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일본을 제칠 날이 머지않았다.’

불과 2년 전 전문가들은 이르면 올해부터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4년 한국의 GDP가 3.3% 증가한 반면 일본은 마이너스에 머물러 이 같은 낙관론은 현실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곧 반전됐다. 올 3분기 성장률을 보면 한국 경제의 활력은 오히려 일본에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건설경기와 정부 부양책에 의지하는 동안 일본은 수출의 힘으로 일어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양책 효과 빼면…성장률 일본에 뒤졌다
아직 숫자는 한국이 좋은데

지난 14일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일본의 3분기 성장률(속보치)은 전기 대비 0.5%였다. 2분기(0.2%)보다 개선됐다. 시장에선 ‘깜짝 성장’이란 평가도 나왔다. 한국의 3분기 성장률(속보치)은 0.7%로 일본보다 0.2%포인트 높다. 2014년 이후 세 번을 빼면 한국의 분기 성장률이 매번 높았다. 고령화와 내수 침체로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보다는 경제활력이 높다는 진단이 많았다.

지난 3분기 성적표는 이런 진단에 의문 부호를 단다. 한국이 우위라고 보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적지 않다. 민간소비가 0%대 성장에 그친 것은 양국이 비슷했다. 눈에 띄는 것은 일본 수출이 전기 대비 2% 급성장해 2분기(-1.5%)의 부진을 벗어났다는 점이다. 엔화 강세에도 휴대폰 등 주력제품의 수출은 오히려 늘어났다.

반면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2분기 1.1%에서 3분기 0.8%로 둔화됐다. 한국은행은 자동차 회사 파업과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 등 일시적 요인을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 기술의 추격 속에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하락했다는 우려도 많다.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2011~2015년 국내 13대 주력품목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3.6%포인트 떨어져 일본 점유율(-0.9%포인트)보다 하락폭이 컸다. 올해 1~8월 한국의 수출 규모는 세계 6위에서 8위로 떨어졌다. 일본은 4위를 유지했다.

한국은 성장의 내용도 시원찮다. 일본의 성장률 0.7% 가운데 0.5%포인트는 순수출(수출-수입)이 떠받쳤다. 반면 한국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0.6%로 성장률을 오히려 끌어내렸다.

국내 성장을 대신 떠받친 것은 건설이었다. 저금리로 부동산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건설투자가 급증했다. 3분기 성장률 0.7% 중에서 0.6%포인트가 여기서 나올 정도였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건설투자에만 기댄 성장은 공급과잉과 가계부채 우려가 있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멀기만 한 국민소득 3만달러

지속가능성에 대한 걱정은 일본에서도 많았다. 경제 회복을 아베노믹스의 ‘돈 풀기’에 의존하고 있다는 우려였다. 하지만 3분기 정부소비의 성장기여도는 한국(0.2%포인트)이 일본(0.1%포인트)보다 오히려 높았다. 정부 재정에 기댄 것은 오히려 한국이었다는 뜻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아프리카와 동남아 등에서 경제 외교를 강화하는 한편 민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다.

수출로 먹고살아 온 한국은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한 뒤 큰 도전에 직면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1인당 GDP가 2018년에야 3만달러 고지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2006년 2만달러 돌파 뒤 12년 만으로 일본(5년)보다 크게 더딘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이 연 3% 아래로 떨어진 만큼 고성장을 마냥 기대할 수 없다”며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도쿄=서정환 특파원 warmfront@hankyung.com