올초(50만원)보다 22% 올랐고, 냉연은 7% 상승한 76만원, 후판은 14% 오른 57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열연 제품 가격을 t당 2만원 이상 더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후판의 경우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이 5만원 이상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분기 후판 가격을 10%가량(5만원) 올렸지만 급등하는 원료 가격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중국발(공급), 미국발(수요) 호재

유연탄 등 철강재 원료 가격이 오른 것은 중국 당국의 환경 규제 영향이 크다. 중국 내 스모그가 심각해지자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석탄 감산 정책을 추진했다. 중국은 올해 초 3년 내 철강 1억t을 감산하겠다고 선언했고 지난 9월 바오산강철과 우한강철의 합병을 승인했다. 공급이 줄면서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사라지자 국내 업체들은 반사이익을 보게 됐다. 포스코는 지난 3분기 4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고 현대제철은 재무구조가 개선돼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공급 측면에서 중국발 호재가 있었다면 수요 측면에서는 ‘트럼프 호재’가 기다리고 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대로 인프라 투자가 늘어나면 철강 수요가 증가해 포스코 등이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황이 본격적으로 개선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철강 가격이 2014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며 “그동안 지나치게 낮았던 가격이 수급 측면에서 제자리를 찾는 과정이지 철강산업 시황이 본격적으로 좋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